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금지봉에 가짜 카메라까지 설치한 '주차빌런'의 사연

김현정 2024. 9.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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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에서 2칸에 걸쳐 주차하는 것도 모자라 주차금지봉을 설치하는 등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차주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작성자는 문제의 차주가 주차 공간이 빌 때면 그곳에 임의로 주차 금지봉을 세우는 등 아파트 주차장을 개인 주차장처럼 사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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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하지 않는 다른 동에 주차
지하주차장 물청소날에도 차량 이동 안해

아파트 주차장에서 2칸에 걸쳐 주차하는 것도 모자라 주차금지봉을 설치하는 등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차주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최근 '[도와주세요] 아파트 주차장의 개인 사유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제가 사는 지역은 ○○도에 속해있는 인구 약 4만6000여명의 아주 작은 시다. 인구가 적고 대부분의 사람이 군인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자부한다"며 "몇 달 전부터 딱 한 사람 때문에 주차 질서가 확립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실정"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글과 함께 각기 다른 날에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연달아 올렸다.

주차공간 2칸을 차지한 해당 차량의 모습[이미지출처=보배드림 캡처]

맨 처음 문제의 차주는 주차 공간 2칸을 차지하며 가운데에 주차했다. 이후 주차 자리를 기둥으로 막혀 있는 곳으로 옮긴 차주는 차량에 '해병대 특수수색대 연맹' 로고가 박힌 덮개를 씌우고, 차량 지붕에는 가짜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작성자는 문제의 차주가 주차 공간이 빌 때면 그곳에 임의로 주차 금지봉을 세우는 등 아파트 주차장을 개인 주차장처럼 사용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해당 차량 앞 유리에 경고문을 부착했으나 차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파트 전체 지하주차장 물청소가 있던 날에도 차량을 이동하지 않은 채 '이곳은 물청소 금지구역'이라는 프린트물을 임의로 붙여놓기까지 했다.

'물청소 금지구역' 안내문을 붙인 해당 차량[이미지출처='보배드림' 캡처]

A씨는 결국 해당 자리는 물청소를 하지 못했다는 뒷얘기를 전했다. 또 현재 상황에 대해 "이 차량은 아직도 주차돼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확인해 보니 우리 동 사람이 아닌 완전 떨어진 동 사람의 차라는 연락을 들었다. 즉, 차주는 우리 동 주차장에 대고 자기 집까지 걸어가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고 비꼬았다. 끝으로 그는 "솔직히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 한 사람 때문에 아파트 구성원 여럿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슈퍼카라도 저 정도로 별나게는 하지 않을 것", "저렇게 알박기하는 사람은 본인이 좋은 위치 선점해 사용하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저럴 거면 개인차고 있는 단독주택에 살아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JTBC '사건반장'은 A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해당 차주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차주 B씨는 자신의 차량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30년 전에 받은 차"라면서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깔 설치는 더이상 안 하고 있으며, 덮개를 벗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짜 CCTV를 설치했다"면서 "두 칸 주차도 이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청소를 금지한 이유로 자신들이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어서 그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B씨는 "다른 동에 주차한 것은 주차 공간 부족 때문"이라며 "가족과 상의해 보고 조치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4년 동안 국민신문고에는 아파트 등의 사유지 주차 갈등 관련 민원이 총 7만6000여건이나 접수됐다.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 아이' 보고서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민원은 주차 문제였다.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의 29.1%가 이중 주차, 통로 주차 등 주차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에는 인천 남동구에서 골목길을 막고 불법 주차를 한 차량 때문에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연이 알려진 데 이어 주차를 이상하게 한 것도 모자라 연락처까지 남겨놓지 않은 차량의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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