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망할거라 예상했지만…공개되자마자 국민드라마 된 이 작품
대체 이 드라마 왜 인기 있는 걸까? 기자이기 이전 드라마 시청자로서 생각해 본 결과다. 본 글은 기자의 뇌피셜과 애정을 듬뿍 담아 쓴 글이며 개관적이지 않은 매우 팔이 안으로 굽는 글임을 알린다. (*기자 주)
예상치 못한 월요병 치료제의 탄생
넷플릭스는 지금쯤 배가 아플까.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OTT 방송권을 따지 않은 것을. 얼마 전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시청률, 화제성, OTT 순위, 누적 시청률도 싹쓸이하며 고공 행진했다. 김수현과 김지원의 케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재벌과 닳고 닳은 캔디 클리셰의 변환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중심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매주 주말 2편씩 공개된 드라마는 tvN 채널과 티빙,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며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웃었을 것이다.
<눈물의 여왕>이 엔딩을 향해 갈 때쯤 4월 8일 월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방영되었다. 그때 tvN은 몰랐을 거다. 초반 시청률은 3%로 시작해 4%를 유지했고 최고 시청률도 5%대로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 맞춰 TV를 보는 사람이 드문 시대에 OTT 시청층을 생각하면 시청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대신 SNS 속에서 매주 화제성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체감하기 충분했다. 넷플릭스의 촉이 이번에는 맞지 않았던 걸까? 티빙은 토종 OTT 최초로 넷플릭스를 총 사용 시간에서 이긴 최초 사례가 되었고, 드라마는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15년 동안 총 4번의 타임슬립과 아름다운 영상, 인물의 다채로운 감정이 극대화되며 매회 파급력을 발휘했다. 극 중 이클립스가 연주하고 류선재가 부른 ‘소나기’ 뿐만 아닌 OST도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빌보드 글로벌 200차트에 진입했다. 한국 배우가 부른 드라마 OST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당신의 최애를 구할 기회가 온다면?
<선재 업고 튀어>의 소재는 낯설지 않다. ‘또야?’ 싶을 정도로 그동안 드라마에서 쓰던 첫사랑, 청춘, 시간 여행이 등장한다. 거기에 유행인 회빙한물(회기, 빙의, 환생)을 덧입혔다.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각색이 빛을 발한 결과다. 팬과 최애의 로맨스는 서로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는 순정을 담았다. 일회성 만남, 계획적인 만남,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다니.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된 타임머신(시계)으로 2008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임솔은 34세의 기억을 안고 과거로 돌아간다.
초반 임솔이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삶을 놓으려고 할 때, 류선재가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라며 내일을 선물한다. 우연히 연결된 라디오 생방송 전화 통화로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 솔은 밴드 ‘이클립스’의 열혈 팬클럽이 되어 콘서트에 참석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혹해 1회를 틀었다. 항마력 떨어지는 대사, 오글거리는 설정은 1회에서 자진 하차를 촉구하는 손짓 같았다. 내 나이가 몇인데 십 대가 볼법한 드라마를 보고 있나 현타까지 오더라. 그러나, 잠시 멈추어 두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보고야 마는 끈질긴(?) 성격 탓에 다행히 1회 마지막까지 왔고 의외로 2회가 궁금해졌다.
2회 엔딩에서 선재가 솔을 먼저 좋아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선재의 시점이 등장하는데 4회에 가서는 완전히 못 박는다. 이때부터였다! 드라마를 끊을 수 없이 입덕하는 포인트가 시작되는 순간이. 누군가에게 오늘을 살아갈 희망을 선사한다는 건 사랑을 떠나 거시적인 인류애 같은 거다.
최애가 15년 동안 나를 좋아했다고?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그게 짝사랑인지, 쌍방인지는 다르겠지만. 첫사랑이란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아련한 무언가를 선사한다. 이루어지기 힘든 관계였기 때문일까, 돌아갈 수 없는 풋풋했던 시절을 뜻하는 동명의 단어이기 때문일까? 이유는 각자 다를 것이나 스타의 첫사랑이 나였다면? 이 상상한 짜릿함을 넘어 도파민이 분출된다. 대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 황당을 넘어 황홀하고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순간이 될 것 같단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드라마 속에서는 실제 한다. 아이돌 팬덤 문화의 확장과 현실판을 보는 듯하다. 흔히 덕질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꾸준한 관심과 시간, 금전 투자를 통해 감정을 이입하면서 사생팬까지 낳는 개미지옥이라 하겠다. 과거에는 팬레터를 쓰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서 소극적인 덕질을 했다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해졌고 대답해졌다.
아이돌 팬덤이 내 이야기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솔과 선재의 30cm 이상의 키 차이는 케미스트리와 설렘을 유발한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변우석의 투명하고 순수한 소년미가 최대치로 치솟는다. 그는 30대 스타, 20대 신입생, 10대 고등학생을 오가며 청량미를 발산한다. 변우석은 실제 군필자인 30대지만 극 중 교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글로벌 스타로 뛰어 올랐다. 실제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선재와 혜준(드라마 '청춘기록'의 박보검의 캐릭터) 사이를 오고갔다. 배우의 실제 인성과 과거 이력이 겹쳐지면 나만의 선재를 만들어갔다.
솔선 커플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능글맞은 서브 남주 김태성이다. 송건희는 맡은 바 소임 이상을 해냈다. 영화 <늑대의 유혹>의 정태성(강동원)의 변형 캐릭터인데 날라리 티 물씬 풍기는 외모와 말투를 쓰던 교내 얼짱이다. 2023년에서 온 34세 솔을 만나면서 성장하며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인터넷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 패션, 말투가 드라마 속에서 잘 섞였다. 나쁜 남자에서 전 남자친구, 해바라기로 변모하며 언제나 솔을 지켜준다. 츤데레 김태성은 예측 못한 신의 한 수였다.
과거의 향수, 현재를 살고, 미래를 위한 동력
MZ 세대의 레트로인 2008년을 완벽 재현했다.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는 그들이 소녀 시절을 완벽히 소환한다. 그때 느꼈을 감성이 총망라되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열정, 베이징 올림픽의 감동, 과일나라 빙수, 카페베네, 싸이월드, MP3, 길거리 모델(인터넷 의류 모델) 등으로 추억을 들춘다.
놀라웠던 점은 필자를 포함해 30대 이상 기혼 여성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는 거다. 선재 신드롬이 한몫했지만 연쇄살인마로 인한 서브플롯이 강화되고, 첫사랑이 떠오르며, 과거의 나를 소환한 순기능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회복의 순간이 된다는 데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현재를 바꾸기 위해 무슨 일을 할지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을 사거나, 로또 번호를 외우는 게 행동이 현실적인 대답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는 로맨틱한 일이 선뜻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기 어려운 시대에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특히 여성이 주체적으로 남성을 구할 수 있다는 열쇠를 지닌 존재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 신데렐라 서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남성이고 여성은 피해자나 수동적으로만 그려졌었지만. <선재 업고 튀어>의 솔은 운명의 타래를 직접 풀고 재단한다. 훗날 영화감독으로의 꿈도 이루며 스타 배우 선재와 대등한 위치에 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꽉 찬 해피엔딩은 말해준다.
‘기억은 영혼에 스미는 거야’라는 대사는 한 번 맺은 인연은 불가항력임을 증명한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영혼에 누적되어 그 사람을 완성한다는 말. 판타지라는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심은 늘 통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바에 가까워진다는 희망으로 끝까지 웃음 짓게 한다. 이제 솔선커플을 떠나보내며, 내일을 힘차게 살아보련다.
류선재, 임솔! 그동안 고마웠어!
글: 장혜령
사진: 선재 업고 튀어 | tvN (cjen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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