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은 '의무', 사립은 '권장'인 홀짝제... 아이 질문에 당황한 이유

서부원 2026. 4. 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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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의 스승] 자동차 홀짝제 두고 아이들과 토론해봤더니...

[서부원 기자]

 중동 위기가 계속되며 유가가 오르자 정부가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를 지난 8일부터 2부제(홀짝제)로 강화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꽃샘추위가 찾아온 줄도 모르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두툼한 겨울옷을 다시 껴입고 장갑까지 챙겼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는 주중 하루만 자전거를 타도 됐지만, 이란 전쟁과 중동 정세의 불안 속에 홀짝제로 바뀌었다.

공공 기관의 경우, 지난 8일(수)부터 운행 차량의 홀짝제가 의무화했다. 그나마 차량 5부제까지는 견딜 만했는데, 홀짝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출근 시간 맞추기가 힘들게 됐다는 동료 교사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모두가 홀짝제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지 말라는 지침으로 여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따라야지 별수 없다.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 해도 에너지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 기관 중에도 특히 미래 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라면, 교사가 지침을 준수하는 등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곧 교육이다.

"우리 엄마는 차를 두고 평소보다 일찍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예전과 똑같이 자가용으로 출근하시는 거죠? 그리고 왜 여느 공공 기관과 달리 교문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막지 않는 거죠?"

출근길 교문에서 만난 한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의 어머니는 인근 중학교 교사였다. 다 같은 교사인데, 왜 지침을 누구는 따르고 또 누구는 따르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아이의 지적대로, 학교 주차장에는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교사들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전기차와 응급차량, 11인승 이상 승합차, 임산부와 장애인, 미취학 아동이 탄 차량 등은 홀짝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하면 동문서답일 될 테다. 주차장을 둘러보면, 지침의 예외 기준에 해당하는 차량은 열에 하나꼴도 안 된다.

아이의 질문에 멈칫한 이유

아이의 질문에 쭈뼛거린 건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다. 솔직히 답변했을 때, 그가 보일 반응이 내심 두려웠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게 불 보듯 환하다. 한편으론 그가 집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알게 된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민망하다.

"글쎄다, 오늘 다들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이지"라고 하며 얼버무렸지만, 기실 '국공립 학교는 의무 사항이지만, 사립 학교는 권장 사항이다'라고 답해야 옳았다.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이고, '권장'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된다. 사립 학교의 교사에겐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여느 때처럼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아이가 더는 묻지 않았다. 더 꼬치꼬치 캐물었다면, 정말이지 난감할 뻔했다. 만약 사립 학교의 교사에게 특혜를 주는 셈이라고 한다면, 뭐라 항변해야 하나. 같은 교사인데 국공립과 사립에 따라 의무 규정을 달리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냐고 묻는다면, 또 어떻게 대꾸해야 하나.

이번과 같은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공공 기관이 앞장서는 모습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하다.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의 솔선수범이 우선이다. 다만, 학교까지 굳이 국공립과 사립을 구분해 지침을 달리 적용하는 건 지나친 형식 논리다.

아이들에겐 국공립 학교 교사인지, 사립 학교 교사인지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혹여 아이들이 이번 일로 국공립 학교는 행정 관청과 같은 공공 기관이고, 사립 학교는 기업과 같은 민간단체로 여기게 될까 봐 두렵기까지 하다. 가르침과 배움에는 국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차량 홀짝제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동료 교사들에 대한 뒷담화 같아 조심스럽지만, '권장'이라는 두 글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게 아니라 아이들 앞에서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몸 부대끼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는 것 자체가 최고의 교육이다.

거칠게 말해서, 홀짝제를 왜 지키지 않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부끄러움도 모른 채, 사립 학교는 예외라고 떠드는 자가 있다면 교사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 차라리 지키기 힘든 이유를 해명하고, 지침의 부작용에 대해 비판하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교사다운 태도다.

뭐라 말하든 궁색한 답변일 수밖에 없어, 대답 대신 정부의 갑작스러운 차량 홀짝제를 주제로 아이들과 토론을 벌여보기로 했다. 교사로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이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아이들의 흥미로운 주장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교사들도 한마디씩 얹으면서 '백화제방'의 풍경이 연출됐다.

우선, 한 아이는 전국 각지마다 교통 조건이 다를 텐데 동일한 지침을 적용한다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며 물꼬를 텄다. 같은 공무원이라도 지하철이 사통팔달 뚫린 서울과 오로지 버스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지방의 차이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집에서 학교로 오는 버스의 40분 넘는 배차 간격을 예시로 들었다.

5부제든 홀짝제든 금지 일변도의 정책은 온갖 편법만 양산할 뿐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훨씬 컸다. 학교 근처의 민간 주차장을 수소문하는가 하면, 주정차 단속이 뜸한 노변 불법 주차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홀짝제로 강화되기 전 5부제 때도 동일한 끝자리 번호 차량이 노변에 줄지어 선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교내 주차장이 비어 있는 꼭 그만큼 학교 밖 주차장과 노변의 차량이 늘어난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인데, 아이들 보기가 참으로 민망한 행위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기름값을 올려 통행량을 줄이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터져 나왔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단속하기도 힘든 5부제나 홀짝제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거라고 예언하는 이도 있었다.

나아가 에너지 위기 국면이 해소될 때까지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몇 해 전 코로나로 교문이 닫혔을 때의 경험도 있으니, 기술적으로 문제 될 게 없고 아이들도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다는 거다. 코로나 당시 원격 수업의 후유증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학교의 현실을 고려할 때, '너무 나간' 주장이다.

즉흥적인 난상 토론의 결론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 걱정이다.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도 걱정이다. 언젠가 차를 수리하느라 며칠간 버스로 출근한 적이 있는데, 만원이라는 이유로 정류장을 서지 않고 지나치는 버스가 한둘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아이들의 잦은 지각에 스스로 너그러워지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의 등굣길이 만만치 않음을 경험한 뒤 직접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거는 등 오지랖을 떨기도 했다. 회사의 답변은 명료했다. 아이들의 고충을 모르진 않지만, 무작정 버스의 배차 간격을 좁힐 수 없다는 것. 공급(배차)에 비해 수요(학생 수)가 너무 많아 불가항력이라는 거다.

여하튼 즉흥적인 난상 토론의 결론은 이랬다. 대중교통의 확충과 요금의 무료화 등의 대안 없이 5부제와 홀짝제의 강행은 성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불법과 편법의 '면역력'만 키워주기 십상이라는 것. 나아가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처럼 자가용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이 더 실효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침 준수의 '의무'와 '권장' 사이에서 데면데면해진 교사들의 난처함은 은근히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공립 학교 교사의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당당히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일부 사립 학교 교사들의 모습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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