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위험한 도박 감행"…10월 첫 거래일 공포지수 급등 [글로벌마켓 A/S]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미 백악관의 사전 경고 후 몇 시간 만에 이뤄진 이란의 미사일 공습은 위험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고 시장의 변동성을 밀어올렸다.
현지시간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73포인트, 0.93% 내린 5,708.75에 거래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엔비디아발 악재까지 더해져 278.81포인트, 1.53% 밀린 1만 7,910.36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73.18포인트, 0.41% 하락해 4만 2,156.97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2.91%), 마이크로소프트(-2.23%), 엔비디아(-3.66%) 등 주요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금리인하로 최근 반등을 보여온 소형주 러셀2000 지수도 1.36%하락했다. 6만 4천달러선을 바라보던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4% 가량 하락해 6만 1천달러선으로 밀려나는 등 위험자산 전반이 국제 정세 악화의 타격을 입었다.
지정학 위기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 지수는 15.12% 뛴 19.26을 기록했다. 중동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위험도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3%대 강세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3.7% 뛴 배럴당 74.35달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3.73% 급등한 배럴당 70.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 동부시간 1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을 겨냥한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지도부인 하산 나스랄라를 벙커버스터로 살해한 뒤 나흘 만이다. 이란측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고 다시 보복할 경우 "파괴적인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약 200발 가량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중부, 남부를 향해 발사됐고,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격은 이날 9시반 개장 직전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미 백악관 고위관리가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 미사일 보복 검토 소식으로 이미 예고됐다. 이날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와 ISM 구매관리자지수 등 지표 발표에 대한 경계감까지 더해져 시장은 개장하자마자 1%대 하락으로 출발했다.
이번 공격에 대해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 밤 이란은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앞으로 나아나고, 악의 축은 물러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양국간 집중적인 대비책으로 공격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이 큰 인명 피해 없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란의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 컨설팅 기업 르 벡은 "목표한 장소 중 어느 곳도 피해를 입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 결과가 제한적이라면 억지력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이날 대체로 급락했지만 방위산업 관련 종목인 록히드마틴이 3.64%, RTX가 2.67%, 노스롭그루먼도 3% 가까이 급등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에 엑슨모빌 2.31%, 쉐브론 1.68%, 코노코필립스 3.88% 등 에너지주도 강세를 보였다. 국제 금값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0.83% 오른 2,681.5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리나 토마스 분석가는 "런던 장외시장에서 7월까지 연 730톤의 강력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025년초까지 금값은 2,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기존 2700달러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25bp 인하할 때마다 ETF를 통해 6개월간 금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요가 금값 상승의 추가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 위기뿐 아니라 이날 여러 악재들이 이어졌다. 미 동부, 걸프만 36개 항만 소속 4만 5천 명의 노동자는 이날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대표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6년간 77%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50%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 식품, 차량, 가구, 건설 자재 유통이 막히면서 홈디포, 베스트바이, 달러제너럴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고용지표는 시장 예상을 깨고 3개월 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8월 미국 구인건수는 884만 건으로 7월 수정치 771만 건은 물론 예상 764만 건을 100만건 이상 웃돌았다. 건설과 운송, 유틸리티, 정부 부문 일자리가 강세를 주도했다. 이러한 지표는 연준의 통화완화 속도가 더져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주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전날 다소 매파적으로 남은 회의가 '50bp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 여파도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기업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미국 경제가 랜딩 없이 연 2~3% 속도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민간 경기 촉진 요소인 인프라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한 점도 주목했다. 그는 미래의 금리인하 폭을 보여주는 "포워드 커브에서 예상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며 이런 인하 예상보다 금리인하 폭이 적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시장의 핵심 종목인 엔비디아는 이날 또 다른 악재가 전해졌다. 대만 TF인터내셔널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개발하던 GB200 NVL의 듀얼 랙 서버 개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2개의 서버를 하나의 AI가속기로 작동하기 위한 설계 과정에서 132kW에 달하는 전력소모와 열 설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납품 대상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단일 NVL72 제품을 우선 개발할 전망이다. 궈밍치는 이 과정에서 조립과 냉각 솔루션 업체들의 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 공급으로 수혜를 입었던 델은 엔비디아발 악재와 창업자 마이클 델의 지분 매각에 4.54% 내렸다. 마이클 델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약 1천만주를 지난달 주당 평균 122.4달러에 매도해 11억 7천만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 델 테크놀로지는 지난 8월부터 영업인력을 줄이고 주5일 근무 복귀 등 비용 절감에 돌입한 상태다.
애플은 바클레이스의 매도 보고서가 추가로 공개되며 하락 압력을 받았다. 팀 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대만 공급업체 파악 결과 12월 아이폰16 생산량을 줄였다"며 "초기보다 약 15%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 아이폰 출하량은 5,100만 대로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어 버전 애플 인텔리전스의 내년 출시 등이 패착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선보인 저가형 아이폰SE에 애플인텔리전스를 탑재한 모델을 곧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이폰SE는 아이폰 기본형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중국에서 하락하고 있는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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