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중동...트럼프 “내일 밤 이란 박살”, 이란 “호르무즈 모든 선박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오늘 밤 이란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하르그섬과 주요 석유 인프라를 확보해 이란의 석유·가스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는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해온 방식과 비슷하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모두에게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전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 인근과 호르무즈해협 주변에 4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한 공습을 감행한 데 이어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 장악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8일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격추된 데 따른 이틀째 보복 공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추가 공격을 예고하며 종전 합의에 서명할 것을 종용했지만,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공격하는 동시에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경하게 맞서며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온 휴전 체제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섰다.
아울러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11일 X(옛 트위터)에 “걸프지역 동맹국 피해와 페르시아만해협청에 납부된 통행료는 이란 자금으로 상쇄할 것”이라며 대이란 경제적 압박 수위도 끌어올렸다.
“서명하지 않으면 내일 밤 박살낼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49기를 이란의 목표물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공격에 대해 “우리가 오늘 밤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했다”며 “공격은 악랄하고 폭력적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직접 이란 당국자와 통화했고 이란 측에서 공습 중단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이날 폭격은 곧 멈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내일 밤 그들을 폭격해 박살낼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직접 전화를 걸어 공습 중단을 요청했다는 이란의 당국자가 누군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란의 관영 매체는 “당국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토마호크 발사 공개…“언제든 작전 가능”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국 시간으로 오후 9시쯤(이란 시간으로 11일 새벽 5시)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전역의 감시 능력, 통신 시스템 및 방공 기지를 공습했다”며 이틀째 공습 작전 완료를 알렸다.

중부사령부는 특히 호르무즈해협에 배치된 구축함 마이클 머피호(DDG 112)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제 발사되는 영상을 첨부하며 “미군은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치명적 타격 능력을 갖추고 언제든지 작전 수행이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란 매체들은 11일 새벽 남부 미나브, 시리크 지역에 여러 발의 적 발사체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게슘섬과 키시섬은 물론, 수도 테헤란에서 서쪽으로 40㎞떨어진 알보르즈·카라지 등에서도 폭발음이 감지됐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남부 지역의 담수화 공장과 식수 탱크가 파괴되면서 수만명이 식수 공급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란 관영 프레스TV는 “미군 공습으로 호르모즈간주(州) 시리크의 쿠헤스탁과 베마니 지역 주변 10개 마을에 대한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협상은 완전히 끝났는데 시간을 자꾸 끌고 있다(tapping and tapping)”면서 이란의 발전소·교량 등 인프라에 대한 공습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플로리다주 중부사령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 합의에 대해 ‘톡톡톡’(tap tap tap·시간을 끈다는 의미)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핵심 시설들(key facilities)에 폭탄이 ‘톡톡톡’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은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도 확전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습 직전 이란 측에 군사시설만 공격할 것이며 인명 피해는 의도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시 확인된 ‘전쟁의 뇌관’ 호르무즈
군사력을 동원해 종전 합의를 종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완전 폐쇄’ 카드로 맞섰다. 이란군은 이날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하고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한다”며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날 통항 금지 조치를 위반한 선박 두 척에 실제 발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호르무즈를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이란의 입장이 나오자 중부사령부는 ‘팩트체크’ 형식의 글을 통해 “오늘 밤에도 상선들은 해협을 계속 드나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란에 대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를 뚫고 이란산 석유를 운송하려 시도하던 유조선 한 척을 무력화했다고 11일 밝히기도 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미군의 관여 하에 일정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란의 협상 카드를 무력화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에서 지난달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지원하는 ‘비밀작전’을 지시했다며 “200척 이상의 상선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고, 1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시장에 공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석유 공급 덕분에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가 아니라 85∼90달러 수준에 있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했다.
‘자중지란’ 노렸다…‘타깃’ 된 중동 미군기지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위협과 함께 이날도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 등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특히 바레인의 미5함대 기지는 이틀 연속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목표물이 됐다. 요르단 동부의 알 아즈라크 공군기지, 쿠웨이트 내 공군기지 2곳, 이라크 북부 하리르에 있는 공군기지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드 무사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성명에서 “이 지역(중동 지역)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중동 국가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배경은 미국에 협조적인 걸프 지역 국가들의 불만을 고조시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결속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노림수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이 지속되자 중동 국가들의 외무장관들은 이날 바레인에서 회동한 뒤 공동성명을 내고 “걸프 국가와 국민을 겨냥한 모든 공격을 즉각적으로 완전하게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이란의 공격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물밑에서 이뤄지던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 중재를 위해 이란을 찾았던 카타르 협상단은 양측의 군사적 대립이 오히려 강화되자 이날 별다른 성과 없이 테헤란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무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발생한 미국의 불법적, 범죄적 공격으로 4월 8일부로 발효된 휴전 합의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하게 됐다”며 “이런 불장난으로 발생하는 매우 위험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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