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 품고 종합금융 ‘길’ 열다…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CEO 라운지]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4.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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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내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73)의 숙원 사업인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보험·증권·자산운용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품게 된 교보생명이 여·수신 기능을 갖춘 종합금융 포트폴리오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것. 저출생·고령화로 생명보험업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이번 승인은 단순한 계열사 확장을 넘어 교보생명 체질을 바꾸는 분기점이라는 평가다. 다만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자본 건전성 관리,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 정리라는 묵직한 과제는 여전히 신 회장 앞에 놓여 있다.

1953년생/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서울대 의학대학원 석박사/ 1987년 서울대 의과대 교수/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현)/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 1999년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현) [일러스트 : 정윤정]
종합금융그룹 전환 ‘첫 단추’

여·수신 기반 확보로 체질 개선

금융위원회는 3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이후 약 1년 만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 SBI저축은행 지분 8.5%를 3000억원에 먼저 확보했다. 이번 승인에 따라 올해 안에 나머지 41.5%와 1주를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58.7% 수준이다.

신 회장이 SBI저축은행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지분 84.7%), 교보자산신탁(100%), 교보악사자산운용(50%), 교보AIM자산운용(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여·수신 기능을 갖춘 금융 계열사가 없어 포트폴리오 강화가 주요 과제로 줄곧 거론됐다. 고객 자금을 오래 머물게 할 계좌가 없어 영업 확대에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은 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저축은행 영역까지 넓히며 종합금융그룹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신창재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은행업 진출의 첫걸음이란 평가도 나온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만으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 장기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오래전부터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구상해왔다. 과거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나올 때마다 은행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당시에는 대주주 적격성, 자금 조달, 규제 환경 등 여러 한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는 그런 시행착오 끝에 찾아온 결실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보험 역량과 지방은행급 인프라를 갖춘 SBI저축은행이 만나 차별화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14조 저축은행과 시너지는?

외형·수익 키운 전략적 베팅

이번 승인이 “단순히 저축은행을 하나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SBI저축은행 체급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 14조5854억원의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5개 영업 구역을 확보하고 있어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1금융권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위원회는 2월 23일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통해 자산 5조원 이상인 SBI·OK·웰컴·한국투자·애큐온저축은행 등 5개사를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지방은행 또는 인터넷전문은행 전환 후보군으로 분류했다. 이들 저축은행 자산이 20조원을 초과할 경우 대주주 지분을 50%로 제한하는 등 은행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1금융권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산 규모 확대에 상응하는 지배구조 규율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산이 14조원 규모인 SBI저축은행은 이런 제도 변화에 가장 가까운 저축은행으로 평가된다.

양 사 간 시너지 역시 분명하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연계 대출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하는 한편, 보험계약대출이 거절된 고객에게는 저축은행대출을 연계하는 구조다. 이를 기반으로 가계대출 잔액을 1조6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측면의 효과도 적지 않다. 교보생명 앱 이용자 298만명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이용자 162만명을 합치면 약 460만명 규모의 고객 기반이 형성된다. 이는 보험에 익숙하지 않았던 MZ세대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유리한 자산이다.

교보생명 몸집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자산 14조5000억원 규모인 SBI저축은행을 편입하면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143조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현재(130조원)보다 10%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수익 확대도 기대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023년 6322억원, 2024년 6987억원, 지난해 763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SBI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924억원으로 전년 연간 순이익 89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주사·IPO 향한 큰 그림 여전

자본 부담과 FI 갈등이 변수

물론 SBI저축은행 인수가 곧바로 신 의장 숙원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 거래가 교보생명의 금융지주 전환과 IPO 재추진으로 이어질지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다. SBI저축은행 인수로 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원 다각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평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 있는 점도 신 의장 구상에 우호적이다.

과제도 적잖다. 가장 큰 변수는 자본 여력이다. 보험사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일반적으로 인적분할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지분과 유가증권 등이 지주사로 이동하면 보험사 본체의 가용자본이 줄 수 있다. 반면 보험계약 부채와 책임준비금 부담은 유지되거나 늘어난다.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에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킥스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보험사의 핵심 건전성 지표다.

저축은행 업황 자체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저축은행업권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한 이상 충당금 적립과 건전성 점검, 리스크 관리 강화는 불가피하다. 교보생명이 인수 직후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현실 인식과 무관치 않다. 저축은행 운영 경험이 없는 교보생명으로서는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축적한 경영 노하우를 유지하며 조직 안정화와 통합 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IPO 역시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보생명은 2022년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풋옵션 분쟁이 발목을 잡았다. 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등 일부 FI와의 풋옵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FI가 요구하는 가격과 교보생명 측 입장 사이 간극이 커 잔여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 추진 과정에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 IPO 추진과 금융지주사 전환은 교보생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과제로 지속해서 검토·추진해온 사안”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절차를 확정해 추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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