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해진 증시 변동성…전·닉 레버리지ETF가 불쏘시개
주가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숏 감마' 현상이 변동성 키워

지난달 27일 출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우리 증시의 급등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 기준 전장보다 19.04% 오른 91.23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가 해당 지수의 공식 발표를 시작한 2009년 4월13일 이후 사상 최고치다.
지수가 공식 발표되기 이전부터 수집된 VKOSPI 데이터를 봐도 종가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9일(89.30)을 넘어섰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보통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 특성이 있지만,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갖는 불안심리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때도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VKOSPI에서 이론상 산출되는 일간 예상 주가 등락률이 플러스·마이너스 5.7%인데 반해 지난 2거래일간 현실 속에서는 플러스·마이너스 8%대 등락률을 보인 점이 이례적"이라며 변동성이 극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우리 증시의 변동성 확대의 배경에 단일종목 레버리지ETF가 있다고 본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개 종목의 7거래일(5월27일~6월5일) 누적 거래대금은 58조원, 개인 순매수는 7조4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 주식형 ETF 전체 개인 순매수(7조7000억원)에서 반도체 산업 비중이 79%에 달할 정도로 자금 쏠림도 심해졌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이 한층 강화됐다"며 "이 같은 과도한 자금 쏠림의 결과로 하락 국면에서 '숏 감마' 현상이 발생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숏 감마 현상은 주가가 오르면 더 사야 하고,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금융 생태계의 기계적인 연쇄 반응을 의미한다. 숏 감마 포지션을 쥔 시장 조성자는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주가가 오를 때는 추격 매수하고, 내릴 때는 더 팔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변동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현재 국내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선물과 현물로 운용되고 있다"며 "기초자산 가격이 변동하면 시장 조성자는 포지션을 중립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기초자산을 매매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는 다양한 레버리지 ETF의 규모가 커질수록 숏 감마와 감마 헤지 물량도 함께 커진다"며 "변동성 자체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상황이며 시가 총액 1, 2위 종목의 급등과 급락은 받아들여야 할 시장 환경의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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