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웅 닮은 아들 태웅아 보렴…아빠 양희종 ‘라스트 디펜스’

박린 2023. 4.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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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의 캡틴 양희종이 딸 세연과 아들 태웅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은 사진 촬영을 위해 부탁한 치과 의사 가운을 입은 아내 김사란씨. 김종호 기자


“남편은 리더십과 집념이 있어서 농구가 아니라 사업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아요.”

2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김사란(35)씨가 남편인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양희종(39)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씨는 최근 남편의 휴대폰 저장 이름을 ‘마이 캡틴’으로, 양희종은 아내 이름을 ‘옛 설(yes sir)’로 바꿨다고 했다. 양희종이 최고로 애정하는 곡인 강승윤의 ‘캡틴’ 가사에서 따온 애칭이다.

KGC는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지난달 26일에 양희종의 은퇴식을 열어줬다. 가수 강승윤이 코트에서 ‘캡틴’을 불러줬다. 그의 등번호 11번은 KGC 구단 최초의 영구결번이 됐다. 2007년부터 17년간 KGC에서만 뛴 ‘원클럽 맨’ 양희종에 대한 예우였다. 그는 2014년부터는 KGC의 주장을 맡아 ‘안양의 캡틴’으로 불린다.

양희종의 올 시즌 연봉은 2억2000만원에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는데도 지난 2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양희종은 “구단에서 보도자료를 내기 10분 전까지 ‘마음의 변화가 없냐’고 묻길래 ‘백(back)해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고 농담한 뒤 “1~2년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는 것보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친동생 같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내 김씨는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어서 ‘신이 내려 준 타이밍’이라고 여겼다. 무조건 찬성했다. 남편이 은퇴 발표 날에 어두운 방 안에 있길래 우는지 눈가를 매만져봤다”고 했다.

양희종은 “7년간 희노애락을 함께했던 강성인 김승기 전 KGC 감독님이 ‘너와 함께해 행복했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함께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은 ‘전 세계 프로농구를 돌면서 내가 아직까지 캡틴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오직 당신 뿐’이라고 해줬다”고 전했다. 변준형과 문성곤 등 KGC 후배들도 은퇴를 만류하며 아쉬워했다.

KGC인삼공사의 캡틴 양희종과 아내 김사란씨, 아들 태웅과 딸 세연. 김종호 기자

2017년년 치과를 찾았다가 치과의사인 부인 김사란씨를 처음 만난 양희종은 “흰 가운을 입고 웃는 모습이 천사처럼 보였다. 같이 간 학교 선배에게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명절엔 (인삼공사 소속이라서) 직원 할인이 되는 홍삼을 3박스씩 들고 찾아갔다. 연세대 동문이라서 2019년 학교 캠퍼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처음엔 농구 선수인 줄 몰랐다. 이름을 검색해보니 다른 선수와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만 나오더라(웃음). 추승균 선수의 페이크에 속은 뒤 뒤로 다시 점프하면서 블록슛을 하는 영상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코트 밖에선 섬세하고 로맨틱하다”고 했다.

양희종은 프로 통산 618경기를 뛰며 평균 6점, 3.7리바운드를 올려 기록이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악착 같은 수비로 수비상만 7차례 받았다. 양희종은 “신인 때는 득점력이 뛰어난 마퀸 챈들러가 있어서 맨몸으로 전쟁터에 뛰어들듯 궂은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아내 김씨는 “2017년 경기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등 코 수술만 3차례 받았다. 2018년부터 매 시즌이 끝나면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남편은 운동 신경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미뤘다”고 전했다. 양희종은 “지금도 발목뼈가 어긋난 상태지만 통증을 참고 뛰고 있다”고 했다.

양희종은 2011~12시즌 원주 동부와의 챔프 6차전에서 위닝샷으로 66-64 승리를 이끄는 등 큰 경기에 강했다. 김씨가 “사귈 때 2017년 삼성과의 챔프 6차전 때 3점슛 9개 중 8개를 넣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했다”며 웃자, 양희종은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즐기자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KGC인삼공사의 캡틴 양희종과 아내 김사란씨, 아들 태웅과 딸 세연. 김종호 기자

2020년 태어난 장남 양태웅군은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과 이름이 똑같다. 양희종은 “38개월인데 키가 1m10㎝고 팔다리도 나처럼 길다. 나중에 안양에서 농구선수로 뛸 지도 모른다”고 했다. 양희종은 올해 8월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예정인데, 아내 김씨는 “열살 차이 나는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내겠다며 집에서 ‘알잘딱갈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같은 신조어를 연습한다. 승부욕이 강해 중도 포기를 몰라서 나중에 코치나 감독을 해도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전에 플레이오프를 통해 개인 4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양희종은 “구단에서 ‘라스트 댄스’에 빗대 ‘라스트 디펜스’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악착 같은 수비로 선수 생활을 통합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 ▶은퇴하는 '안양의 캡틴' 양희종

「 나이: 1984년생(39세)
가족: 아내 김사란, 아들 양태웅, 딸 양세연
포지션: 포워드(키 1m94㎝)
소속팀: 안양 KGC(2007~, 17년째 원클럽맨)
기록: 618경기 평균 6점, 3.7리바운드, 수비상만 7차례
우승: 챔프전 3회(2012, 17, 21년)

안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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