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걸그룹 美 데뷔 기대감 ‘솔솔’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5. 3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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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엔터주, 계속 갈까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올 들어 엔터주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4월 증시가 부진하던 상황에서도 엔터주는 굳건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 상승에 그쳤지만, 하이브·SM·JYP·YG 등 이른바 ‘빅4’ 기획사는 20%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에도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꺾일 줄 모르는 기세다.

엔터주 강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K팝 외연 확장이 지속되는 데다 신인 그룹이 줄줄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주요 아티스트 컴백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이 한동안 엔터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최근 중국이 ‘한한령’을 강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BTS 군 입대 문제없다

엔터 빅4, 합산 실적 사상 최대

엔터주 관련 실적이 단연 돋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4 기획사의 1분기 합산 매출액은 890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높은 수준이다. 합산 영업이익은 14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1위는 단연 하이브다. 1분기 매출 4106억원, 영업이익 525억원으로 모두 업계 1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 42% 성장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군 입대가 시작돼 우려가 있었지만, 멤버 지민의 솔로 앨범이 초동 판매량 145만장을 넘어서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데뷔한 뉴진스와 르세라핌을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도 한몫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자랑한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오른 157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36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462% 급증했다. 블랙핑크라는 걸출한 걸그룹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현재도 진행 중인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규모와 스폰서 관련 매출이 반영되며 실적이 급증했다. 특히 1분기 공연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에 달하는 40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월드투어가 후반부로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미니멈 개런티’가 대폭 상승한 영향이 크다.

YG엔터테인먼트는 해외 공연에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당 최소 보증금인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움직인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규모가 지난해 4분기 5억원에서 올해 1분기 21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1180억원, 영업이익은 42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났으며, 시장 기대치(271억원)보다도 55%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의 핵심은 지식재산권(IP) 매출 성과다. 공연 매출도 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하다. 그 외 대부분은 앨범, 음원, 굿즈 상품 등 IP 매출이다. 특히 굿즈 상품 매출이 275억원으로 두드러지는 성적을 올렸다.

반면 경영권 분쟁으로 떠들썩했던 SM엔터테인먼트는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5% 감소하며 빅4 기획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기획사들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증권가는 산업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예 기획사들의 1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IP 실적”이라며 “별다른 아티스트 활동이 없는 비수기에도 상품은 계속해서 팔리는 데다 고마진을 낼 수 있기 때문에, IP는 기획사가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니멈 개런티 증가 등 해외에서 국내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가 확실히 좋아졌다는 점도 K팝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하이브·SM·JYP·YG 등 4대 기획사 합산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LA’에서 걸그룹 블랙핑크가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中 ‘한한령’ 우려 크지 않다

올해 10개 신인 그룹 데뷔 예정

대형 기획사들이 줄줄이 호실적을 발표하며 5월 들어 엔터주는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돈 YG와 JYP는 지난 5월 18일 장중 9만5400원, 12만9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당시 종가 기준 빅4 기획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뜨겁다. 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15개 종목에는 YG와 JYP가 포함됐다. 외국인은 5월 24일까지 YG를 1340억원어치, JYP를 7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이브 역시 481억원어치 사들였다. 5월 24일 기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JYP(46%)로 집계됐으며 YG(19%), 하이브(18%), SM(15%)이 뒤를 잇는다.

기획사들이 아티스트에 대한 실적 의존도를 낮춘 점이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아티스트의 군 입대나 일부 멤버 탈퇴 이슈가 생기면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최근에는 기획사들이 멀티 레이블 체제를 통해 실적 안정성과 가시성을 확보했다”며 “국내 기획사의 역량이 강화되며 외국인들의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데뷔를 앞둔 신인 아티스트가 여럿 대기 중이라는 점도 향후 주가를 받쳐줄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미국에서 데뷔 예정인 걸그룹이다. 연말까지 이들 기획사에서 10개의 신인 그룹이 데뷔할 예정인데, 하이브와 JYP는 미국에서 활동할 걸그룹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미국 걸그룹 외 2팀씩 남자 그룹 데뷔도 예정돼 있다. 단기적으로는 데뷔 전부터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기대감을 키우는 YG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에 관심이 쏠린다. SM도 3팀의 아티스트가 올해 데뷔할 계획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인 미국 걸그룹 관련 기대감은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흥행한다면 또 한 번 엔터 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미국의 유통·마케팅 경쟁력에 한국의 IP가 결합해 시너지가 나타난다면 상당한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의 ‘한한령’ 재개 우려가 커지며 주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지난 5월 23일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갑작스럽게 출연이 취소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이어 중국 수도 베이징을 포함한 다수 지역에서 한국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 접속이 차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5월 24일 SM(-2.8%), 하이브(-2%), JYP(-1.9%), YG(-0.2%)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드 사태 이후 엔터사들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한한령이 계속되거나 되레 강화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 공연은 2016년 이후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고, 과거와 같은 한한령이 내려져도 중국인들은 외국에 나가서 상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기업의 기초체력을 흔들 정도의 큰 이슈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1호 (2023.05.31~2023.06.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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