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는 같은 것 아닌가요? 석유산업의 구조
글로벌 에너지 기업, 비피(BP, British Petroleum)가 발간하는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정유회사들의 정제 설비 능력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비산유국이자 상위 5개국과 비교해서 인구와 지형적 크기도 작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5위를 차지한 것이 정말 신기한데요.
세계 59개 국가에 수출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석유산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네. 다릅니다.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가 같다고 아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정유회사는 석유 정제, 쉽게 말해 원유를 처리하여 수송 연료, 난방 연료, 석유화학제품 원료 등을 제조하는 산업입니다.
제조과정은 증류(원유를 끓는점을 이용해 분리시키는 공정), 정제(불순물 제거 등 품질을 향상시키는 공정), 배합(정제된 각 유분을 혼합하거나 첨가제를 주입하는 공정) 등 크게 3가지 과정으로 구분됩니다.
정유산업은 이런 과정을 통해 LPG, 휘발유, 경유 등의 연료와 석유화학의 기초가 되는 납사(Naphtha, 나프타)를 만듭니다. 국내 정유산업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회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정유업의 전방산업인 석유화학회사는 원유를 분해해 나오는 납사 또는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실생활에 쓰이는 화학제품들을 생산합니다. 플라스틱(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이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입니다.
석유산업의 구조는 크게 상류 부문(Upstream), 중류 부문(Midstream), 하류 부문(Downstream)으로 나눌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중류 부문을 하류 부문에 포함시켜 구분하기도 합니다. 물의 흐름이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연상하면 기억하기 쉽습니다.
상류 부문은 지하에 있는 석유를 탐사하고 개발하여 생산하는 것이고, 중류 부문이란 생산된 석유를 정유공장으로 운송하고 저장하는 것입니다.
하류 부문은 생산된 원유를 정제하고 판매하거나 이를 원료로 하여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분야를 칭합니다. 크게 원유 정제, 석유화학, 판매(주유소)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하류 부문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이 중에서 석유탐사 및 개발에 해당되는 상류 부문 사업만을 수행하는 회사를 ‘독립계 석유 회사’라고 부르며 비피, 엑손모빌(ExxonMobil), 쉘(Shell), 토탈(Total)과 같이 상류 부문부터 하류 부문까지 모든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회사를 ‘일괄 조업 회사’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납사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천연가스(에탄가스*), 석탄 등을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제품 제조 방식도 NCC(Naphta Cracking Center), ECC(Ethane Cracking Center), CTO(Coal to Olefin)로 구분됩니다.
* 에탄가스: 천연가스로부터 생산되거나 석유 정제 과정의 부산물로서도 얻어진다. 에틸렌의 대량생산을 위한 원료로 주로 사용된다.
NCC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정이며 납사가 원유에서 생산되므로 유가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결정됩니다. ECC와 CTO 대비 제조원가가 높지만,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ECC는 에탄가스를 원재료로 하며 천연가스가 많이 나오는 중동과 미국 등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었던 2010년대에 많이 사용된 방식입니다. 생산제품 중 에틸렌의 비중이 높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기에 제약이 많습니다.
CTO는 석탄을 원료로 하며 주로 중국에서 사용합니다. 원가경쟁력이 높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에틸렌 위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세 공정 중에 만들 수 있는 품목이 가장 제한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셰일가스
업체가 파산하면서,
에탄가스 공급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에탄가스의 원가가 상승해
ECC 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근래에는 NCC 업체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석유화학공업의 왕자’, ‘산업의 쌀’이라고까지 불리는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로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드는데 기초 원료입니다. 사용량이나 생산량은 한 나라의 화학공업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로까지 여겨집니다.
폴리에틸렌(PE, Polyethylene)과 폴리염화비닐(PVC, Polyvinyl Chloride), 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EVA, Ethylene-vinyl acetate copolymer) 등이 대표적인 에틸렌 계열 제품 원료인데요.
PE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며 페트병 뚜껑이나 식품 용기, 장난감, 세제나 화장품 용기, 파이프, 포장용 투명필름, 랩, 전신 피복 등을 만드는 제품입니다.
EVA는 주로 운동화 밑창이나 농업용 필름, 압출 코팅 등의 원료 수지로 사용되는데요. 장화나 텐트, 물놀이 튜브, 바닥 매트 등에도 EVA가 들어 있답니다.
우리 몸의 70%가 수분이라면, 우리 소지품의 70%는 석유화학제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석유산업이 없다면 우리 일상생활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의식주와 관련된 각종 생활용품에서
전자, 자동차, 건설 등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제품들이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죠.
지금까지 석유산업의 전체적인 개요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석유산업은 그 자체로서 대규모 산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산업인 토목, 플랜트, 공학설계, 철강, 조선, 발전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한 구심점이 됩니다.
또한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많은 경제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액에서 석유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ESG 트렌드와 탈탄소 정책으로 인해 기존 석유산업은 체질 개선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전기차 충전소, 수소 및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석유산업 관련 기업들도 그동안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에 에너지 절감, 환경 오염 저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술 개발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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