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근교 가볼만한곳 추천 – 신라의 달빛을 따라 걷는 경주 야간 여행기

조회 132025. 3. 12. 수정

경주는 천년의 역사가 몸소 살아 있는 도시다. 거리를 조금만 거닐어도 고즈넉한 옛 왕조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고,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져 어느 때 방문해도 감동이 새롭다. 특히 해가 떨어진 뒤 도심을 물들이는 조명이 더해지면,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이른바 천년고도만의 야경 산책로가 펼쳐지는 것이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는 명소 때문에 동선이 길어질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뚜벅이 여행객들도 도보로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엄연히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과거와 현재가 섞인 빛과 그림자를 눈으로 직접 마주하며, 사색과 휴식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여정이다.

동궁과월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동궁과월지는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에 자리해 있으며, 옛 신라 왕실의 별궁 터로 알려져 있다. 운영시간은 9시부터 22시까지로, 야간에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입장료는 대인 3000원 소인 1000원 수준이다.

고즈넉한 연못 사이로 드리워지는 조명은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라의 옛 왕과 신하들이 사방을 빛으로 물들인 잔치와 연회를 즐겼을 법하다는 상상도 절로 떠오른다. 연못에 비치는 전각과 달빛은 하나의 예술품처럼 반사각을 이루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작품 사진이 탄생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동궁과월지는 역사 속에서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했으나, 발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유적 및 문헌에 따라 본래 명칭이 동궁과월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때 전쟁과 세월의 변화를 겪으며 훼손되기도 했지만, 여러 복원 사업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주변에는 국립경주박물관, 계림, 역사유적월성지구 등이 가까워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KTX 신경주역에서 600번대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며,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 넉넉한 주차 공간도 확보되어 있어 한적한 시간을 골라 방문하기 좋다.

첨성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첨성대는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일대의 평야 지대에 홀로 서 있으며, 24시간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별도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첨성대의 존재 이유는 천문 관측이었다. 하늘의 움직임을 살펴 농사의 시기를 정하고 중요한 정책 결정에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낮에 바라보는 첨성대는 신라 시절 과학 기술의 정수를 짐작하게 한다. 석재로 구성된 타워 형태가 단순해 보이지만, 무려 27단의 석재가 축조되어 있어 세심한 수학적 계산이 뒷받침되었다. 한층 한층을 가만히 관찰하면 과거 학자들과 천문관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밤이 되면 첨성대가 분홍빛과 보랏빛 조명을 머금게 되는데, 과거 신라의 별자리가 다시금 내려앉은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변으로는 주상절리 형태의 바위가 많은 토함산과 보문단지가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는 역사유적월성지구를 비롯해 산책하기 좋은 소나무 숲도 있다. 특히 첨성대는 경주 도심 야경 산책의 핵심 코스이므로, 동궁과월지와 계림, 그리고 국립경주박물관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제격이다.

월정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월정교는 경북 경주시 교동 274 일대에 위치한다.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물과 화려한 단청이 조화를 이루는 이 다리는, 신라시대 왕경(왕성이 있던 중심지) 내에서 중요한 교량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운영시간은 9시부터 22시까지이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낮에 보면 섬세한 곡선의 처마, 짙은 빛깔의 나무 기둥 등이 돋보여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객이 특히 몰린다. 그런데 밤이 되면 월정교는 달빛과 인공조명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무대로 변신한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에 비치는 교각의 반영은 보는 이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월정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리에는 첨성대와 대릉원, 석빙고 등이 가까워 연계 코스를 잡기 쉽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보문호 방면으로 차를 타고 나가 불국사, 석굴암, 경주월드까지 포함하는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혹은 택시를 이용해 10~15분이면 주요 숙박 시설이 밀집한 보문단지로 갈 수 있어, 하루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황리단길
사진 = 네이버 플레이스

황리단길은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0을 중심으로 옛 한옥과 현대적인 상업 시설이 공존하는 지역을 일컫는다. 과거 황남동 일대 골목길이 변화와 발전을 거치면서, 특색 있는 카페와 맛집, 디자인 소품샵 등이 모이게 되었다.

이 거리는 전통 한옥 지붕의 정취를 그대로 살려둔 곳이 많아, 가만히 걸어도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넓은 도로보다는 골목을 탐방하는 재미가 각별하며, 곳곳에 자리한 옛 담장과 기와지붕은 사진 명소로도 주목받는다. 동네 특유의 고즈넉함에 반해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다 보면,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나 이색 음식점이 등장해 반전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상점마다 영업 시간이 다르다. 카페는 오전 10시 전후로 문을 여는 곳이 많고, 저녁 9시 전후로 문을 닫는 편이다. 밤이 되면 골목길마다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 늦은 시간까지 여유롭게 산책하며 소소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황리단길에서 대릉원, 첨성대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하니, 경주 시내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놓칠 수 없는 코스다.

경주에서 조금 더 알찬 추억을 남기고자 한다면 전문 문화해설사를 통해 유적지를 둘러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그저 아름다운 건물과 풍경에 그치지 않고, 왕릉에 얽힌 전설이나 교량을 재건한 역사적 맥락까지 듣다 보면 어느새 천년고도의 이야기가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화려한 조명과 달빛이 더해져 완성되는 경주의 야경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긴 역사와 품격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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