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하고, 채용도 늘리고…어쩌자는 거지? [박영국의 디스]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 수요 감소하는 와중에 노조 채용 확대 압박
정년 연장, 주 4.5일제 전환 요구도 지속…車가격 반영 우려
평균 1억원을 상회하는 고연봉과 최고의 복리후생으로 ‘킹산직(King+생산직)’이라는 별칭이 붙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생산직 신규 채용이 내년 도합 1300명 규모로 이뤄진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임협)에서 내년 500명, 2026년 300명의 생산직을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된 내년 300명 채용을 포함하면 내년 채용 인원만 800명이다.
기아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에도 내년 500명의 생산직 추가채용이 포함돼 있다. 비록 지난 1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재교섭이 이뤄지더라도 채용 규모가 늘면 늘었지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청년 구직자에게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채용의 배경’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매년 교섭 때마다 노조와 생산직 신규 채용 규모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전동화 전환에 따른 생산인력 수요 감소에 따라 전통적인 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직 근로자 감축이 불가피하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가량 적은 전기차가 주력 생산제품이 된다면 생산직 근로자 수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줄여야 제조원가 측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강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능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한들 자발적으로 ‘킹산직’ 지위를 포기할 이는 없을 테니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를 통해 조금씩 인력 규모를 줄여나가는 게 최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매년 생산직 채용을 늘리라고 회사측을 압박한다. ‘청년 일자리 확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기존 조합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일정 수의 조합원 규모를 유지해 노조의 힘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앞서 언급된 현대차‧기아 신규 채용 숫자에는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필수적인 연구개발(R&D) 인력과 사무직은 제외된다. 오직 생산직을 늘리라는 게 노조의 요구다.
사측으로서도 일정 부분 신규 인력 채용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그 규모는 항상 노조와의 줄다리기 끝에 수요보다 과도하게 결정된다. 결국 사업 규모가 커지고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노조의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직 채용을 늘리는 것이다.
올해 교섭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노조는 매년 정년 연장도 요구한다. 그것도 임금피크제 등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장치를 제거한, 퇴직 때까지 계속해서 연봉이 오르는 방식의 정년 연장이다.
기대수명 상승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조만간 정부와 공기업을 시작으로 민간 기업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일겠지만, 노조는 현대차‧기아에 선제적으로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의 요구대로 정년이 연장돼 기존 인력의 자연감소가 늦춰지고 매년 신규 채용으로 생산직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면 잉여 인력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에게 있어 생산 수요 이상의 잉여인력 보유는 불필요한 고정비용 지출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력 약화 요인이다.
노조는 나름 잉여인력 해소(?) 방안도 내놨다.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현대차‧기아 노조의 요구안에는 주 4.5일 근무제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고임금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할 일은 줄어드는데, 신규 인원은 계속해서 채용하고, 기존 인력은 정년 연장으로 오래 남아있고, 근로 일수는 단축하고, 매년 교섭을 통해 임금은 크게 오르는 진정한 ‘신의 직장’을 만드는 게 현대차‧기아 노조의 목적인 듯하다.
‘킹산직’이 ‘갓(God)산직’으로 업그레이드 된 들 남들이 배 아파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따먹는 과실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기아가 거액의 임금인상 및 성과급 지급 조건으로 교섭을 타결할 때마다 나오는 “차 가격 오르는 소리 들리네”라는 말이 유독 실감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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