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환경부'조차 이상하다고 느낀 계획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임성희 기자]
▲ 재생에너지는 올리고, 원전은 내리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재생에너지는 비중은 올리고, 원자력발전 비중은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기후위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미래는 더욱 혹독할 것이기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국가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시급하고도 절대적인 과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은 발전 부문이므로, 여기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년마다 15년을 주기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것을 세우는데,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LNG발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연도별로 정하고 필요한 발전 설비량을 정한다. 이번에 수립하는 계획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고, 2024년~2038년을 기간으로 한다.
▲ 제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발전원 별 발전량 및 발전비중 |
ⓒ 산업자원통상부 |
과도한 전력수요도 문제다. 2038년 전력수요는 2023년 대비 31%나 늘어난 128.9 GW나 되는데 이렇게 되면 송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 사회적 갈등 사안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일단은 전력수요를 높게 세우고, 이에 따라 발전설비 늘리고 송전망도 추가 확대하는 계획이다.
발전설비를 늘리는데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서 충당한다. 무탄소전원이란 미명하에 핵발전을 5.1GW나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탄소배출과 달리 기체와 액체로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는 핵발전이 얼마나 위해한가. 사고 위험과 피해, 파장, 그리고 둘 곳 없는 핵폐기물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꺼야 하는 것이 핵발전이지만 아랑곳 없다.
여전히 퇴출속도를 늦춘 석탄발전도 문제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원이란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다.
기후환경단체에서는 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원자력을 줄이고, 석탄을 빨리 끄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계획을 재수립할 것을 요구해왔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요구한 환경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를 거쳐서 수립한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나 기후변화로 인하여 받게 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기후위기 적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3일 조건을 달아("본 계획 확정 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상향하여 반영") 최종 협의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이 계획에 반영될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협의 의견에서 발전부문은 산업부문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므로 (2023년 잠정 배출량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32.1%가 여기에서 나온다) 무탄소전원으로의 전환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하며,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제 동향을 고려할 때 본 계획 확정 전까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상향하여 반영하도록 주문했다.
2022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7.4%임에 반해 OECD국가 평균 31.1%, 독일 43.3%, 프랑스 23.9%, 미국 21.3%이며, 우리와 경제 및 산업 구조와 지리적 여건이 유사한 일본도 21.5%인 점을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더딘 상황이므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여 국제사회의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 LNG 가격 변동이 심한 상황이므로 LNG 비중을 확대하기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향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그리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2027년 화석연료 발전비중 40% 목표 준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기환경개선종합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미세먼지 감축 수단 연계성을 검토하며 미세먼지 목표 달성을 위해 전원믹스 조정 등을 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에 수립된 제1차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21.6%+α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 비중이 하향조정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높았고, 이를 의식한 듯 불분명하나마 +α를 추가했지만,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그조차 반영되지 않은 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 요지부동인 채로 두고 있다.
정혜경 의원실이 제출받은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기후변화영향평가 검토 의견도, 금번 산업부가 설정한 재생에너지 비중 21.6%는 제1차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의 21.6%+α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임을 지적했다고 전해진다.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시작에 앞서 "핵발전소 수명연장, 신규 건설 결사반대" 등을 주장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립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큰 국가계획이고, 기후가 전 분야와 각계에서 최대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이루어졌는데도, 과정과 그 결과가 투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은 협의 의견 수용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갖게 한다.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 의견을 산업부가 묵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도입된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을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0건이 넘는 기후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후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기후정책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충족하도록 요구한 헌법소원의 의미있는 결과가, 정부의 정책으로 부정당해서는 안된다.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이, 시민이 안전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보호'의 편에 서기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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