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거주 미국인 납치계획도 짰다…러 파병 '北폭풍군단' 정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이른바 '폭풍군단(11군단)'의 구체적인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해당 부대는 과거 북한이 공개한 전쟁 시나리오에도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상 전쟁 초기 후방에 침투해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을 대거 인질로 잡는 주력이었다.
북한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13년 3월 22일 '3일 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은 1일 차에 남측을 향해 '불마당질'이라고 명명된 일제사격을 감행하면서 경보병부대(가벼운 무장으로 넓은 지역을 정찰·수색하는 특수전 부대)를 투입해 한국군 후방의 주요 군사시설과 산업인프라를 타격한다. 이에 더해 11군단을 투입해 서울과 주요 도시에 체류 중인 미국인 15만 명을 인질로 붙잡는 게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문제의 폭풍 군단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와 같이 적 후방에 빠르게 침투해 몸값 높은 인질을 최대한 확보해 향후 교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인질을 '한국 체류 미국인'으로 특정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통계청의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한 미국인은 약 2만 8000여명이었는데, 15만명을 잡겠다는 터무니 없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전장에서 이런 특수작전 부대의 역할에 주목한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해 위상을 강화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방백서(2022년)는 북한 특작 부대와 관련해 11군단과 특수작전 대대, 전방군단의 경보병 사·여단 및 저격여단, 해군과 공군 소속 저격여단, 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 등 각군 및 제대별로 다양하게 편성되어 있고, 병력은 2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잠수함,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AN-2기, 헬기 등 다양한 침투수단을 이용해 전·후방지역에 침투하고, 주요 부대·시설 타격, 요인 암살, 후방 교란 등 배합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공중 및 해상·지상 침투훈련과 한국의 주요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해 타격훈련을 하는 한편 무장 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지속해서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게 국방백서의 설명이다.
배합전은 북한군 특작부대의 운용개념 중 하나다. 주력이 한국을 공격하고 특작부대가 후방을 교란함으로써 한국군 전선의 안팎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전술이다. 대표적인 부대로는 2016년 12월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청와대 본관 모형을 타격하는 모습을 공개한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꼽힌다.
다만 이들 특작 부대의 실제 전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건강하고 사상적으로 철저히 무장된 정예 요원을 선발해 운용한다 해도 전투력은 평시 꾸준한 훈련과 체력관리를 통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특작 부대에 대한 보급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달아 나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전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지형·기후 조건에서 언어나 통신 문제로 소통까지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지휘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군 안팎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 한 채 총알받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파병이 북한군의 능력 배양에 긍정적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은 한국전쟁 이후 파병 경험이 없는 데다 사용 장비와 처우의 문제로 실전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파병 특수전 부대 실전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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