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서태지 앨범 포스터 속 눈물 흘리는 아이는 여덟 살이었다. 별다른 지시 없이 울 수 있겠냐는 물음에 가만히 눈을 감았고, 그날의 촬영은 그 아이의 눈물로 끝났다.
완성된 포스터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사진 속 소녀는 ‘눈물 흘리던 아이’로 알려졌고, 그걸 계기로 신세경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데뷔라기엔 너무 조용한 시작이었다.

아이 모델로 얼굴을 알린 후엔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방송국 복도에서 자라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4년 <토지>를 통해서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맡았고, 이후 몇 작품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았다.
급격하게 드러난 건 없었다. 그렇다고 느리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대본 위에 앉아서 시간을 오래 들이는 편이고, 현장에서는 늘 한 발짝 정도 물러서 있는 사람이었다.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같은 이름을 쓰는 캐릭터로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다.
대사가 거의 없는 배역이었지만, 그 인물은 묘하게 집중됐다. 말 대신 표정으로, 움직임보다는 정적인 장면 안에서 인물이 살아 있었다.
그때부터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이상하게 집중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극적인 설정 없이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였고, 드라마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었다.

연기 경력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색감의 작품들을 선택했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맡은 캐릭터는 작품에 대한 흥행을 불러 일으켰고, 감정을 조절하는 속도는 일정했다.

어떤 작품에서는 감정선을 눌렀고, 어떤 장면에서는 굳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득했다.
반응이 크든 작든 흔들리지 않는 연기 스타일이 오히려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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