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고령 펭귄들, 백내장·렌즈 삽입 수술 받아

펭귄 안구 렌즈 삽입술은 세계 최초
"수술 성공적…시력 회복해 활동성 되찾아"

싱가포르의 수의학계가 고령 펭귄들에게 백내장 수술과 안구 렌즈 삽입술을 진행해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펭귄이 안구 렌즈 삽입술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CBS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동물보호단체 '만다이 야생생물 보호(Mandai Wildlife Reserve)'는 전날 성명을 통해 서부 주롱 지역의 '주롱 새공원'에 사는 펭귄 6마리가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으며 이 중 3마리는 안구 렌즈 삽입술도 받았다고 밝혔다.

백내장 수술 등 안과 치료를 받은 싱가포르 펭귄의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들 중 3마리는 임금 펭귄으로 모두 20세 이상 고령이고, 나머지는 7∼13세 사이 훔볼트 펭귄이다. 황제펭귄 다음으로 덩치가 큰 펭귄인 임금펭귄은 몸무게 최대 18㎏, 키 최대 1ｍ 크기까지 자라며, 평균 수명은 26년 정도다. 펭귄 6마리는 모두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으며 고령인 임금 펭귄 3마리는 이후 맞춤형 안내렌즈 삽입술까지 추가로 받았다. '만다이 야생생물 보호' 측은 펭귄이 안구 렌즈 삽입술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수술에 참여한 수의사 엘런 라시디는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는 펭귄들의 눈이 뿌옇게 흐려진 데다 이들이 눈앞의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펭귄들의 시력 향상을 위해 백내장 수술에 이어 렌즈 삽입술도 하게 됐다"며 "임금 펭귄의 경우 몸집뿐 아니라 눈도 다른 펭귄에 비해 커서 렌즈 삽입술을 진행하기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삽입술에 사용한 렌즈는 임금 펭귄 3마리의 눈에 딱 맞도록 독일에서 2달 동안 맞춤 제작했다.

수술을 함께한 또 다른 수의사 글래디스 부는 "물속에서 펭귄의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 번째 눈꺼풀이 시술 도중 계속 닫히는 바람에 시술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도 "이번 렌즈 삽입술이 수의학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임금펭귄 안구에 삽입된 렌즈. [사진출처=연합뉴스]

CNN은 수술 후 펭귄 6마리는 한동안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매일 두 번씩 안약을 넣어야 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지금은 펭귄들 모두 시력을 회복해 이전 수준의 활동성과 반응성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시디는 "펭귄들의 시력이 향상돼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임금 펭귄들도 새 렌즈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지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조류 공원인 주롱 새공원은 유명 관광지면서도 새 병원, 조류 연구 보존 센터 등을 함께 운영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조류를 보호하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롱 새공원은 지난 1월 3일 이후 잠시 문을 닫고 싱가포르 북부의 만다이 야생보호구역으로 이전한 다음 내년 2분기 중 '버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