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영 LG전자 북미 대표 "올해 미국 '빌더' 시장서 가전 톱 3 달성 가능할 것"
美 트렌드 변화 반영…36인치 대형 인덕션
고급 마감재 등 옵션 다양화
SKS 럭셔리 브랜드에 AI 기능 강화
제품군에 '세탁기' 추가하며 차별화

"LG전자는 올해 연말이 되면 (북미 가전에서) 톱 3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곽도영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KBI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상호관세, 미국 국내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등으로 주택경기가 많이 침체한 상황에서 두 자리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 생활가전 시장은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미국 가전 시장은 크게 개인(B2C)과 빌더(B2B)로 구분되는데, B2B 시장인 '빌더' 분야는 전체 가전 시장의 약 20%(약 7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집을 지을 때 가전제품을 미리 내장(빌트인) 후 분양한다. 이때 대형 건설사인 빌더가 수천 가구에 들어갈 가전을 한 번에 계약하는데, 이를 '빌더 시장'이라고 한다.
LG전자는 성숙기에 접어든 가전 시장의 돌파구로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빌더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최근 3년 간 LG전자의 미국 빌더 시장 성장세는 눈에 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0% 급증했고, 2025년은 40% 증가하며 연평균 45% 고속 성장 중이다.
빌더 시장은 경기 대비 민감도가 낮아서 수요가 안정적이며, 건설사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가전 기업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빌더 입장에서 10년 뒤에도 가전 수리가 가능하길 바라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만 상대하고, 수백 세대에 가전을 동시에 설치해야 하므로 설치와 관리 등 물류망이 없으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힘들다.
LG전자가 빌더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 지 3년 만에 성과를 낼 수 있던 배경에는 브랜드 신뢰도가 한몫했다. 곽 대표는 "이미 LG전자 가전에 대한 개인 소비자의 만족도는 증명이 됐고, 미국 빌더에게도 이러한 신뢰도가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빌더 시장에서 트렌드는 '주방의 변신'이다. 주방을 거실과 통합해 확장하고, 오픈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 때문에 주방 가전의 사이즈도 커지고, 고급화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곽 대표는 "가족의 생활과 문화, 엔터테인 중심으로 주방과 거실이 합쳐져 새 복합공간으로 탄생하고 있다"며 "주방이 넓어지면서 가전의 형태도 메인 냉장고, 와인 냉장고, 아일랜드 식탁의 미니 냉장고 등 다양해지고 있다"며 "빌더 쪽에서 이런 옵션을 역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LG전자 입장에서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럭셔리 브랜드 'SKS'(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올해 스테인리스 마감재, 36인치 대형 인덕션, AI 기능 확대 등을 선보이며 빌더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AI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조리가 되는 시연이 관람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번에 선보인 시그니처 냉장고의 AI 기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품군에 세탁기를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은 "고객이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시간대 등을 학습해 주로 사용하는 시간에 냉각속도를 크게 올려서 문 열어도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기능이나, 미국처럼 얼음 많이 쓰는 고객을 겨냥한 만빙률 주기를 스스로 짧게 설정하는 AI 기능 등을 담았다"며 "경쟁사도 AI 기능을 갖고 있지만 LG전자는 AI 기능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모터, 컴프레셔 등)을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빌더 두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빌더는 보통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한다. 특히 A 빌더와는 LG 가전만 사용하는 독점 계약을 성사했다.
곽 대표는 "미국 빌더 시장의 경우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가전 4종(쿠킹, 후드, 냉장고, 식세기)이 반드시 설치되어야 미국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빌더 입장에서는 가전 제품이 집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완성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제품 배송, 설치, 관리 등의 인프라가 빌더 시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준공검사에서 가전 4종이 필수 항목이므로, 가전 기업은 빌더의 건설 일정에 맞춰 납기를 해야 한다. 만약 가전 제품의 납기가 틀어지면 준공검사도 연기되고, 매매 일정도 모두 지연된다.
곽 대표는 "100년 업력의 GE는 메인 물류창고-지역별 허브 물류창고-건설현장 등 130여개의 허브에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LG전자는 미국 전역의 건설현장에 배송, 설치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고, 현지 배송 및 설치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외변수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상호관세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밸류체인을 마련한 상황이다. 곽 대표는 "밸류체인의 글로벌 셋업은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더 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응 지침을 상당히 많이 마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인해 남미 법인도 변수이지만,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곽 대표는 "미국의 대형 제조사들이 멕시코를 역내 생산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멕시코에 장벽이 생기면 사업을 제대로 할 기업이 몇 곳 없다"며 "원산지 규정을 변경하거나 강화하는 식으로 미국에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미국 부품사와 협업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랜도=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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