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으론 차별화 안 돼"…로봇청소기, '신뢰'가 가르는 2라운드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쟁 구도가 성능 싸움을 넘어 서비스와 보안 중심의 '신뢰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연초부터 외산 브랜드의 파상공세와 삼성전자의 귀환, 로보락의 수성전이 맞물리며 제품 스펙이 상향 평준화된 결과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 역시 단순한 흡입력이나 기능을 넘어 사후관리(AS)와 데이터 보안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 쏟아지는 신작…경계 허물어진 '프리미엄 스펙'
올해 1분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외산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두드러진다. 10일 국내에 진출한 시중 로봇청소기 제품들의 사양을 비교한 결과, 이러한 브랜드 난립이 기존 프리미엄 기준을 뒤엎는 성능의 상향 평준화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중국 DJI와 영국 다이슨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최근에는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중국 앤커까지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이로써 3월까지 총 3개의 신생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이다.

신규 진입 브랜드뿐만 아니라 인지도가 낮거나 기존에 진출해 있던 브랜드들까지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로봇청소기 시장이 난립하고 있다. 과거 150만~17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만 지원됐던 고사양 성능은 이제 100만원 전후의 제품에서도 구현된다.
실제로 99만원으로 출시된 모바의 'S70 울트라 롤러'는 3만2000파스칼(Pa)의 흡입력과 4cm 높이의 문턱 등반 능력을 갖췄다. 100도 고온수 세척 기능을 탑재해 하이엔드급 사양을 확보했다. 119만원에 출시된 에코백스 'T90 프로 옴니' 역시 3만파스칼의 흡입력과 75도 온수 세척을 지원한다. 사실상 기술적 변별력이 낮아진 것이다. 과거 프리미엄 제품의 기준이 2만~2만5000파스칼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중저가형 제품들의 체급이 대폭 상향됐다.
◆ 200만원대 하이엔드, 'AS·보안'으로 차별화

로보락 또한 삼성과 동일한 가격대로 책정한 신작 'S10 맥스V 울트라'를 통해 서비스 인프라 혁신을 선언했다. 오는 3월부터 외산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소비자 집으로 찾아가는 '출장 AS'를 실시한다. 삼성·LG와 대등한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315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수리 접수가 가능하도록 접점을 넓혔다. 지난 1월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트러스트센터'를 신설해 데이터 관리 방식을 공개하며 보안 신뢰도 구축에 나섰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스펙만 좋다고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가 지났다. 성능이 받쳐주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이 그 방증"이라면서, "로보락은 중국 회사임에도 불구 지난해 불거졌던 보안 이슈 발생 시에도 즉각 개선하는 태도를 보이며 신뢰를 쌓으려 했다"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대한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품 간 변별력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AS와 보안 같은 서비스 역량이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결정적 관건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국내 가전 제조사 삼성이 서비스를 강화함에 따라 향후 사후관리에 대한 고객의 체감과 기대치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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