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투혼 쏟고 한국 떠나는 메가

김영준 기자 2025. 4. 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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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여자배구 준우승 정관장 주포
재계약 않고 가족 위해 귀국 결정
정관장 메가가 8일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주연은 김연경이었지만 빛나는 조연이 있었다. 정관장을 이끌고 명승부를 연출한 메가왓티 퍼티위(26·인도네시아·등록명 메가)였다.

지난 8일 끝난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상대로 정관장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정규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2위 팀 현대건설을 누르고 올라왔다. 5전 3선승제 승부에서 접전 끝에 흥국생명에 2승 3패로 밀려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시리즈 내내 보여준 근성은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심엔 메가가 있었다.

1·2차전을 내리 패배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3·4차전을 가져와 동률을 이루는 저력을 보였다. 두 세트를 먼저 허용해 한 세트만 져도 시리즈가 끝나는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은 3차전은 백미였다. 마지막 5차전에서도 두 세트를 내주고 다시 따라붙었지만 5세트에서 한 끗 차이(13-15)로 주저앉았다. 이번 시리즈에선 챔피언전 최초로 5경기 중 4경기에서 풀 세트 승부가 나왔다. 챔피언전 사상 한 세트 최다 점수(70점) 접전도 두 차례나 벌였다.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메가는 챔피언전에서 5경기 153득점을 혼자 책임졌다. 양 팀 통틀어 최다. 김연경(133점)보다 많았다. 메가와 더불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26·세르비아·117점) ‘쌍포’가 터지고, 베테랑 세터 염혜선(34)과 리베로 노란(31)의 부상 투혼이 더해져 정관장은 명승부를 연출할 수 있었다.

메가는 2023-2024시즌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해 두 시즌간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첫 시즌에는 무슬림인 그가 히잡을 쓰고 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시즌 들어 기량이 더욱 만개했다. 정규 리그에서 득점 3위(802점), 공격 성공률 1위(48.06%), 오픈 1위(42.82%), 퀵오픈 2위(53.61%), 시간차 1위(66.67%), 후위 공격 1위(49.88%) 등 공격 지표에서 대부분 상위권에 들었다. 챔피언전 MVP(최우수 선수)는 김연경에게 내줬지만, 14일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 리그 MVP를 수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쟁자는 김연경이다.

정관장은 다음 시즌에도 메가와 동행하길 강력히 원했지만 메가는 귀국을 택했다. 정관장은 9일 “메가가 다음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메가는 건강 문제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자국 인도네시아 리그 혹은 주변 동남아 국가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시즌이 짧은 곳을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정관장 구단은 “메가의 새 도전을 응원하며 언젠가 다시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메가는 8일 챔피언전 5차전이 끝난 뒤 인천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했다. 10일 오전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관장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출중해 구단 구성원에게 평판이 훌륭했던 외국인 선수였다. 놓쳐서 아쉽다”면서도 “결별을 대비해 다른 선수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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