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친코' 오명 벗고 '작품성'으로 승부한다..콘솔로 활로 뚫는 'K게임'

반진욱 2022. 9.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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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과 ‘과금 유도’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국내 게임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색 없는 양산형 모바일 게임 대신 작품성을 앞세운 콘솔(비디오 게임 기기)용 게임을 연달아 내놓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과 같은 대기업부터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중소형 게임사까지 ‘콘솔 열풍’에 올라탔다.

네오위즈가 내놓은 콘솔 게임 신작 ‘P의 거짓’은 세계 3대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네오위즈 제공)

▶연달아 대작 선보이는 K게임

▷하반기 신작 대부분 ‘콘솔용’

주요 게임사들이 개발 중인 신작 대부분이 콘솔용 게임이다.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넥슨이다. 올해 상반기에 콘솔용 격투 게임 ‘DNF 듀얼’을 내놓은 데 이어,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슈팅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 ‘더 파이널스’ 등을 연달아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PC·콘솔용 게임 ‘TL’을 개발 중이다. 2023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에 ‘오버프라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12월 2일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공개한다.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 게임사도 활발히 움직인다. 펄어비스는 차기작 ‘붉은사막’과 ‘도깨비’를 콘솔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동안 대형 게임을 내놓지 않던 네오위즈는 콘솔 게임 ‘P의 거짓’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 3대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국내 게임 최초로 3관왕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네오위즈는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12월 2일,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공개한다. (크래프톤 제공)

▶왜 모바일 게임 대신 콘솔을?

▷고래 유저만 모으는 방식은 한계

모바일 게임에 힘을 쏟던 게임사들이 전략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3가지를 이유로 꼽는다. 모바일 게임의 장점 상실, 기존 과금 전략의 한계, 그리고 콘솔 시장의 성장이다.

우선 모바일 게임이 가진 장점이 사라졌다. 과거 모바일 게임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고 필요 인력과 소요 비용도 적었다. 때문에 PC 온라인 게임 산업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6년 리니지M의 성공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대형 RPG 게임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면 게임을 성공시키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100억원 이상 개발비와 그에 상응하는 마케팅비를 동원하는 대형 게임사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형 게임사마저 매년 상승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진입장벽이 점차 높아져가는 상황이다. 적은 개발비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모바일 게임의 장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고래 이용자’만 노리던 과금 유도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게임은 돈을 게임에 써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P2W(Pay to Win)’ 모델을 고수해왔다. 게임에 돈을 억 단위로 사용하는 소수 이용자가 유리하도록 게임 구조를 설계했다. 게임 사용자 수를 늘리기보다는 매출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셈이다. 이 전략은 2020년까지만 해도 유효했다.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과금 유도형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휩쓸며 게임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수만 즐기는 게임’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특히 일부 게임사가 이용자를 속이며 아이템 뽑기 확률을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국산 게임을 외면하는 유저가 급증했다. 유저들은 한국산 게임 대신, 다수가 즐길 수 있는 일본·중국 게임으로 떠났다.

사용자가 적은 게임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지사. 투자자들은 게임사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2020년 한때 80조원을 넘겼던 한국 게임 산업 시가총액은 2022년 4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게임 기업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일본 게임 기업 ‘닌텐도’ 1곳의 시가총액(77조7656억원)을 넘기지 못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게임·인터넷 산업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모으는가가 중요한 플랫폼 산업이다. 전 세계 게임 업계가 ‘어떻게 하면 이용자를 끌어들일까’ 하고 고민한다. 국내 게임 업계는 이 흐름에 정확히 반대로 해왔다. 일부 소수만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다. 대다수 한국 게임은 플랫폼으로서의 매력과 성장성이 전무하다. 성장성이 안 보이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겠나. 실적이 아무리 잘 나와도 게임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정체된 모바일 시장에 비해 콘솔 게임 산업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X 등 신형 게임기가 나오면서 시장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2020년 558억2600만달러(약 77조6356억원)에서 2023년 687억2300만달러(약 95조5936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 역시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 성장률이 모바일 게임의 두 배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아 향후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 대비 시장 규모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모바일·PC 시장보다 성장성이 더 높다.

▶‘콘솔’ 노리는 또 다른 이유

▷구독형 게임 흐름에 발맞춘다

국내 게임 업계가 콘솔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구독형 게임’ 모델의 등장이다. 구독형 게임이란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플랫폼 내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의 게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게임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구독 플랫폼 대다수가 ‘콘솔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다. PC용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제외한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모두 콘솔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다. 해당 플랫폼에 입점하려면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픽과 작품성이 떨어지는 기존 모바일 게임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스컴에서 화제를 모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공개와 동시에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입점 소식을 알렸다.

기존에는 없던 흐름이다. 과거에는 게임 인기가 떨어진 후에야 구독 플랫폼에 들어갔다. 그만큼 콘솔 기반의 구독 플랫폼 시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국내 업체들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콘솔 시장에 서둘러 진출하려는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6호 (2022.09.21~2022.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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