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텔레그램 내용, 김건희가 '돕기 어렵다'는 취지"
[곽우신 기자]
▲ 9월 19일자 뉴스토마토 3면. |
ⓒ 뉴스토마토 PDF |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관련 불똥이 본인과 당으로 옮겨붙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작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나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혹은 명태균씨 모두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의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조차 텔레그램 메시지 확보 여부에 대해 함구하며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여야 모두 해당 메시지를 봤다고 하는 이준석 의원에게 검증 책임을 물으면서, '칠불사 회동'에 나섰던 이 의원이 연일 협공 당하는 모양새이다.
▲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주영, 천하람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유성호 |
당시 개혁신당은 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 '5명'을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정당 보조금과 TV토론, 기호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한 지위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같은 정치적 목적 때문에 김영선 전 의원과 일부러 접촉하거나 거래를 시도한 건 아니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로 여론이 악화됐을 당시, 수산시장 수조 물을 직접 마시는 퍼포먼스로 조롱의 대상이 된 김 전 의원을 굳이 적극 영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준석 의원과 명태균씨 모두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경상남도 칠불사에서 만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 와중에 비례대표 1번 혹은 3번이라는 순번이 언급되고 있는데,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대가로 누가 먼저 비례대표를 제안 혹은 요구했는지 진실공방이 일고 있다.
또한 김 전 의원을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원래 저랑 오래 알고 지냈고, 5선 의원급이 '뭔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데 가서 만나는 게 어디가 이상한가?"라고 되물었다. "대선 때도 새벽같이 다니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제보도 받고, 민주당 계열 영입 인사 타진도 하고 그랬는데?"라며 "그중에서 말 되는 제보도 있을 테고, 아닌 거도 있을 테고, 우선 들어는 본다"라는 이야기였다.
▲ 이준석 의원은 20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뉴스토마토> 보도 관련 본인의 생각을 적은 글을 몇 차례 올렸다. |
ⓒ 이준석 페이스북 |
또한 다른 페이스북 포스팅에서는 "명태균 사장의 전화통화 녹취에 나온 내용의 진위를 저한테 물어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도 꼬집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지인에게 전화 걸어서 '내가 사실은 프리메이슨한테 이야기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어'라고 했는데 그 녹취가 어디로 유출되었다고 해서 이재명 대표가 프리메이슨과의 관계를 해명해야 되는 건 아니다"라는 논리였다.
그는 "그 전화를 한 사람이 해명하면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프리메이슨과 연관이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냥 이야기를 퍼뜨리고 이재명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할 것이다. 그 비슷한 걸 하고 계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19일)에는 "텔레그램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사람은 뭔가?"라며 "애초에 공천 개입이 애매하다고 했던 건, 텔레그램의 내용이 김영선 전 의원 측의 요청을 그분이 '돕기 어렵다'고 하는 취지인데, 도대체 뭘 바라고 이 판을 끌고 나가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오히려 본인이 본 텔레그램 내용은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의 요청을 거절하는 뉘앙스였다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뉴스토마토>에 먼저 정보를 흘렸다든가, 최근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법적 혐의를 털어버리게 된 '대가'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정황을 덮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여의도에 횡횡하고 있다.
또한 진영별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준석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것인지, 텔레그램 원문 메시지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은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묻고 있다. 이 의원의 격앙된 반응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비례대표 달라는 주장, 현장에서 거부... 아무리 생각해도 약하다"
이 의원은 다른 게시글을 통해 지난 칠불사 회동 전후 상황을 상세하게 해명하기도 했다. "2월 29일 오전 8시 44분, 김영선 의원 측 관계자가 김영선 전 의원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만나보라고 종용"했다며 "당일 일정을 마치고 밤에 이동, 새벽 1시경 도착"했다고 알렸다. <뉴스토마토> 보도에는 '밤샘 협상'이라고 표현됐지만, 이준석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새벽 4시에 칠불사를 출발해서 서울로 귀환"했다고 하니 약 3시간가량 머물렀던 셈이다.
또한 현장에서 해당 텔레그램을 확인한 후 "내용이 빈약하다" "완결성이 없다"라는 반응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시 김해에 공천 신청한 김영선 의원의 결과도 안 나왔고, 창원에 신청했다는 사람 결과도 안 나와서 주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며 "비례대표 달라는 주장은 현장에서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이 의원은 오히려 "3월 1일 오전 11시 13분에 해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이야기한 내용이 '아무리 생각해도 약하다'라고 재차 말했다"라며 "3월 1일 오후 2시에 금태섭 의원 종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다수의 개혁신당 관계자들이 참석, 그 자리에서 해당 내용을 관계자들에게 공유"했다고도 전했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부정적"이었다는 것.
이어 "3월 8일까지 누차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과 그 가족에게 김영선 후보 측에서 찾아가고 비례대표 공천을 해달라고 이야기"한 것이 "개혁신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방증"이라고도 강조했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후보로 공천된 과정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 일임"했다며 "경상남도는 헌정사 이래 한번도 여성 지역구 의원이 배출된 적이 없어서 여성 국회의원 배출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공관위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이 "경남에 연고가 없다는 평론가들의 이야기와 달리, 김영선 의원은 경남 출신이고 경기 고양·일산에서 정치하다가 이미 6년 전쯤 경남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 도지사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에 여러 번 도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스토마토> 기사에 본인이 'A 의원'으로 등장하게 된 데 대해서도 "이번에 나간 보도에 대해 따로 보도를 위한 짜임새 있는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라며 "몇 달간의 다른 대화 중에 있던 파편을 모아 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뉴스토마토> 측에서는 텔레그램의 캡처본 제공을 보도 전까지 계속 요구했고,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꾸준히 전달"했다고 알렸다. "내용의 불확실성도 꾸준히 언급"했음에도 "결국 보여준 사람, 본 사람의 내용 부정 속에 보도 강행"됐다는 비판이었다.
▲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회사 방침상 그거를 말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
ⓒ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전략적으로 저희가 한 번에 다 보도하지 않는다. 장기전으로 간다"라며 "일단 여러 정황적 증거들이 있고 그걸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이유였다. 또한 "김영선 의원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건으로 끝날 건이 아니다"라며 "굉장히 다각도로 상황이 펼쳐져 있다"라고도 전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와 통화한 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였음을 강조하며, 추가 보도도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기존 기사의) 연장선에서 보도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게 나갈 수도 있다"라며 "정윤회 문건과 비슷한 내용도 확보를 했다"라는 것.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불거진 '문고리 3인방' 의혹 보도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알렸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정권 차원에서 큰 문제가 불거질 만한 내용을 취재 중이라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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