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3661명 '버려진 죽음' 당했다…고독사 절반이 5060 남성

문상혁 2024. 10. 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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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삶을 마치는 ‘고독사’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3661명이 외로이 세상을 떠났다. 고독사는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사회 구성원의 ‘외로움’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3661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전체 사망자의 1.04%가 고독사였다. 고독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을 기록했다.

고독사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일본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이 급증하면서다. 국내도 비슷한 사례가 늘면서 2021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돼 법적 정의가 마련됐다. 이듬해 12월 복지부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김영옥 기자


복지부는 고독사가 늘어난 이유로 1인 가구의 증가를 들었다. 1인 가구는 2021년 716만 6000명에서 지난해 782만 9000명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고독사 위험군일 확률이 다른 가구에 비해 50% 가까이 높았다”면서 “고독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때는 고독사 예방법 개정으로 집계 방식이 달라지면서 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기존에는 ‘홀로 사는 사람’과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란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법 적용 대상이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생활하던 사람’으로 확장됐다. 지난 2월엔 시간과 관련된 조항도 삭제됐다. 지자체마다 사망한 지 3일 또는 5일로 고독사 분류 시점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독사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붕괴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도 “고독사는 버려진 죽음에 가깝다”면서 “사회 공동체적인 측면에서 고독사 증가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독사는 사회 구성원의 외로움과 고립에 대한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고독사는 장년층인 50·60대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50∼60대 남성이 전체의 53.9%를 차지했다. 이들의 비중은 2022년에도 54.1%에 달했다.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 위험이 가장 컸다.

장년층이 고독사 위험군인 만큼 이들이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석 교수는 “일일이 집집이 찾아가 고독사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사회적 고립에 빠진 이들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눈에 잘 띄거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플랫폼’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고독사 사망자 수가 가장 적었지만, 고독사 사망자 중 다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22년 20대 고독사 중 자살 비중은 71.7%, 30대도 51.0%다. 같은 해 전체 세대의 고독사 중 자살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13.9%와 비교하면 20대는 5배 넘게 자살 비중이 높다. 지난해도 전체 고독사 중 자살 사망자는 14.1%였지만, 20대는 59.5%, 30대는 43.4%에 달했다.

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생계 해결에 실패하면서 희망을 잃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의 경우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젊은 남녀를 아울러 불안감과 우울감이 높은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노정훈 복지부 지역복지과장 과장은 “청년층 자살은 취업 실패와 이른 실직 등이 엮여있다”면서 “우선 고독사 위험군인 청년에게 지자체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들이 고용·복지 플러스센터 등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독사 증가를 막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의 외로움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석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는 늘고 있고 누구나 고독하게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먼저 고독사로 문제를 겪은 일본과 영국처럼 사회 구성원의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다시 잇는 정책부터 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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