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사망사고 후 '2시간 정차 보고'…"과도한 통제" 경찰관 삭발

김서원 2024. 10.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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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21일 '경찰의 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삭발에 나섰다. 뉴스1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에게 2시간 이상 순찰차를 정차했을 경우 사유 등을 112시스템에 기록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찰청의 근무 지침 개선안을 두고 경찰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관서 근무감독 및 관리체계 개선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 가출 신고된 40대 여성이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해당 대책을 두고 일부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선 “위성항법장치(GPS)를 동원해 직원 감시”, “강도 높은 업무에 과로사할 것”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위원장은 “하루에 신고가 1건 들어오는 파출소도 밤낮없이 200~250㎞ 순찰을 하라는 의미”라면서 “요새는 새벽에 순찰차가 경광등 켜고 다니면 개가 짖는 바람에 동네 시끄럽다고 항의 신고 들어오는 실정을 모르고 내놓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감은 “순찰 도중 일정 장소에 정차한 뒤 거점 근무를 서고 있는데, 이 위치 정보를 GPS로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는 의도”라며 “지역 사정이나 인력 부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예방 순찰을 나서라고 하는 건 과도한 통제”라고 했다.

앞서 경찰의날이었던 지난 21일 민 위원장을 포함해 직협 소속 경찰관 8명과 퇴직 경찰관 1명이 항의의 뜻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현장 경찰관의 인권을 짓밟은 경찰청의 GPS 감시와 밀어내기 순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을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올렸다. 8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가한 지역 관서에서 나오는 어이없는 불만”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동네 순찰을 거의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며 “바쁜 지구대에선 2시간 넘게 순찰차가 멈춰 있을 이유가 없다. 들어온 신고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게 오히려 경찰 인력 낭비”라고 말했다. 한 경찰서장도 “바쁜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순찰차가 오래 멈춰 있을 일이 없어서 지침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며 “경찰관들이 예방 순찰을 통해서 대민 접촉을 늘리는 게 더 형평성에 맞는다”라고 했다.

전국 지구대·파출소의 112 출동 상황은 극과 극이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동 건수 1위인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 들어온 신고 건수는 총 4만6967건이었다. 반면 전북 군산경찰서 개야도파출소는 25회에 그쳤다.

고평기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은 지난 21일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입장문을 올려 “2시간 동안 정차해 있더라도 바로 이동하면 112시스템 폴맵상에 운행으로 자동 변경돼 사유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라며 “2시간마다 위치를 보고하라는 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2012년부터 폴맵상에 모든 112 출동 차량의 현 위치와 휴차·운행·정차 등 차량 상태를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해 왔다”며 “폴맵을 통해 출동 차량의 현 위치는 파악할 수 있으나 실시간 차량 이동 경로나 활동 내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 지키려는 조치인 만큼 현장과 지휘부가 소통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기에 국민의 시각에서 순찰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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