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법제화, 한국 이대로라면 금융시장서 낙오”

장은현 2024. 9. 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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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큰증권 시장은 '글로벌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토큰증권(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대표되는 조각투자 활성화 프로젝트 '프로젝트 펄스'를 이끌어 온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스크럼 부장은 현재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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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사]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스크럼 부장 인터뷰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스크럼 부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한국 토큰증권 시장은 ‘글로벌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토큰증권(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대표되는 조각투자 활성화 프로젝트 ‘프로젝트 펄스’를 이끌어 온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스크럼 부장은 현재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기초가 되는 STO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한국 STO 시장이 확장 기회를 놓치고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각투자업체들은 경영난으로 고사 직전이다.

이 부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각투자업체들은 해외로 떠나고 시장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국부 유출은 물론 미래 금융산업 발전에 큰 저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STO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 시장은 정체되면서 국내 조각투자업체의 ‘혁신성’도 떨어졌다. 이 부장은 “2022년만 해도 우리나라 조각투자업체가 내놓은 아이템들이 굉장히 혁신적이었다”며 “그러나 2년 동안 시간을 낭비하면서 국내 STO 시장은 발전하지 못했고 기발한 상품들도 출시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 법무법인 광장이 모여 지난 3월 출범한 ‘프로젝트 펄스’는 이달 말 ‘분산원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분산원장은 토큰증권을 발행할 때 필요한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이다. 특정 기관의 중앙화된 서버가 아닌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한다. 분산원장을 출시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해외 프로젝트와 협업을 추진한다는 게 프로젝트 펄스의 계획이다.

때마침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조만간 STO의 법적 기반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도 하반기 새로운 투자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공모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증권사와 관련 기관들은 플랫폼 구축 등 본격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 부장은 법제화와 더불어 디지털자산 산업의 방향성이 담긴 공식 가이던스 마련과 해외 업체와의 협업을 위한 퍼블릭 블록체인망 승인 등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싱가포르투자청과 JP모건 등이 참여하는 토큰화 검증 프로젝트 ‘프로젝트 가디언’ 등에서 협업 문의가 왔었지만 당장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준비돼 있지 않아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며 “일본처럼 토큰증권 사업을 담당할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는 일도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TO에 이어 ‘전통자산의 토큰화’ 작업을 구상할 예정이다. 이 부장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는 ‘나중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도 모두 토큰화될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화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 경우 한국이 ‘갈라파고스’가 돼 외딴섬처럼 있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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