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살아났다…백화점 ‘호시절’ 언제까지 갈까
백화점 3사 주가가 11월 이후 가파르게 치솟는다. 백화점 업종에 우호적인 국내외 상황이 조성되면서다. 국내에서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자산 시장 회복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개선됐다. 대외적으로는 중일 갈등으로 한국 관광 수요가 증가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며 외국인 구매력이 높아진 점 또한 백화점 업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까지 백화점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소비 심리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하이엔드 제품군인 명품과 고마진 패션 카테고리가 회복 중이다. 주요 점포 리뉴얼에 따른 객단가 상승 효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4분기가 백화점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국내외 우호적 환경 조성
백화점 3사 주가는 올 들어 평균 70% 이상 상승했다. 12월 1일 종가 기준 신세계 76%, 현대백화점 106%, 롯데쇼핑 36%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주가가 부진했지만, 하반기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백화점 주가는 저점을 찍었다. 반등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시작됐다. 새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약 45조원 규모 추경과 소비쿠폰 지급으로 내수 회복을 지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월 7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소비 부양책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 정책도 소비 심리 개선에 한몫을 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자본 시장 선진화에 박차를 가했다.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과 불공정 거래 규제 등을 추진하며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했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주요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정책도 백화점에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에 방문하는 절차가 간단해지며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해 지갑을 열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중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고, 매출은 40% 증가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대 초반에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때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지출 증가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백화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에 전쟁 등 긴급 사태가 벌어질 경우 자위대 무력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꺼내며 중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등 양국 간 여행 심리가 위축됐다. 그 결과 일본 여행을 계획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며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백화점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외국인의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어,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는 확대될 여지가 있다.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져 백화점 매출 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명품·고마진 패션 ‘회복’
대내외적으로 백화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백화점이 호황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백화점 3사 모두 올해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 매출은 신세계 2조6700억원, 현대 2조4510억원, 롯데 3조3310억원씩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3사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신세계 4060억원, 현대 3960억원, 롯데 48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수익성 개선폭 확대 기대감이 커진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신세계백화점이 매출 2조7620억원, 영업이익 45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3%, 12%씩 증가한 수치다. 현대백화점은 매출 2조5330억원, 영업이익 435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3%, 10%씩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3조4040억원, 영업이익 5280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각각 2%, 8%씩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3사 중 롯데쇼핑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신세계는 대형점 리뉴얼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전체 매출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강남점에서 지난 2년간 공사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을 열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순차적으로 오픈하며 정상 영업 면적을 늘려가는 중이다. 명동 본점은 지난 3월 신관을 리뉴얼해 명품과 럭셔리 매장 비중을 확대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샤넬 매장을 유치한 본점 더 헤리티지가 내년 실적을 기대케 하는 주된 요인이다. 부산 센텀점은 지난 9월 기존 면세점 공간을 약 1900평 규모 복합 콘텐츠 매장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이를 통해 MZ세대를 위한 쇼핑 공간을 확대하고 외국인 관광 수요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신세계를 유통 업종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32만원으로 제시했다. 12월 1일 종가(23만4000원) 대비 약 37%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는 대형점 리뉴얼 효과가 돋보인다”며 “실적 추정치와 배수(멀티플)가 동시에 상향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3사 중 상대적으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더현대 서울이 외국인 관광객 필수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향후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 확대 수요가 경쟁사 대비 클 것으로 기대된다. 4대 핵심 점포인 압구정 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해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이 좋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백화점을 최선호주로 꼽는다. 목표주가는 11만5000원으로 12월 1일 종가(9만7200원) 대비 18% 높다.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효율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며 매출이 높아질수록 영업이익이 더 크게 개선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4분기부터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안정적인 본업 성장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됐다”고 평가했다.
롯데쇼핑은 경쟁사 대비 실적 성장세가 약하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외 할인점과 슈퍼 등 다양한 유통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정비 부담이 높다. 다만 배당수익률이 5% 이상으로 높고, 약 37배인 주가수익비율(PER)이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기 때문에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8호 (2025.12.10~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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