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찾아 한국 오는 외국인들에게, 이런 메뉴판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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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지난 4일 광명역 인근 이케아에 다녀왔다. 이케아는 스웨덴 글로벌 가구브랜드다. 저렴한 가격의 가구와 생활용품, 식료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쇼룸을 전시하고 레스토랑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상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가구를 중심으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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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 |
| ⓒ 이현우 |
아내는 논비건이다. 이케아에는 닭고기, 미트볼, 돈가스와 같은 논비건 메뉴도 많았다. 비건을 지향하는 필자와 논비건 아내가 함께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음식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확인한 결과, 플랜트 라자냐, 플랜트 함박 스테이크, 플랜트볼 김치볶음밥이 비건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매장 메뉴판만으로는 비건/채식 종류 표기가 되어있지 않아서 어떤 식재료가 포함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알레르기 물질 포함 여부, 채식 종류를 표기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SNS에서 이케아 해외 지점의 메뉴판을 확인한 결과, 국내 지점과는 달리 픽토그램으로 채식 종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왜 동일한 브랜드인데도 한국에 들어오면 채식 표기가 자취를 감추는 걸까?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2022년을 제외하더라도 2023년 1103만 명에서 2025년 1893만 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이 관광지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케이팝, 케이푸드로 이어지는 케이컬처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인해 '케데헌 성지순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많은 해외 관광객을 유입시켰다.
실제로 광화문, 남산, 명동, 코엑스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화권의 관광객이 보인다. 예전에는 일본인, 중국인, 동남아시아권 관광객이 많았다면 이제는 유럽, 북미뿐만 아니라 히잡을 쓴 관광객도 보인다.
중동 지역과 무슬림 문화권의 관광객이 늘어났다는 게 최근 방한 관광의 주요 변화다. 실제로 무슬림 방한 방문자수는 2021년 11만 명에서 2025년 122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역에서도 제공하는 음식에 채식 종류를 표기해 주면 안 될까?
해외 관광객의 국적과 문화권은 다양해지는 반면 국내 음식 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을 통틀어 할랄(HALAL)이라고 부른다. 과일, 채소, 어패류 등 대부분의 음식과 이슬람 방식으로 도살된 소, 염소, 양으로 만들어진 육류와 화장품 등이 할랄의 인증 대상이다.
한국은 무슬림 인구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할랄 인증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매우 적다. 현실적으로 할랄 인증은 어렵지만, 비건 음식은 모든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 관광객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되기도 한다.
해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할 때 첫 관문은 공항이다. 공항 내 몇몇 카페와 음식점에서 비건 음식을 판매하여 끼니를 해결한 적이 있다. 그 수가 많지 않지만 다행히도 채식/할랄이 가능한 식당이 안내된다.
대다수 방한 외국인은 공항을 거쳐 서울역으로 향한다. 서울역은 채식 메뉴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채식 메뉴로 먹을 수 있는 음식임에도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건 혹은 채식 종류 표기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일까? 간혹 맵기 표기가 되어 있는 메뉴판을 볼 때도 있는데 왜 채식 종류 혹은 알레르기 함유 표기는 되지 않는 것일까? 요식업 브랜드나 식당 점주 입장에서는 소수 소비자 대응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매출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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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우붓에서 봤던 채식 표기가 된 메뉴판 |
| ⓒ 이현우 |
요식업 브랜드나 점주 입장에서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부분일 수 있지만, 서울역을 관리하는 코레일마저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서울역은 공항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얼굴과도 같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공항이나 서울역과 같은 광역교통시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관광객을 유입시키고자 하는 지자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이미 있는 채식 메뉴를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채식 친화 도시'로서 선도 도시가 될 수 있다. 돈 들이지 않고 도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한식에는 채식 메뉴가 있다
해외 관광객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있는 한식을 채식으로서 마케팅하는 방법도 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채식 지향인과 무슬림에게 한식을 홍보할 수 있다.
채식 메뉴로 자주 예로 드는 한식이 있다. 비빔밥과 김밥이다. 요즘에는 비빔밥과 김밥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신메뉴가 개발되며 진화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비빔밥과 김밥은 채소가 주재료다. 메뉴 주문 시 들어가는 재료를 제외하거나 추가하는 방법을 도입한다면, 전국 어디서든 채식 비빔밥과 김밥을 먹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성 재료를 첨가하지 않은 두부요리를 비롯한 콩국수 또한 대표적인 채식 한식이다. 중동 후무스, 인도네시아 템페, 일본 낫또가 있듯 한국에는 전통 콩식품인 두부가 있다.
게다가 재료를 제외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은 자기만의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해외 관광객의 흥미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카페에서 커스텀 음료를 먹거나 커스텀 샌드위치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채식 표기는 거창하거나 복잡한 변화가 아니다. 기존 음식에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표기하는, 단순한 일이다. 확인한 후에는 채식 한식 메뉴에 '풀 픽토그램' 하나 추가해 주면 된다. 어쩌면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새로운 한식 메뉴를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채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 필요한 일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brunch.co.kr/@rulerstic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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