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개봉한 <그물>이 넷플릭스 공개 이후 뒤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개봉 당시 극장 관객 수는 5만여 명에 그쳤지만, 최근 넷플릭스 TOP 10 영화 부문 3위에 오르며 이용자들의 관심이 급증한 것.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주제, 그리고 류승범의 독보적인 연기가 입소문을 타며 ‘재발견’ 흐름을 만들고 있다.

영화는 임진강에서 조업하던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가 배 고장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에 표류하면서 시작된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잠재적 간첩’으로 분류된 철우는 남한 정보기관의 강도 높은 조사에 시달리고, 어렵게 북으로 돌아간 뒤에는 다시 북한 보위부의 의심을 받는다. 남과 북,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개인이 압박받는 구조를 데칼코마니처럼 병치하며, 영화는 “누구나 그물에 걸린 고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진다.

이 지점에서 김기덕 감독 특유의 연출이 빛난다. 이데올로기 논쟁보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평범한 가장’에 초점을 맞춰 국가주의의 맹점을 파고든다. 명동 한복판에 철우를 풀어놓는 장면은 자본주의의 현란함을 ‘체험’시키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존엄을 갉아먹는지 또렷이 각인시킨다. 복잡한 서사를 덜어내고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방식은 호불호를 낳지만, 응축된 힘만큼은 분명하다.

상영 등급도 화제가 됐다. 상반신 노출과 정사 장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성적 행위의 직접적·구체적 묘사가 없고, 노출 또한 지속적이지 않으며 이야기의 맥락 속에 삽입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폭력 묘사 역시 암시적 표현에 그쳐 청소년 관람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기덕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면 이례적인 결정이지만, 그만큼 작품의 취지가 상대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무엇보다 관객의 재평가를 이끈 동력은 류승범의 연기다. 우리가 익히 보아온 전형적 ‘북한 인물’의 틀을 벗어나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간첩으로 몰아세우다 여의치 않자 전향을 강요하는 남한의 정보 당국에 대항하며 가족이 있는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특정 체제의 대립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에 관한 문제로 확장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 당시에도 이 연기가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개봉 당시 제한적 상영관 확보와 무거운 소재로 스쳐 지나갔던 작품이, OTT 환경에서 다시 선택받으며 또다시 현재의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지났지만 남북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 감독
- 출연
- 조재룡,안지혜,이나라,이설구,정하담,성현아,강보민,박지일,이예준,장경익
-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