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노인도 받아준다기에 왔어요”… 파크골프장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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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사는 최은희(79)씨는 5년 전 어깨 수술을 두 번, 허리 수술을 세 번 받았다. 병원에서 허리에 핀 9개를 박자고 했지만 더는 수술대에 오르고 싶지 않았던 최씨는 "요양병원 안 가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딸의 말에 난생처음 헬스장을 찾았다.
최씨의 몸 상태와 나이를 확인한 한 헬스장은 "기구 사용 중 안전사고가 걱정된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도 사랑방 모임의 최고령자 김수자(80)씨가 가져온 '옛날 도넛'에 '헬스장 커피'로 구성된 한상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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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다고 헬스장 등록마저 거절
파크골프장 곳곳 매일 예약 경쟁
주민 반발·규제로 구장 조성 난관
예방적 투자 차원 체육 공간 확충을

서울 구로구에 사는 최은희(79)씨는 5년 전 어깨 수술을 두 번, 허리 수술을 세 번 받았다. 병원에서 허리에 핀 9개를 박자고 했지만 더는 수술대에 오르고 싶지 않았던 최씨는 “요양병원 안 가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딸의 말에 난생처음 헬스장을 찾았다.
하지만 용기 내 찾아간 헬스장에서 돌아온 건 거절이었다. 최씨의 몸 상태와 나이를 확인한 한 헬스장은 “기구 사용 중 안전사고가 걱정된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최씨가 “혼자 운동하는 게 안 되면 개인 강습(PT)을 받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문 끝에 그는 집 근처 노인 전문 헬스장을 찾아냈다. 그렇게 4년8개월. 실내 자전거 페달 한 바퀴를 겨우 굴리던 최씨는 이제 매일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마비가 왔던 다리가 나았고 굽었던 허리도 펴졌지만 정작 최씨는 운동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나는 여기 와서 그냥 놀다 가는 거예요.”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려는 노인은 늘고 있지만 최씨가 그랬듯 운동할 공간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헬스장을 찾는 노인들은 나이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등록을 거절당할 때가 많고, 파크골프장에서는 엄청난 예약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10월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포츠 시설 회원 가입을 제한한 데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시설 측은 고령 회원의 안전사고가 잦고, 사고가 나면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으나 인권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최씨가 다니는 구로구 리얼바디짐의 박수현(47) 대표도 고령 회원의 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인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시니어분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계셔서 오히려 운동할 때 더 조심한다”며 “노인이라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헬스장을 찾는 게 운동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최씨가 다니는 헬스장은 매일 오전 10시30분이면 회원들의 ‘사랑방’이 된다. 이날 오전에도 사랑방 모임의 최고령자 김수자(80)씨가 가져온 ‘옛날 도넛’에 ‘헬스장 커피’로 구성된 한상이 차려졌다. 최고령 김씨부터 막내 안은주(50)씨까지 서른 살 나이 차를 둔 회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종희(88)씨는 해가 갈수록 체중이 조금씩 줄어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지난 2월부터 주 4회 헬스장을 찾고 있었다. 그는 “여기가 나이 먹은 사람도 받아준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김모(80)씨도 경로당보다 헬스장이 좋다고 했다. “경로당에 가면 화투를 치고 돈내기를 하다가 서로 감정이 상할 때도 있어요. 여기는 운동하고 건강해지자는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이잖아요.”
어르신들의 운동 공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파크골프장이다. 지난달 16일 찾은 서울 서남물재생센터공원 파크골프장에서는 공이 홀컵에 들어갈 때마다 ‘쨍그랑’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장모(75)씨는 1년 전 아내를 따라 파크골프를 시작해 지금은 일주일에 서너 번 구장에 나온다고 했다. 그는 “한 번 나오면 햇빛을 쬐며 두 시간 동안 잔디 위를 걷는다. 노인이 야외에서 할 만한 운동으로 이만한 게 없다”며 “우리끼리는 파크골프를 치면서 건강해져 병원에 덜 가면 건강보험공단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 구장은 이용일 기준 10일 전 오전 6시부터 예약을 받는다. 하루 네 차례 운영하며, 장애인 전용 시간인 오후 1~3시를 제외한 세 시간대의 정원은 각각 40명이다. 문제는 꾸준히 나오고 싶어도 예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서울시 공공 예약 사이트에서 향후 10일간의 일반 이용 시간대를 확인하니 모두 정원이 찬 상태였다. 장씨는 “예약이 잡힐 때도 있고 안 잡힐 때도 있다”며 “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동료들과 차를 나눠 타고 경기도 포천이나 연천의 구장까지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파크골프장을 향한 어르신들의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구장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 경기도 의왕시는 지난해 9월 학의동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다 주민 반발로 계획을 취소했고,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도 산림과 휴식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구장 조성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운동할 공간을 늘려 달라는 요구와 기존 공간을 지켜 달라는 요구가 부딪히는 셈이다.
구로구에서 4년째 파크골프를 하는 이수일(62)씨는 새 구장을 짓기 어렵다면 기존 구장의 이용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제안한 방법은 야간 조명 설치였다.
이씨는 “영등포구와 양천구 내 파크골프장에는 야간 조명이 있는데 구로구에는 없다. 조명을 설치하면 하루 한 타임을 더 운영할 수 있다”며 “노인 복지에 세금을 쓴다면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파크골프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희 국립부경대 스마트헬스케어학부 교수는 ‘돌봄’의 관점에서 노인의 운동 공간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노인 돌봄 시스템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돌봐주는 방식이 중심이지만, 노인들도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한다”며 “집에만 머물면 근육이 줄고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노인의 운동 공간 이슈는 돌봄 정책의 측면에서도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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