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신화 다시 쓴 손창환 , 단기전 징크스 되풀이한 조상현

이준목 2026. 4. 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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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2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와 창원 LG 경기에서 손창환 소노 감독이 작전지시하고 있다. 2026.4.27
ⓒ 연합뉴스
프로농구 PO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업셋(Upset) 드라마가 완성됐다. 정규리그 5위 고양 소노가, 정규리그 우승 팀이자 '디펜딩 챔피언' 창원 LG를 3연승 무패로 싹쓸이하며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손창환 감독이 이끄는 소노는 27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LG전자 2025-2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LG를 90-80으로 제압했다.

원정 1차전에서 69-63, 2차전에서 85-76으로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두고 홈으로 돌아온 소노는, 3차전에서 전반에만 3점 슛 10개, 성공률 53%를 기록하며 51-40으로 앞서 기세를 올렸다.

3쿼터 들어 자신감을 얻은 소노는 원투펀치 이정현과 케빈 켐바오가 내외곽을 넘나들며 점수 차를 벌렸다. 3쿼터 종료 2분 33초 전에 가로채기 이후 이정현의 패스를 이어받아 강지훈이 앨리웁 덩크를 터뜨리자 소노아레나는 승리를 확신한 고양체육관 만원 관중의 하늘색 물결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소노는 3쿼터에 최대 19점 차(74-55)까지 점수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LG도 마지막 4쿼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속 8득점을 올리며 추격해 왔다. 하지만 이정현이 종료 3분 41초를 남기고 LG 아셈 마레이 앞에서 결정적인 3점 슛을 터뜨리며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LG는 종료 3분 24초를 남기고 1옵션 마레이가 5반칙 퇴장을 당하고도 심판에 항의하다가 테크니컬 파울까지 추가로 받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소노는 이정현이 17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네이던 나이트가 10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케빈 켐바오가 17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이재도가 14점 5어시스트로 고르게 활약했다. 강지훈과 이근준도 12점씩 올리며 무려 6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소노는 이날 무려 15개의 3점 슛을 넣어 44.1%의 성공률을 보였고, 자유투도 7개를 얻어 내 모두 넣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정규리그 5위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것은 2023~2024시즌 우승 팀 부산 KCC 이후 역대 두 번째다. 6강전과 4강전을 내리 6연승으로 휩쓸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것은 2020-21시즌 우승 팀 안양 정관장(정규리그 3위) 이후 5년 만이다.

2023년 창단한 소노는 첫 봄농구 진출에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소노는 각종 논란으로 KBL에서 제명당한 고양 캐롯의 선수단과 연고전을 이어받아 출범했다. 첫 두 시즌은 연속 8위에 그쳤고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와 잦은 감독 교체를 겪으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어떤 초보 감독도 이뤄내지 못한 '흙수저 신화'
 2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와 창원 LG 경기. 소노 이정현이 슛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를 지켜보는 손창환 감독. 2026.4.27
ⓒ 연합뉴스
소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분석 코치 출신인 손창환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손 감독은 현역 시절 벤치 멤버로 프로 경력이 4시즌에 불과한 무명 선수 출신이었다. 선수 시절 명성이나 지도자 경력이 모두 일천한 무명 감독의 선임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손창환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해 만에 프로농구 역사상 그 어떤 초보 감독도 이뤄내지 못한 '흙수저 신화'를 만들어냈다.

손 감독은 이정현-켐바오-나이트로 이어지는 '빅3'를 중심으로 소노 특유의 양궁 농구에, 식스맨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다채로운 맞춤형 전술을 추가했다. 정규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주전 선수들의 잔부상과 조직력 난조로 하위권에 그쳤으나 후반기에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짓고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정규시즌 활약을 인정받아 에이스 이정현은 생애 첫 국내 선수 MVP, 켐바오는 신인왕을 수상했다.

하지만 소노의 진정한 드라마는 플레이오프부터였다. 정규 시즌 막바지에 서울 SK가 '고의 패배와 순위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소노를 사실상 6강 상대로 선택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K는 이 사건으로 KBL로부터 제재금과 경고 조치를 받았고 농구 팬들의 엄청난 비판에 휩싸였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오히려 소노 선수단의 승리욕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손창환 감독은 PO를 앞두고 "우리를 선택한 것이 벌집을 건드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해주겠다"라며 뼈있는 출사표를 던졌다. 농구팬들 사이에서도 '언더독'인 소노를 주목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노가 PO에서 상위 팀인 SK와 LG를 상대로 2연속 시리즈 스윕과 업셋을 거두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상승세를 탄 소노의 폭발력은 매서웠다. 정규리그에서 3점 슛 성공률 최하위(29.5%, 평균 9.8개)에 그쳤던 소노는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평균 12개의 3점 슛을 39.1%의 적중률로 성공하며 양궁 농구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손창환 감독은 SK와의 6강 3차전, LG와의 4강 1차전처럼 외곽 슛이 다소 저조했던 경기에서는 3점 슛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적극적이고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농구, 1대 1 돌파를 활용하는 유연한 전술 변화를 보여주며 해결사가 많다는 팀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소노는 내친김에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5위 팀의 역대 2번째 우승, 첫 플레이오프 출전 만에 우승한 최초의 팀이라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소노는 5월 5일부터 정규리그 2위 안양 정관장 대 6위 부산 KCC(현재 1승 1패)의 승자와 격돌한다. 만일 KCC가 챔프전에 올라오면 정규리그 순위에서 앞선 소노가 홈 어드밴티지를 갖게 된다.

손창환 감독은 경기 후 "플레이오프 6연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한테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 잘 때 눈물이 나올지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이어 "챔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정관장과 KCC 모두 저희보다 전력이 우위다. 배운다는 자세로 한 번 부딪쳐보겠다"라며 도전자의 자세를 유지했다.

유독 플레이오프에서 약한 LG
 2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와 창원 LG 경기. LG 조상현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4.27
ⓒ 연합뉴스
한편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LG는 역사상 정규리그 1위 팀의 가장 굴욕적인 탈락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8-0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vs 서울 삼성), 2010-11시즌 부산 KT(현 수원, vs 원주 DB), 2023-24시즌 원주 DB(vs 부산 KCC)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 중에서 1위팀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강전에서 3전 전패를 당한 것은 올해의 LG가 사상 최초다.

LG는 사실 지난해 챔프전 우승을 제외하면 '단기전의 새가슴'이라는 오명으로 불릴 만큼 정규시즌에 비하여 유독 플레이오프에서 약했다. LG의 정규시즌 통산 성적은 797승 721패로 승률 .525에 이르지만, 플레이오프는 올해까지 37승 62패로, 고작 .374에 불과하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4시즌간 2-2-2-1위를 기록하며 모두 4강 직행에 성공했지만,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2024-25시즌을 제외하고 나머지 3번은 모두 하위 팀에 업셋을 당하며 챔프전에 진출조차 못 하는 수모를 당했다.

올 시즌 LG는 정규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3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소노와의 상대 전적도 3승 3패로 대등했다. 하지만 하필 올 시즌 첫 3연패를 정작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서 당했다. 정규리그부터 소노에 특정팀 상대 5연패를 당한 것도 조상현 감독 체제에서 처음이다.

LG는 외국선수 MVP 마레이를 필두로 칼 타마요, 유기상, 양준석 등 두꺼운 선수층과 탄탄한 수비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주전 의존도가 높아지며 준비된 대로 경기가 돌아가지 않을 때 유연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전술적 약점도 안고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우승 이후 긴 휴식을 취하며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체력이 하락한 것이 독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마레이의 잦은 판정 항의와 파울 트러블, 양준석의 부상과 유기상의 기복 등 주전들이 부진할 때 뒤를 받쳐줄 벤치 멤버들이 약하다는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말았다.

조상현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이후 최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LG와 재계약을 체결하며 구단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봄농구에서는 무기력한 완패로 정규시즌과는 '극과 극'의 성적을 남기며 지도자 경력에 가장 희비가 엇갈린 시즌이 되고 말았다. 조 감독은 경기 후 패배를 인정하며 "이번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다음 시즌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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