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마리 흑두루미떼 모인 천수만을 보면서
이경호 2026. 3. 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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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새나래'와 세종탐조클럽 회원 6명은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탐조 활동을 진행했다.
천수만은 지금 세계적으로 중요한 흑두루미 이동 경로의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부터 수천 마리 규모의 흑두루미가 천수만을 찾기 시작했고, 먹이주기 활동 등이 이어지면서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나마 다양한 그룹이 천수만에 먹이를 주면서 흑두루미의 안정적인 중간기착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감사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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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모이는 것보다 제대로 나눠 쉬는 자연이 더 건강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13일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새나래'와 세종탐조클럽 회원 6명은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탐조 활동을 진행했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은 두루미들에게 중요한 시기다. 북쪽 번식지로 떠나기 전 충분한 먹이를 먹고 이동을 준비하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산 천수만 농경지에는 최소 세 개 이상의 대규모 무리가 형성돼 있었다. 논과 습지 곳곳에서 먹이를 먹는 두루미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늘에서는 "두룩두룩" 울어대는 힘찬 소리가 들판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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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두루미를 보는 회원들의 모습 |
| ⓒ 한기옥 |
현장에서 관찰된 흑두루미 개체수는 1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됐다. 천수만은 지금 세계적으로 중요한 흑두루미 이동 경로의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이전만 해도 이곳에는 순천만에서 출발하는 약 600~700마리 정도가 잠시 들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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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 흑두루미떼 |
| ⓒ 이경호 |
변화는 2011년 이후 급격하게 나타났다. 이 시기부터 수천 마리 규모의 흑두루미가 천수만을 찾기 시작했고, 먹이주기 활동 등이 이어지면서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2012년 약 2000마리가 기록됐고, 2013년에는 300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1만 마리 이상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전세계 약 1만 5천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을 감안하면 70% 이상이 천수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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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준설중인 해평습지모습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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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 사업 이전 구미 해평습지의 흑두루미 |
| ⓒ 대구환경운동연합 |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유역의 서식 환경 변화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흑두루미들은 낙동강 하류와 해평습지 등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북상했다. 그러나 낙동강에 8개의 대형보(댐)이 생겨나고 흑두루미가 이용하던 모래톱이 호수로 사라지면서 중간기착지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죽은 강을 살리겠다는 4대강 사업으로 살아 있는 습지가 죽고 흑두루미의 길마저 바꾸 버렸다. 그 결과 상당수 개체가 천수만 간월호 일대로 이동한 것이다. 대규모로 운집된 장관을 그대로 즐길 수 없는 이유다. 특정 지역에 개체가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질병 확산이나 먹이 경쟁 등 생태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천수만이 중요한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들이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강과 습지가 회복돼 다양한 휴식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명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가 빠르게 이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서산에 집중된 흑두루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나마 다양한 그룹이 천수만에 먹이를 주면서 흑두루미의 안정적인 중간기착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감사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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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수만에 비핸중인 흑두루미무리 |
| ⓒ 이경호 |
천수만에는 흑두루미뿐 아니라 다양한 겨울철새들도 함께 관찰됐다. 논과 하천 주변에서는 큰기러기 무리가 여전히 먹이를 찾으며 북상을 준비하고 있었고, 수면 위에서는 검은목논병아리떼가 잠수를 반복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이어졌다.
바다와 가까운 수역에서는 바다비오리가 빠르게 잠수하며 물고기를 사냥했고, 작은 습지와 모래톱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먹이 방식과 서식 공간을 가진 새들이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평화롭고 조화롭게 북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수만의 생태적 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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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식중인 노랑부리저어새와 대백로 |
| ⓒ 이경호 |
탐조에 참가한 회원들은 "수천 마리의 두루미가 들판에서 동시에 날아오르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며 "무사히 북쪽 번식지로 떠나 내년 봄 다시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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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이를 찾는 검은목논병아리 |
| ⓒ 이경호 |
지금 천수만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두루미 무리가 모여 있다. 그러나 진짜 바람은 다른 곳에 있다. 망가진 강과 습지가 회복돼 새들이 다시 여러 곳으로 흩어져 쉴 수 있는 환경이 돌아오는 것. 많이 모이는 것보다, 제대로 나눠 쉬는 자연이 더 건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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