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풀이 대신 AI로 앱 개발”… 학년 없는 ‘거꾸로캠퍼스’
교과서 대신 맥북으로 과제 수행
“스스로 배우는 능력 배우는 중”

지난 19일 찾은 서울 성북구의 ‘거꾸로캠퍼스’. 2017년 대안교육기관으로 문을 연 이곳은 국내에 단 12곳뿐인 애플우수학교(ADS) 인증을 받은 곳이다. 전면을 유리 벽으로 마감해 스타트업 공유 사무실을 연상케 하는 교실에서는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모두가 교과서 대신 ‘맥북’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화이트보드 재질로 된 책상 위나 애플의 작업 프로그램 ‘넘버스’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기록하며 탐구하고 싶은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거꾸로캠퍼스에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학년’이다. 다른 학생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역량 중심 교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엔(UN)이 채택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주제로 하는 ‘코어랩’, 인공지능(AI) 활용법이나 코딩을 배우는 ‘알파랩’, 실제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는 ‘임팩트랩’ 등으로 교육 과정을 구분했다.
캠퍼스의 모든 학생들은 단순히 사회 문제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박유민(19)양은 대학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서 프로젝트의 실마리를 얻었다. 병원 키오스크나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기 힘든 노인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해 병원 방문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다 많은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팀원들과 판자촌과 6개 대학병원을 돌며 노인들을 직접 돕기도 했다.
박양이 속한 팀 ‘마커’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노인들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 병원 차원에서 청년 봉사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기획했다. 현재 AI 기반 코딩 도구 ‘러버블’을 활용해 앱과 홈페이지 뼈대를 완성한 상태다. 박양은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애플우수학교를 선정할 때 기술 중심 학습 환경이 교육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는 창작을 돕는 ‘생산형’ 도구로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이정백 거꾸로캠퍼스 교장의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학생들에게 넘버스를 비롯해 문서 작성 프로그램인 ‘페이지스’,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키노트’ 등이 기본으로 탑재된 맥북 사용을 권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교장은 교육 현장에 성큼 들어온 AI가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는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 풀이나 시험이 핵심이 되는 수업에서는 오히려 디지털 기기나 AI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AI는 나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능력을 증폭시켜줄 도구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꾸로캠퍼스가 프로젝트형 수업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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