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야?'가 불러온 비극... 한국도 예외 아니다
2014년부터 격년으로 열려온 지상군 무기박람회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올해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10월 2일부터 6일까지 개최됩니다. 세계의 주요 무기 회사와 각국 정부의 국방 관계자가 참여하며, 이 중에는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산업이 초래하는 인명 살상과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6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기자말>
[희음 멸종반란]
▲ 지난 8월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교 건물을 공격해 약 100명이 사망했다. |
ⓒ UPI=연합뉴스 |
문제는 이 같은 군수산업이 위성, 로켓, AI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우주산업에 기대어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장은 더 많은 삶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제거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죽임의 자율화 회로를 뜻한다. 이 회로를 보다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살아 있는 거대한 '실험실'로 사용하고 있다.
죽임의 자율화 회로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학살에 활용한 대표적인 AI 표식 설정 및 추적 시스템인 라벤더(Lavender), 더 가스펠(The Gospel), 아빠 어디야(Where's Daddy?) 역시 위성, 즉 우주산업 기술에 의존한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이 목표물을 인간 병사에게 추천하면 병사가 이를 승인한 뒤 즉시 폭격이 이루어진다. 이스라엘의 +972 매거진은 이스라엘군이 전쟁 초기에 거의 전적으로 라벤더에 의존했고 이 시스템이 최고치로 활성화되었을 때는 3만 7000명의 사람들을 잠재적인 인간 목표물로 만들어냈다고 전했다.[1]
이 같은 방식은 과거의 군사작전이 이뤄지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는 공격 대상에 대한 설정이 정당한지를 가려내는 작업에 대해 다수의 논의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AI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이 과정이 완전히 삭제된다. AI 시스템은 '자동화'를 넘어선 '자율화'를 의미한다. 데이터 수집부터 대상 추출과 지정, 판단의 과정까지를 모두, 정교하게 고도화된 인공지능기술의 '지능'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빌미로 행위와 윤리를 그것에 떠넘기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 AI 시스템이 전쟁과 학살에 쓰일 때 초래하는 결과는 너무 끔찍하다. 그것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간편하고 깨끗하게' 생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이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 '실재'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인종 청소'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지난 1년간 행해진 인종 청소는 AI 시스템이라는 심장 없는 청소부에게 외주를 주어 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한 번 경악하게 되는 지점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AI 전쟁기술 실험의 무대로 쓰는 극단적 폭력을 온전한 단독자로서 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1년이 넘게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4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과 비인간 동물이 살해당하고 학교와 병원과 도서관과 논과 밭 등 온갖 삶의 장소가 화염에 휩싸이는 참혹의 시간 동안, 침묵으로 이 학살에 동조하는 나라가 너무 많았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잔혹한 고요와 공모가 이어지는 것일까.
▲ 2023년 10월 8일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1961년에 이미 기상관측 로켓을 쏘아 올린 이스라엘은 1980년대 초부터 방위와 안보, 첨단기술 자립을 내세운 전격적 우주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8년 오페크 발사로 상징되는 이스라엘의 위성기술은 지난 30년 남짓 무수한 개발과 실험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 왔다. ISA는 국제협력에도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에 협력하는 국가기관으로는 미국 항공우주국, 유럽 우주청,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원, 캐나다 우주청, 인도우주연구기구, 이탈리아 우주청 등이 있다.[2]
열거한 기관과 이 기관이 속한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우주산업 및 우주산업에 기반한 AI 방위(사실은 전쟁기술) 시스템과 관련한 이해관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들이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AI 시스템 실험 현장에 대한 말 없고 충실한 견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손에만 보이지 않는 겹겹의 피가 쌓이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과 협력, 공모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험의 현장을 하나의 매뉴얼로써 받아 적고 있는 국가들의 손에도 피가 묻어 있다. 보다 끔찍한 건 이 실험실이 언제고 장소를 달리하거나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방위'라는 이름으로 감싼 '전쟁'의 욕망, '미래 혁신 우주산업'으로 감싼 '거대한 폭력'의 열망은 더욱 '편리하고'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무수한 삶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파괴한다. 그와 더불어 파괴되는 현장이 또 있다. 우주기술 실험을 빌미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낙후되고 주변화된 지역에 발사체 개발과 시험을 위한 공장과 무기 공장이 지어질 때, 파괴되는 삶들 말이다. 바로 그 땅과 바다에 오래도록 기대어 살았던 인간·비인간 동물의 모든 삶과 일상 말이다. 이 삶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뿌리 뽑히고 황폐화된다.
학살과 전쟁의 현장에 있는 이들만이 아닌, 무기 공장 및 위성 시스템과 같은 전쟁 기반 시설이 밀고 들어간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이자 희생자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피해의 영역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논리를 등에 업은 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4]
[관련기사]
[StopKADEX①] 전쟁터 '한국산'의 실체... 윤 정부는 세금을 이런 데 쓴다
(https://omn.kr/2aa0n)
[StopKADEX②]충격적인 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는 왜 비공개됐나
(https://omn.kr/2ab9m)
[StopKADEX③] 대전에서 '유기농 밥상 차려 먹는 일'의 진짜 의미
(https://omn.kr/2adcq)
[StopKADEX④] 팔레스타인 사람들 대상으로 무기 성능 실험? 이스라엘의 민낯
(https://omn.kr/2aeug)
[StopKADEX ⑤]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여기서 평화가 시작된다
(https://omn.kr/2agwj)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무기박람회저항행동 소속 단체들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무기박람회 반대 활동을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와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2024년 현재 18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희음 멸종반란,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활동가입니다. 시인,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1] https://www.pado.kr/article/2024051710058844759 참조. [2] https://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3714 참조. [3]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91017014320323 참조. [4]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당시부터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힘에 의한 평화'를 제시했고 집권 3년째인 지금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한반도의 불안정을 확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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