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다시 마음 여는 중국인
2025년 6번 중국을 찾았고, 2026년도 2번 중국을 찾았다. 로봇, 전기차, AI 같은 과학기술의 변화도 있지만, 화장실, 중국인의 한국관, 문화상품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작은 변화를 3번에 걸쳐 정리해 본다. <기자말>
[조창완 기자]
얼마전 출간한 <중국은 있다>에는 좀 과격한 제목의 장이 있다. '3부. 한국,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있는 '중국인은 한국인을 좋아한다', '한국인은 중국인을 싫어한다'가 바로 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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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쓴 글 사회평론 길에 쓴 이 글은 100년 만에 홍수를 이겨내는 중국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
| ⓒ 조창완 |
내가 처음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어떻게 보는 지를 느낀 것은 1998년 10월 1일 전후다. 처음 중국을 찾아 아내가 유학 중인 톈진을 출발해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100년만에 대 홍수가 난 창장(長江)을 찾았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가장 큰 화제는 1997년 중국 CCTV에서 방송되어 큰 인기를 끈 <사랑이 뭐길래>였다. "한국 남자들은 대발이 아빠처럼 가부장적이냐", "한국 여자는 하희라, 신애라처럼 이쁘냐" 등등 관심 있는 것은 모조리 물었다. 그때도 그렇고 이후에도 한류(韓流)는 중국 사람이 한국을 보는 중요한 관점이었다.
당시에는 중국 VCD나 DVD가게에 가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의 불법 복제판을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어서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았고, 한국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당시 한국 문화에 대한 느낌은 '창작과 비평' 2000년 겨울호에 '중국의 한국 대중문화, 중국의 韓流, 그 흐름과 막힘'이란 글로 썼다. 중국에서는 과거 일본 문화나 인도 문화도 유행했는데, 한국 문화가 거만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글이었다.
당시는 수교가 8년 정도 지났지만, 중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외지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고 묻는 이가 상당수였다. 북한의 가극 '꽃파는 처녀'도 중국에서 상영되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기에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2008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중국 관련 전문공무원이나 언론, 기업인으로 지속적으로 중국에 다녔다. 중국인들의 한국인관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가질 일이 없었다.
2016년 사드 도입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 나는 사드를 도입할 경우 중국인의 한국관이 극히 나빠질 것을 예측했다. 기자는 <오마이뉴스> '중국 관계 최대 위협은 대통령의 입'(16.01.28)이라는 글에서 "정부의 이런 행동은 대중국 수출업계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100만 명의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정치, 외교적 외줄타기는 위협감을 고조시키고, 신규 투자나 교역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썼다.
그해 8월 사드 도입을 발표했고, 2017년 3월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면서 중국의 한국관은 급전직하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한국 여행 상품도 팔 수 없었고, 한국 문화 콘텐츠는 유통이 사실상 금지됐다. 한국 연예인이 알려지지 않으니, 한국 화장품 등도 중국 내에서 판매가 불가능했다.
이후 200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100만 명에 달했던 중국 내 한국인의 숫자는 15~2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시기가 지나고 2025년부터 다시 한중 항공편들이 복구됐다. 현재는 주당 1000~1100회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거기에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한국의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가 시행되면서 그 속도는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만나 확인한 놀라운 중국인들의 태도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고, 중국 관련 일을 하지 않기도 했지만, 선뜻 중국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중국은 찾은 것은 2024년 9월, 전역한 아들을 창춘 지린대로 언어 연수 보내면서 동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2025년에는 20년간 운영하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중국 전문 여행사를 재개했다. 처음으로 만든 상품이 '열하일기 답사여행'과 '백두산 고구려 답사여행'이었다.
사실 혼자 일로 가면 중국 사람이 한국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느낄 수 없다. 그런데 단체 관광객으로 한국어로 된 명찰을 하고 여행하면 중국 사람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반응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여행객이 빼곡한 베이징 징산공원이나 난루오구샹은 물론이고, 백두산 쪽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을 보면 '한국 사람이구나'(韓國的) 하면서 반갑게 반응했다. 더러는 연예인 만난 듯 사진을 찍어달라 하기도 했다. <중국은 있다>에 있는 중국 할머니와 소녀랑 같이 찍은 사진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간 한국에 대한 반응이 나빠지지 데는 몇 가지 있다. 우선 팬데믹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사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지 않게 된 듯했다. 또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없었지만, 인터넷 환경에서 한국 드라마, 영화, 팝 등이 퍼지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게 큰 원인을 보인다.
더욱이 가장 큰 흐름 중에 하나는 미중 패권 전쟁의 격화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한국은 인식할 일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우방으로 두어야만 진영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공통의 인식도 생긴 듯 했다.
실제 통계도 다르지 않다. 올해 1월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CISS)가 발표한 중국인의 한국 호감도는 5점 만점에 2.61점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2.10점) 대비 약 24% 상승한 수치다. 이 수치는 영국(2.92), EU(2.86), 아세안(2.74)보다는 낮지만, 미국(2.38)이나 최하위인 일본(1.90)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런 변화는 두 나라 실질적인 교류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특히 무비자 입국 시행으로 중국 정부의 한국인 대상 무비자 조치와 더불어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K-팝, 한식, 드라마 등이 여전히 한국을 떠올리는 핵심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호감도가 높다.
지난 1월 중국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2월 29일부터 1월 4일까지 중국 본토발 왕복 항공편 상위 목적지에서 한국이 1012편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태국(862편), 3위는 일본(736편)이었다. 방한 중국인 규모도 2026년에 약 615만 명에서 최대 700만 명으로 전망되어, 사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수 인사들도 중국에 부정적이지 않은데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은 있다>에서 이야기하듯 한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감정을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젊은 층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80%까지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로 한국 여행지에서 중국 사람들을 보고 '와! 중국 사람들이네. 반갑네'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감정은 차츰 가운데를 수렴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느끼면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한국말을 이해할 수 있는 10만 명 가까운 유학생과 더 많은 중국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수시로 '중국이 한국 대선에 개입했다' 등의 중국을 자극하는 현수막을 볼 수밖에 없다.
흔히 보수 쪽 인사들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역시 근거는 없다. 재창간한 '사상계' 2호(2025 여름호)에는 국내 보수원로들의 정치대담이 실렸다. 조갑제, 정규재, 김진이 참여한 이 토론에서 세 사람 모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반중 정서나 반중감정의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김진 평론가는 '합리적 보수는 중국을 부정적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조갑제씨도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하고, 한편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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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하기행 길에 느낀 중국 단체 여행 길에 중국인들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봐서 상당히 놀랬다. |
| ⓒ 조창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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