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릿저릿… 혈액 순환 아닌 신경 문제일 때는?

이슬비 기자 2024. 10.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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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재료 손질을 위해 평소 칼질을 많이 한다.

하지만 손·발 저림의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보다 말초신경병증일 가능성이 크다.

고대 구로병원 신경과 이혜림 교수는 "손·발이 저릴 때 원인이 무엇인지 증상만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일 때는 팔다리 색이 파랗거나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우므로, 진료 후에 관련 검사를 시행하는 걸 권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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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재료 손질을 위해 평소 칼질을 많이 한다. 최근 들어 손이 저릿하고, 힘이 안 들어가고, 발끝에서도 저린 감각이 느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혈액순환이 안 된다고만 생각해, 저녁마다 마사지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말초신경병증'을 진단받았다.

손과 발처럼 말단 부위가 저리면 흔히 제일 먼저 혈액순환 장애를 원인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손·발 저림의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보다 말초신경병증일 가능성이 크다. 말초신경병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몸의 말단부인 팔, 다리 신경에 손상이 생겨 유발되는 질병이다. 고대 구로병원 신경과 이혜림 교수는 "손·발이 저릴 때 원인이 무엇인지 증상만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일 때는 팔다리 색이 파랗거나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우므로, 진료 후에 관련 검사를 시행하는 걸 권장한다"고 했다. 말초신경병이 원인인 손, 발 저림 증상을 방치하면 몸 전체로 저린 증상이 퍼지면서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우리 몸의 신경은 크게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와 뇌·척수에서 뻗어 나와 얼굴·팔·다리에 분포하는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말초신경은 운동, 감각, 자율신경을 포함해, 이상이 생기면 ▲운동 기능 장애(마비, 근력저하) ▲감각 장애(저림, 통증) ▲자율신경계 이상(땀 분비,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발 저림은 대표적인 감각장애 증상이다.

말초신경병은 일부분이 압박돼 생기는 압박성 말초신경병과 전신의 여러 말초신경 이상이 함께 발생하는 다발신경병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압박성 말초신경병은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다. 정중신경이 손목 인대에 눌려서 발생한다. 다발신경병은 주로 발과 손끝부터 시작해 점차 몸통으로 저린 범위가 넓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땐 당뇨, 술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드물게 감기, 설사 등 감염 후에 발생하는 길랭-바레 증후군도 의심할 수 있다.

병원을 찾으면 신경 손상 상태와 다른 합병증 여부 파악을 위해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이 진행된다. 검사 약 75%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혜림 교수는 “원인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고 항경련제,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고 통증으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며 “때때로 신경 차단술과 같은 시술을 하거나, 손목터널증후군처럼 구조적 이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을 교정해 말초신경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혜림 교수는 “흔한 원인 질환인 당뇨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술을 멀리하며,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꽉 끼는 옷과 신발, 신경에 압박을 주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며 “말초신경병증은 초기에 발견하면 좋은 예후가 있기에 증상이 생길 시 병원에 조기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손, 발 저림이 점점 심해지면서 입술 저림이 동반되거나 두통, 어지러움, 팔다리의 힘이 빠지는 증상, 한쪽에만 저림이 있는 증상 등은 말초신경병증이 아닌 뇌졸중일 수 있다. 이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뇌졸중은 말초신경병증과 달리 갑자기 발생한다. 이 외에도 손, 발 저림은 목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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