'제주4.3 강경진압'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수순
법적 유족 아닌 양손자 신청임에도 등록, 절차적 하자 초래
4.3단체 "국가유공자 사실상 서훈 취소 추진 결정 환영"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이어지게 한 강경진압의 책임자인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사실상 서훈 취소 수순이다.
국가보훈부는 26일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이후 자격, 절차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관련 법령과 등록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편, 법률자문을 진행해 왔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등록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사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점 재검토의 결정적 이유는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때 법률이 정한 유족이 아닌 양손자가 등록을 신청한 점 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사자인 유족이 신청한 경우가 아니었음에도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그대로 등록을 하면서 명백한 절차적 하자를 초래한 것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그동안 무공수훈자 등록은 서훈 사실 및 범죄 여부 확인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박진경 대령의 경우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생략하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 제5항은 신청대상자(유‧가족)가 없어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기록 및 관리 예우)하는 경우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훈부가 이 규정에 대한 법률자문을 한 결과, 해당 법률 제6조 제5항에 규정된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훈부는 이러한 법률 자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유공자 등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박진경 대령에 대한 서훈 취소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 '4.3 강경진압' 박진경 대령은...
박 대령은 제주4.3당시 강경진압의 책임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3단체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4.3진상조사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4.3당시 양민 학살로 이어지게 한 강경진압을 지휘한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5일 제주도에 있는 박 대령의 추도비 옆에 세운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에도 그의 4.3행적이 기술돼 있다.
안내판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박진경은 1948년 5월 6일 제주도에 와서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고 그 대가로 상관을 앞질러 대령으로 특진했다. 그 무렵 미군 비밀보고서에 "3,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기록될 정도로 박진경은 무리한 작전을 전개했다.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하여 3회 정지명령에 불응자는 총살하라고 명령했다" 등의 발언 사실도 기재됐다.
강경 작전을 펴던 박진경은 결국 그해 6월 18일 부하인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에게 암살됐다.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가 아니라, 4.3 강경진압의 책임을 묻고 단죄를 해야 할 대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보훈부는 그가 6.25전쟁 당시 무공훈장을 받은 이력을 근거로 지난 해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제주사회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그의 사망시점이 1948년으로, 그의 무공훈장은 전시에 공적을 세워 받은게 아니라 4.3당시 진압작전 공적으로 받은 것이 드러났는데도 그대로 국가유공자 지정을 한 것이다.
양민학살 책임자에 대한 유공자 지정이라는 비판이 급속히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정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그로부터 두달 여간 국방부와 보훈부를 중심으로 재검토를 한 끝에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제주4⋅3 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26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하기로 한 것에 대해 매우 늦었지만 일단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4⋅3 왜곡 처벌법 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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