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맞춘 '한동훈의 100일'…평가는 '쇄신' 혹은 '분열' 엇갈려 [정국 기상대]
여야의정 협의체·금투세 폐지 추진도 성과로 꼽혀
수평적 당정관계 정립 과정서 갈등 촉발했단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한 대표는 100일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변화와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과정 속에서 한 대표가 보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김건희 여사 논란 해소 노력 등 '여당 내 야당' 행보는 민심 확보의 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른바 '윤한(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갈등'이 부각되면서 여권 계파 분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가진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변화를 시작합니다', 나의 당대표 취임 일성이었는데 민심에 반응하고 더 유능해지고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 국민과 당원의 명령이었다"라며 "100일 동안 그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지난 100일, 민생정치, 대한민국의 우상향, 청년정치, 정치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취임 100일 간의 성과로 의료상황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추진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가장 많이 얘기하고 힘을 준 건 '여야의정협의체' 등 의료상황 해결"이라며 "어제 정부가 의대생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냈다"며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의료단체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 폐지'를 집요하고 강하게 얘기했다"며 "어제(29일) 당정이 금투세 폐지를 발표하자 주식시장이 즉시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더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출범,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당 인재영입위원회 상설화 등도 성과로 언급했다.
한 대표는 당의 체질 개선, 수평적 당정관계 정립 노력도 기울여왔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60% 정도 득표했다. 부산 국정지지율과 괴리가 굉장히 크다"라며 "당을 바꿨더니 (국민이)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 약속만으로도 다짐에 가까운 100일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또 "우리가 민심에 조금 더 다가가고 민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국민이) 민주당이 아니라 우리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것'이라며 "그런 절실한 마음으로 내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겠다고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김건희 여사 문제에 초점을 맞춘 행보에 주력했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안팎의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해소 노력,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한 대표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한 대표의 언급처럼 당정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수성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2일(10월 4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2%로 본지 여론조사 이래 역대 최저 지지율을 경신했다.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10월 2주) 대비 3.7%p 하락한 수치로, 부정평가는 2.8%p 오른 74.4%였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은 32.7%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부산·울산·경남에서 27.1%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9%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한 대표의 차별화 행보가 당내 '분열'을 키웠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친한(친한동훈)계 만찬 회동으로 '세 결집'을 하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고강도 대처를 예고했다.
앞서서는 한 대표가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것,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이 당정 갈등, 계파 갈등을 키웠다는 일각의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대표에 대한 당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 취임 이후 100일간의 행보에 대해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고 민심을 따라 갈 때 결국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어려움은 있지만 민심을 따라가는 면에선 변화와 쇄신의 방향이 맞다"라고 평가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부터 총선에서 참패했던 것은 결국 민심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도 "성과를 이야기 한다면 그 부분은 조금 조금씩 평가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도 통화에서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분열을 한 대표가 일으킨 게 아니라, 그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실이 문제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가 당내 분열을 부추기기보다 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운명체이고 여당 대표다. 이런 점을 좀 더 생각하셔야 된다"며 "현재권력의 무덤 위에 미래권력의 영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명구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를 향해 "혼자 가시지 말고 함께 가시기를 바라고 우리 전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우리 당원들이 바라는 곳으로 함께 손잡고 통합의 메시지를 내시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강력히 초선 의원으로서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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