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제명 손준호 "中공안 협박에 거짓자백…승부조작 아니다"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팀 동료로부터 20만 위안(약 37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둥 타이산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건 맞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진징다오와 절친한 사이였다는 손준호는 "돈을 빌렸다 갚은 것일 수도 있고,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린 적도 있다"면서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그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거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손준호 "中공안 협박에 거짓 자백"
다만 손준호는 "승부조작은 (공안, 검찰, 재판 단계에서)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공안은 지난해 1월 상하이와의 경기를 지목해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확한 승부조작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고, 진징다오가 했다는 진술과 조사 초기 단계에서 나온 손준호의 거짓 자백이 전부였을 뿐 문자 메시지 등 증거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의 협박에 못 이겨 공안 조사 초기 단계에서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면서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손준호는 재판에 앞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작은 죄라도 인정하지 않을 시 언제 석방될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며 "판사가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하고, 한국에서도 축구 선수 경력이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이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내와 변호사와 의견을 나누고 고민한 끝에 판사의 제안에 '이건 승부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의 금품수수혐의'라고 말했다"며 "그저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통보하면,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검토 절차를 거친다. 이후 FIFA가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다.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이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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