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더비 앞둔 '손흥민 시프트', 원톱일까 윙어일까

이준목 2024. 4. 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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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올시즌의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빅4'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토트넘은 4월 28일 오후 10시 아스널(홈)과의 '북런던더비'를 시작으로 5월 3일 첼시(원정), 6일에는 리버풀(원정)을 연이어 상대한다. 이어 11일에는 번리(홈)를 거쳐 15일에는 맨체스터 시티(홈)를 만나며 20일 셰필드와의 마지막 원정경기를 끝으로 2023-24시즌 일정을 마무리한다.

6경기 중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1-3위팀(아스널, 리버풀, 맨시티)에다가, 전반기 대결에서 토트넘에 1-4의 대패를 안겼던 첼시(9위)까지 시즌 막판에 연달아 만나는 최악의 일정이다. 강등이 사실상 유력한 19-20위 번리와 셰필드가 끼어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제 한두 경기만 미끄러져도 승점을 만회하기 어려울 만큼 남은 경기가 많지 않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뉴캐슬과의 33라운드 원정 경기 이후 20일 예정됐던 34라운드가 상대 맨체스터 시티(아래 맨시티)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일정으로 연기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보름 만에 아스널전을 치르게 됐다. 

다만 북런던 더비 이후로는 3~5일 간격으로 잔여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아스널-첼시-리버풀로 이어지는 강팀과의 초반 3연전에서 어떤 흐름을 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토트넘의 경기결과에 따라 올시즌 리그 우승경쟁이 결정되는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토트넘은 애스턴 빌라와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린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토트넘은 18승 6무 8패, 승점 60점으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 4위 애스턴 빌라(승점 66점)와는 6점 차다. 현재 6위 맨유(승점 50점)가 7점 차, 7위 뉴캐슬(승점 50)이 10점 차로 벌어지며 4위 경쟁은 사실상 토트넘과 빌라, 두 팀의 대결로 압축되어가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지난달 10일까지만 해도 애스턴 빌라와 28라운드 맞대결에서 4대 0 완승을 거두며 4위 확보에 청신호를 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로 주춤하며 다시 역전을 허용하고 5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지난 뉴캐슬전 0대 4로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반면 빌라는 토트넘전 패배 후 6경기에서 3승 2무 1패, 최근에는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행히 토트넘이 빌라보다 아직 2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라 역전의 희망은 있다. 하지만 설사 동률이 되더라도 득실과 다득점에서 모두 빌라에 뒤지는 데다 남은 대진운이 더 험난하여 뒤집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토트넘은 올시즌도 각종 컵대회에서 모두 조기탈락하며 무관에 그쳤다. 사실상 이제 남은 목표는 다음시즌 유럽 상위 클럽대항전 진출권 확보 뿐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시즌 4위로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지만, 지난 2022-23시즌에는 8위로 추락하며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하위 대회 격인 유로파리그나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도 있지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은 구단에 막대한 수익과 함께 이적시장에서의 선수영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올시즌 토트넘의 주장을 맡아 15골 9도움을 올리며 고군분투한 손흥민으로서도, 4위 진입과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 여부가 올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목표다.

토트넘의 반등을 위해서라도 손흥민의 활약은 필수다. 손흥민은 지난달 말 루턴타운과의 30라운드 이후 3경기째 득점포가 침묵을 지키며 다소 주춤하고 있다. 특히 뉴캐슬과의 경기 땐 선발로 출격했다가 팀이 고전한 가운데 후반 13분 데얀 쿨루세브스키로 교체돼 나가면서 이번 시즌 리그에서 선발로 나선 경기 중 가장 짧은 출전시간에 그칠 만큼 부진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최근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 시프트'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손흥민의 주포지션은 윙어지만, 해리 케인이 독일로 이적하고 히샬리송이 부진에 빠지며 올시즌에는 최전방 공격수를 넘나든 경기가 많았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15골 중 12골이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을 때 올린 득점이라는 것은 '원톱' 손흥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웠을 때의 약점은, 케인같이 수비를 등지고 공을 지켜주는 포스트플레이나 제공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올시즌 최악의 경기력를 보여준 지난 뉴캐슬전은 원톱 전술에서 손흥민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팀에게 토트넘의 전술이 분석 당하면서 손흥민에게 걸맞지 않는 전통적인 원톱 역할을 요구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기운영에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남은 경기에서 손흥민을 다시 측면으로 돌려서 수비압박에서 해방시키고 득점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스널전을 앞두고 그동안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히샬리송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은 호재다. 히샬리송은 부상전까지 올시즌 10골을 넣으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히샬리송이 최전방에 기용되면 손흥민도 가장 익숙한 자리인 왼쪽 측면으로 돌아가 활약할 수 있다.

아스널전을 놓친다면 사실상 토트넘의 4위 탈환 가능성은 멀어진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아스널(7골), 리버풀(6골), 맨시티(8골) 등 강팀을 상대로도 뛰어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올 시즌에도 아스널과 리버풀전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또한 손흥민이 만일 아스널에서 도움 1개 이상을 추가하면 2019~2020시즌(11골·10도움), 2020~2021시즌(17골·10도움)에 이어 EPL에서 개인 통산 3번째 10골·10도움을 채우게 된다. 운명의 북런던더비를 앞둔 토트넘으로서는, 큰 경기에 더 강해지는 손흥민의 한 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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