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PS Vita에는 삶이라는 뜻이 있다
PSP의 후속 기종이자, 소니 최후의 휴대용 게임기가 되어 버린 PS Vita(비타). 출시 당시 닌텐도 3DS와 함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양분할 것이라고 시장에서 기대되었지만, 전작인 PSP의 판매량은 물론 경쟁 제품의 판매량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발매 8년 만에 생산 종료되며 시장에서 몰락했다. PS Vita는 어쩌다 소니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남게 된 것일까?
PSP의 후속작, 준수한 성능으로 눈길
PS Vita(플레이스테이션 비타)는 2011년 1월 27일, 플레이스테이션 미팅에서 첫 등장했다. Vita는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삶’, ‘인생’이라는 뜻으로, 밖에서나, 안에서나 언제 어디서나 게임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명칭이다.
PS Vita는 출시 당시인 2011년, 휴대용 게임기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소니의 이전 세대 콘솔 게임기인 PS2는 물론, 경쟁사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인 Wii, MS의 X-BOX보다 높은 성능이었다.
▲ PS Vita는 출시 당시인 2011년,
휴대용 게임기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디스플레이는 PSP 해상도인 480x272를 각각 2배로 높인 960x544로, 해상도가 PSP의 4배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5인치로, 4.3인치였던 PSP보다 좀 더 커졌다. 여기에 1세대는 AMOLED 패널을 적용해 색감도 뛰어났다.
CPU는 쿼드 코어인데 실제 게임 작동에는 3개 코어만 작동되며, 나머지 1개는 보안 관련으로만 구동되었다. 전작인 PSP가 커스텀 펌웨어 등으로 해킹에 몸살을 앓았기 때문에 소니가 하드웨어적으로 PS Vita의 해킹을 막기 위해 조치한 것이다.
이렇게 소니가 해킹 방지에 신경 쓴 덕분일까? PS Vita는 불법 복제에서 견고하게 버텼으며, 수명이 거의 끝날 즈음에나 뚫려서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다.
야심 차게 나왔지만 부진한 인기
PS Vita의 출고가는 368,000원으로, 경쟁 제품인 닌텐도 3DS(230,000원) 보다 훨씬 비쌌다. 그도 그럴 것이 PS Vita의 자체적인 성능도 닌텐도 3DS보다 뛰어났고, AMOLED 디스플레이도 당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나 탑재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성능에도 PS Vita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시 초반에는 나름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PS PS Vita 판매량은 고꾸라졌다.
▲ PS Vita 2세대는 1세대에 비해 휴대성이 좋아졌지만 화면이 LCD로 바뀌었다.
PS Vita의 판매가 신통치 않자, 소니는 2013년 PS Vita의 2세대 버전을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를 AMOLED에서 LCD로 바꾸고 불필요한 단자를 제거하는 등 단가 절감을 해, 1세대의 가격은 368,000원이었지만, 2세대의 가격은 248,000원으로 12만 원이나 저렴해졌다. 이 정도 가격이 되자 PS Vita 유저가 이전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스마트폰 때문에? 아집이 화를 불러
PS Vita는 초창기 경쟁 제품이었던 닌텐도 3DS가 부진한 판매량(약 7,600만 대)을 기록해, 그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약 1,600만 대의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게임기 모두 출시 시기 판단을 잘못했던 기기였으며, 특히나 스마트폰의 약진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 그 자체로 전설! 닌텐도 DS 시리즈 [그땐 그랬지]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만으로 PS Vita의 실패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꼽아보겠다.
최악의 독자 규격 1 : 메모리카드
첫 번째, '독자 규격 강요'이다. PSP의 전용 메모리인 메모리 스틱 듀오는 소니의 디지털카메라 등과 호환이 되기라도 했지만, PS Vita의 메모리카드는 전용 규격이기 때문에 PS Vita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PS Vita 1세대의 경우, 내장 메모리가 없어, 게임 저장을 위해서는 메모리카드가 필수였다. 가장 적은 용량이 4GB였고 출시 당시 가격은 28,800원에 달했다. 본체 가격이 368,000원으로 상당히 비쌌음에도 메모리카드를 강제로 추가해야 했기에, 게임과 액세서리까지 더하면 초기 구매 비용이 45만 원을 훌쩍 넘었다.
필자는 PS Vita가 나오자마자 구매했었는데, 8GB 메모리스틱과 론칭 타이틀이었던 ‘언차티드: 새로운 모험의 시작’ 등을 포함해 약 50만 원쯤 줬던 걸로 기억한다. 이 때문에 PS Vita는 초반 가격 부담이 매우 심해 하드코어 게이머 정도나 구매하는 휴대용 게임기로 인식되었다.
최악의 독자 규격 2 : 연결 단자
PS Vita를 언급할 때 연결 단자 독자 규격도 빼놓을 수 없다. PS Vita 1세대는 충전 단자로 그 어떤 기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용 연결 단자를 내장했다.
문제는 이 전용 케이블의 내구성이 엉망이라는 것. 관리를 조금만 잘못하면 뜯어지고 단선되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게다가 소니에서만 판매하는 정품 케이블은 그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해당 문제는 PS Vita 2세대가 나오면서 그나마 해결되었다. PS Vita 2세대의 충전 단자는 당시 스마트폰 등에 범용적으로 사용된 마이크로 5핀 UBS-B 단자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독자 규격 3 : 전용 카트리지
PS Vita는 기존 PSP에서 사용한 UMD를 버리고 비타 카트리지라는 새로운 규격의 전용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롬 방식의 카트리지로, 최대 용량은 4GB 정도였다. 당시 소니의 콘솔 게임기인 PS3가 블루레이를 채택하면서 50GB에 달하는 게임 용량을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경쟁 기기인 닌텐도 3DS의 전용 카트리지는 최대 8GB까지 담을 수 있었다.
이후, 게임 용량이 점점 커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용량을 줄이기 위해 음질을 떨어뜨린다던가, 아예 온라인 업데이트 패치 설치를 해야 구동할 수 있는 게임도 등장했는데 업데이트 패치를 받으려면 메모리카드 용량이 그만큼 필요했다.
PSP 게임의 하위 호환도 거의 불가능했다. PS Vita가 UMD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UMD로 해당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게이머는 PS Vita에서 즐길 방도가 없었기 때문. PSP 게임 일부를 PSN에서 구매, DL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DL 방식으로 출시된 PSP 게임 목록은 일부에 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Vita에는 삶이라는 뜻이 있지
PS Vita는 주 소비층이 많지 않고, 카트리지 용량이 제한되는 등 게임 개발이 어려워 게임 제작사들에게 외면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출시된 게임 종류가 많지 않았고 전체적인 게임 판매량도 매우 부진했다.
그나마 팔렸던 PS Vita 게임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 8월까지 기준) 1위는 ‘언차티드: 새로운 시작의 모험’으로 147만 장, 2위는 ‘어쌔신 크리드 3: 리버레이션’으로 127만 장, 3위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디클래시파이드’로 126만 장, 4위는 ‘리틀 빅 플래닛 PS Vita’로 114만 장, 5위는 ‘페르소나 4: 더 골든’으로 99만 장을 판매했다. 100만 장 정도 판매한 게임은 이게 전부인 셈이다.
▲ 일부에서는 PS Vita를 ‘페르소나 4: 더 골든’ 전용 머신으로 불렀다.
이 중에서 완성도 측면으로 볼 때 ‘페르소나 4: 더 골든’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이를 즐기기 위해 PS Vita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PSP의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했던 것과 달리 PS Vita는 하드웨어를 견인할 만한 타이틀이 없던 것이 안타까웠다. 특히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PS Vita가 아닌 닌텐도 3DS를 선택하면서 PS Vita의 판매는 더더욱 부진했다.
결국 소니는 2019년 3월 1일, PS Vita의 생산 종료를 선언한다. 그로부터 4년이 넘도록 소니의 신형 휴대용 게임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아예 포기한 셈이다.
최근 소니가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결국 얼마 전 출시한 것은 PS 포털 뿐이었다. PS 포털은 PS5 전용 리모트 기기로, 휴대용 게임기가 아니다. 소니의 ‘21세기의 워크맨’ 꿈은 PS Vita로 끝나는 것일까. 실패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PSP, PS Vita를 즐겼던 이들이라면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를 기대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임강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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