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선택한 ‘뮷즈’의 인기 비결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기념품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한때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여겨졌던 인사동이 점점 외면받는 반면, 국립박물관에서 판매하는 ‘뮷즈(MU:DS)’가 새로운 기념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열쇠고리나 책갈피, 비녀 같은 관광 상품 대신, 한국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굿즈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뮷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개발한 박물관 기념품 브랜드로, 단순한 유물 복제품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 시대 화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취객 선비를 모티브로 한 ‘취객 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다.
차가운 음료가 닿으면 얼굴이 붉게 변하는 이 잔은 지난해에만 6만 개 이상 팔리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올해도 예약 판매가 조기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BTS 멤버 RM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미니 반가사유상’ 역시 뮷즈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삼국시대 금동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한 이 미니어처는 원작의 무거운 색감을 배제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기념품이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진 데서 비롯됐다. 과거 기념품 시장이 단순히 ‘한국을 다녀왔다’는 흔적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기념품 자체가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단순한 장식품보다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더욱 선호되면서, 박물관 기념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의 매출은 2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물관 기념품의 인기는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이 단순한 ‘여행의 흔적’이 아니라 ‘일상 속의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타벅스와 협업해 출시한 ‘매화에 둘러싸인 서옥’ 텀블러와 머그잔은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의 작품을 활용해 기증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 문화적 의미까지 담아낸 이 같은 제품들은 박물관이 새로운 기념품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상품관에서는 수십 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담긴 실용적인 물건을 찾고 있다.
박물관 기념품이 기존의 관광 기념품 시장을 대체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한국 여행에서 기념품을 사려면 인사동이 필수 코스였지만, 이제는 박물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