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중 유족들의 청원 "로켓배송 연료 된 아빠, 쿠팡 청문회 열어주세요"

복건우 2024. 10. 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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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망 노동자 유족 정금석·우다경·박미숙씨 전화 인터뷰 "청원 동참으로 손 잡아주시길"

[복건우, 이정민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 주최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과로사 문제 책임회피 쿠팡 규탄!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과 쿠팡 남양주2캠프에서 일했던 고 정슬기씨의 부친인 정금석씨가 "국회는 조속히 쿠팡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관한 이야기가 국회에 계속 들어가니까 저희들 이야기는 사고 났고 사망 했다 정도로 반짝 나오고 끝나버렸어요. 묻혀버렸어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

"제 남편이 죽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어요. 100살까지 살 줄 알았어요. 대통령 가족이 죽어도 이렇게 가만히 있겠냐고요. 방관하고 있겠냐고요." (쿠팡 일용직 노동자 고 김명규씨 배우자 우다경씨)

"국정감사 끝나면 청문회라도 열어서 이 쿠팡의 죽음들을 규명해 주세요. 큰 소리로 윽박지르고 호통만 치지 말고요. 정말 마지막이에요."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씨)

쿠팡 사망 노동자 유족들이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에 '쿠팡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게시했다. '5만 명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일주일 만에 1만 6000명 넘는 시민들이 청원에 동참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와 과로사 등 쿠팡 노동자 문제가 실종된 채 '김건희 이슈'로 여야 간 강경 대치전이 벌어지는 상황에 유족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1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한 유족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이윤만을 좇는 쿠팡에 더는 소중한 생명들을 빼앗겨선 안 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죽음인 만큼 청문회 개최로 우리 자식과 가족을 지켜달라"라며 시민들의 청원 참여를 호소했다.

두 번째 쿠팡 청문회 청원 "노동자들의 생명을 연료로..."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쿠팡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 16일 오후 5시 30분 기준 1만 6475명이 동의했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을 보면 쿠팡 사망 노동자 유족 정금석·우다경·박미숙씨는 지난 10일 청원자 조혜연 김용균재단 활동가(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명의로 '쿠팡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이들은 "쿠팡에서 일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는 없도록, 쿠팡이 죽음을 부르는 로켓·새벽배송으로 인한 문제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쿠팡 청문회 개최를 청원한다"라고 밝혔다.

정금석씨는 청원글에서 "제 아들 정슬기는 쿠팡에서 1년 2개월 동안 로켓배송 택배기사로 일하다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과 과로사를 당한 것"이라며 "슬기 휴대폰에는 '개 같이 뛰고 있다'는 카톡 메시지가 관리자와의 대화에 남겨져 있었다. 겨우 41세 나이에 가족 곁을 떠나 아내와 자녀 4명만 남았다. 중학교 1학년 첫째는 '아빠가 로켓배송 연료가 됐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남편과 아버지 없이 며느리와 손주들은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우다경씨는 "제 남편 김명규는 지난 8월 근무 중 쓰러질 당시 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제게 '일이 너무 버겁다'고 말하고 자리로 간 지 10여 분 만에 쓰러졌다"라며 "그날 쿠팡 프레시백 세척 일을 하고 있던 남편은 4인 1조로 하는 작업라인에 1명이 부족해 건너편 라인의 세척 작업까지 2명분의 일을 떠맡았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아이에게 너무나 자상한 아빠이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남편이 떠나버려 아들은 세상을 잃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미숙씨는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일하다 2020년 10월 사망한 아들은 운동과 먹는 걸 좋아하는 평범하고 건강한 27세 청년이었다"라며 "키 172cm에 몸무게 78kg의 건장했던 아들은 쿠팡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 여 뒤 15kg이 빠졌다. 그런데도 쿠팡은 덕준이가 음식을 거부한 채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사망에 이르렀다며 과로사를 부정한다. 덕준이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쿠팡은 노동자들을 피와 땀과 생명을 연료로 혁신이라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청원 종료까지 3만여 명... 유족들 "쿠팡을 막아달라"
 전국택배노동조합 주최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과로사 문제 책임회피 쿠팡 규탄!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과 쿠팡 남양주2캠프에서 일했던 고 정슬기씨의 부친인 정금석씨가 "국회는 조속히 쿠팡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정씨와 박씨는 지난달에도 쿠팡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으나 '5만 명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됐다. 두 사람은 "저희 아들들은 쿠팡을 위해 개처럼 일하다가 집으로 오지 못했지만 쿠팡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쿠팡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파악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은 계속될 것"이라며 당시 청원 이유를 밝혔다. 우씨도 지난달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 청원에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언론보도로 알려진 것만 노동자 20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물류센터와 배송 기사를 가리지 않고 사망자가 발생했고 대부분 사고가 아니라 쓰러져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라며 "계속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쿠팡은 매번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지난해 마지못해 불려 나온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홍용준 쿠팡 CLS(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는 새벽 노동에 종사하는 배송직 근무 여건이 그렇게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살인적인 로켓배송의 문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윤만을 좇는 쿠팡 같은 기업에 소중한 생명을 빼앗겨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쿠팡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는 청원을 하고자 한다. 쿠팡에 잘못을 제대로 따져 물을 수 있도록, 쿠팡 노동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쿠팡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반까지 시민 1만 6475명 동의를 받았다. 유족들이 청원을 등록하고 지난 10일부터 동의를 받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우선 30일 안에 100명의 동의를 받은 뒤 국회의 청원 요건 검토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통과하면 30일 안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5만 명 동의가 이뤄질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심사해야 한다.

유족들은 쿠팡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열려야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과로사와 산업재해 등 노동 문제가 국회에서 상대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금석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구로만 보는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희생될 수밖에 없다"라며 "방치된 죽음들은 언젠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국회라도 나서서 청문회를 개최해 쿠팡을 막아달라"라고 호소했다.

박미숙씨는 "정치인이든 쿠팡이든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야간 노동 규제에 발뺌만 할 뿐 이들의 죽음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며 "겨울철 혹한기를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더 쓰러질 수 있을 텐데 쿠팡 결정권자인 김범석 의장이 하루라도 빨리 청문회에 나와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우다경씨는 "쿠팡 청문회에서 이사진과 관리자들의 이름을 쭉 불러봤으면 좋겠다. 쿠팡 뒤에 도대체 무슨 권력이 있길래 그렇게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도 법에 걸리지 않는지 밝혀졌으면 한다"라며 "시민들이 청원 동참으로 저희의 손을 꼭 잡아주시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https://url.kr/xw75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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