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 최소 1조원…3분기 상장 목표 [IPO 따상 감별사]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3.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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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ES 2022’에 전시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스마트팜에서 자란 사과나무의 사과를 수확·포장하고 있다. (두산 제공)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대어급 업체들이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당초 컬리,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카운티, 오아시스 등이 투자자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5곳 모두 공모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했다.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형 공모주들이 ‘따상’ 행진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어급 IPO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협동로봇 제조 업체 두산로보틱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로봇이 연초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로 떠오르면서 두산로보틱스를 향한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시장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주관사 선정을 마치며 상장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두산로보틱스 몸값은 최소 1조원 수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1조원 이상 몸값은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 1위

북미·유럽 시장서도 높은 경쟁력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 규모 협동로봇 제조 업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로봇이다. 직원을 대신해 일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최근 인건비 증가와 노동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협동로봇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8억3624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50억8849만달러(약 6조7000억원)로 연평균 43.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협동로봇 시장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두산로보틱스는 매년 해외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해외 로봇 전시회에도 꾸준히 모습을 비추고 있다. 해외 매출을 매년 꾸준히 늘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의 유럽·미국 시장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70%까지 확대됐다.

선진국에서 판매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수요 증가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일정 무게 이상의 짐을 노동자가 들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가 존재한다. 이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아시아 국가 대비 노동자 복지 수준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를 대체할 만한 로봇 사용처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국내 협동로봇 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 판매 실적과 명성을 보유한 두산로보틱스가 향후 매출 확장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꾸준히 협동로봇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협동로봇 1000대 판매를 달성했다. 매출은 2021년 370억원, 지난해 45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70%, 17.2%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성장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2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지난해 글로벌 협동로봇 업체들 성장률이 7%대에 그쳤기 때문에 올해 두산로보틱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기존 5위에서 3~4위로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년 새 몸값 2배 ‘껑충’

특례상장 가능성 높아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는 2년 전만 하더라도 1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021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벤처캐피털(VC)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원 투자를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가치는 4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투자 유치 후 2년이 지난 현재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는 최소 1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전망의 배경은 최근 증시에서 로봇 업체 기업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인보우로보틱스다. 연초 삼성전자가 약 590억원을 들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인수하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주식 시장에서 3만44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2월 말 주가는 9만2600원에 달했다. 2개월 사이에 약 170% 상승한 셈이다.

사실 레인보우로보틱스 실적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업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멀리 보면 로봇 산업이 매력적인 업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대기업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테마성으로 주가가 급등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이 200억원이 안 되는데, 현재 시가총액은 2조원에 달한다”며 “단기 급등에 의한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글로벌 추세가 인건비 상승과 인구 감소 등으로 로봇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실적보다는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 역시 현재 매출보다는 향후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 시가총액이 약 2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매출이 3배 이상 많은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두산로보틱스가 대표 상장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은 로봇 업체 상장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 업체 13곳 중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업체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로보스타, 에스비비(SBB)테크, 티라유텍 등 5곳이다. 최근 3년간 5개 업체를 상장시킨 만큼, 로봇 산업에 대한 이해도 높다는 후문이다.

단, 두산로보틱스가 조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면 ‘특례상장’을 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특례상장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상장할 때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로봇 업체 특성상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익을 내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일반적인 상장 절차를 밟으면 기업가치가 1조원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성장성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 실적을 따졌을 때 조 단위 기업가치로 평가받기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 시 주로 사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로는 만족스러운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례상장을 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례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고려해 재무 안정성이 낮더라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향후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산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기술성 평가 없이도 증시 입성이 가능하다.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가 올해까지 수익성을 크게 높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다른 로봇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두산로보틱스가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어렵지 않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가을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까지 시장 흐름과 투심을 잘 읽는다면 IPO를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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