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1st] 길어지는 황희찬 침묵과 '7경기 6패' 울버햄턴의 '라르센 딜레마'

김희준 기자 2024. 10. 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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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황희찬의 침묵이 길어지는 건 게리 오닐 감독이 중앙 공격을 살리기 위한 전술 변화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이 전술 변화가 외려 팀 성적을 망치고 있다.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7라운드를 치른 울버햄턴원더러스가 브렌트퍼드에 3-5로 패했다. 7경기 1무 6패로 또다시 첫승에 실패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날 울버햄턴은 전반 중반까지 브렌트퍼드와 일진일퇴 공방전을 펼쳤다. 브렌트퍼드가 전반 2분도 안 돼 이번 시즌 자신들의 주특기와 같은 경기 시작과 함께 공격하는 패턴으로 선제골을 뽑아내자 울버햄턴은 전반 4분 마테우스 쿠냐가 넬송 세메두의 컷백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받아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따라갔다. 전반 20분 브라이언 음뵈모가 페널티킥 득점으로 다시 앞서나가자 전반 26분 예르겐 라르센이 라얀 아이트누리의 낮은 크로스를 발로 살짝 건드려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울버햄턴은 또다시 무너졌다. 전반 28분 크리스티안 뇌르고르에게 실점한 뒤 전반 추가시간 2분 에단 피녹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했고, 이 시점에서 이미 승부가 갈린 거나 다름없었다. 브렌트퍼드는 후반 45분 파비우 카르발류의 쐐기골로 승부를 결정지었고, 울버햄턴은 후반 추가시간 3분 아이트누리의 만회골로 더욱 쓰라린 패배를 당하지 않은 데 만족해야 했다.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황희찬은 후반 12분 중앙 미드필더 안드레와 교체돼 경기장을 밟았다. 포지션상 오른쪽 윙을 맡았는데 공격 상황에서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점하며 페널티박스에 가깝게 위치했다. 오닐 감독이 득점을 위해 황희찬을 투입했기 때문에 이전 경기보다 중앙에 위치했는데 황희찬은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진 '슈팅 0회'를 넘어서지 못한 채 팀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황희찬이 이번 시즌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시즌에는 주로 왼쪽 윙어로 나와 쿠냐와 함께 박스를 타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른쪽에 페드루 네투라는 훌륭한 드리블러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무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주로 측면에 머무르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페넡티박스 안에 찍힌 발자국은 없다시피 하며, 가장 득점과 가까워질 수 있는 페널티박스 중앙이나 페널티아크 부근에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황희찬, 페드루 네투, 마테우스 쿠냐(왼쪽부터, 이상 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희찬의 역할 변화는 올 시즌 울버햄턴이 중앙 공격을 살리기 위해 측면 공격 패턴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오닐 감독은 지난 시즌 윙어 황희찬과 네투를 마무리와 도움으로 역할을 분배로 재미를 봤는데, 올 시즌에는 윙어에게 중앙으로 공을 전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역할을 맡기고 있다.


쿠냐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라르센이라는 준수한 스트라이커를 살리기 위함이다. 쿠냐는 2선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격 기회를 포착할 때 가장 위협적인 선수다. 활동량이 많고 중앙에서도 드리블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어 쿠냐를 보조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예르겐 라르센(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문제는 쿠냐를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 스트라이커 라르센을 세우고 중앙으로 공을 공급한다는 단순한 전술을 선택한 데 있다. 기본적으로 파훼하기 쉬운 전술임은 차치하고라도 울버햄턴 윙어들이 측면 돌파에 큰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이 점은 양 풀백 아이트누리와 세메두가 해결해줄 수는 있지만 윙어가 사실상 무용하게 되다 보니 측면 공격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라르센도 그 자체로 놓고 보면 득점력과 연계가 모두 괜찮은 선수지만, 중앙에 있을 때 경기 영향력이 지대한 선수는 아니다. 2골 1도움으로 꾸준히 공격포인트를 쌓는 데 비해 실제 경기에서는 쿠냐에게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지 의문이 있다. 특히 전술적 움직임이 단조로워 중앙 공격을 위시하는 이번 시즌 울버햄턴에는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최근 들어 쿠냐를 윙어로 세운 뒤 공격 상황에서 중앙으로 침투하게 하고, 반대편 윙어에게 측면 돌파를 맡기는 역할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났다. 부족한 중앙 지원은 중원에 위치한 마리오 르미나와 주앙 고메스를 반 칸 올려 해결했다. 그러나 올 시즌 흔들리는 울버햄턴 수비에 좋은 변화는 아니었고, 이번 경기 5실점으로 이 전술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증명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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