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숨통 조이는 폐섬유증, 조기 발견이 답이다

조회 4192025. 3. 27.

폐가 서서히 굳어가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폐섬유증’. 조기 검진만이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는 단순히 감기에 걸렸거나 공기가 나빠 기침이 잦아졌다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기만 하고 호흡곤란으로까지 이어졌다면 ‘간질성 폐질환’, 그중에서도 ‘폐섬유증’의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인 폐섬유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있기는 하지만, 초기에는 이런 증상조차 뚜렷하지 않은 데다 감기로 오인하기도 쉬운 탓에 발병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송진우 교수는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65세 인구를 대상으로 검진을 해보면 약 5%에서 초기 소견이 발견된다”라며 “고령층에서는 드문 질환이 아닌 만큼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더욱 주목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 어려운 특발성 폐섬유증은 65세 이상 남성 500~15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폐섬유증에 대한 치료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노년기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폐섬유증이란 무엇인지, 그 정체를 파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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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가는 폐섬유증, 암 위험도 높여
폐섬유증이 진행된 폐는 유연성을 잃고 서서히 딱딱하게 굳는다.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하는 기관인 폐포에 염증세포가 침투해 폐 조직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숨을 쉬어도 몸속에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폐섬유증 발병 초기에는 운동을 할 때처럼 몸을 격하게 움직일 때 호흡곤란 증상이 심해지는 편인데, 병증이 진행될수록 호흡이 힘들어지고 일상생활조차 힘겨워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렇게 만성적인 저산소증에 시달리다 입술 주변이 파랗게 질리는 ‘청색증’, 손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 등의 증상도 자주 관찰된다.

이런 증상에만 그치지 않고 폐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폐섬유증 환자의 5년 경과를 살펴보면 환자의 20%가 폐암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더 큰 문제는 폐암과 폐섬유증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폐암 치료를 하다 보면 폐섬유화가 악화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암을 치료하지 않으면 폐암이 진행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제 사용, 폐암·폐섬유증 진행 속도 늦출 수도
폐섬유증 환자는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라는 치료제를 사용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완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낙심하고 치료를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80%가 5년 내에 사망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게다가 피르페니돈을 복용한 환자는 폐암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는 만큼 약물 치료를 최대한 꾸준히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밖에도 증상에 따라 호흡 재활, 산소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폐 기능이 이미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이거나, 약물을 비롯한 어떤 치료에도 질환의 진행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폐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폐 이식은 폐섬유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면역억제제 복용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조기에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와 보존적 치료를 통해 질환이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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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관리와 조기 발견이 최선
꾸준한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특발성 폐섬유증과 같이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호흡기 건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장 강조하는 것이 금연이다. 흡연이 폐섬유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흡연자에게 폐섬유증이 발병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예후가 더욱 나쁘기 때문. 마찬가지로 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동안에도 금연은 필수다. 흡연을 통해 각종 독성물질이 폐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면 폐 손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직업 특성상 분진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방진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활용해 호흡기를 보호해야 하며, 작업 공간을 환기하는 것도 필수다. 또 평상시 외출할 때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폐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 속 수많은 중금속과 유해 물질이 장기적으로 폐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중장년층에 접어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엑스레이, 폐 기능 검사, 폐 CT 등 폐 관련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한 데다 병증이 진행될수록 치료가 까다로워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만큼 발병 사실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분진이나 유해 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폐 검진을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폐섬유증 관리법 3가지

❶ 호흡기질환 예방
정기적으로 독감·폐렴 백신을 접종하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할 것을 권한다. 폐섬유증 환자에게 감기나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이 발생하면 폐 기능이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❷ 미세먼지 차단
중금속과 유해 물질을 다수 함유한 미세먼지는 호흡기 건강의 적이다. 마스크 착용을 통해 실외에서의 미세먼지 흡입을 예방하고, 실내에서도 수시로 환기를 해 조리흄 등의 유해 물질을 내보내는 것이 좋다.

❸ 꾸준한 운동
폐섬유증 환자들은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운동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적절한 운동은 심폐기능을 개선해 호흡 기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벼운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해 보자.

ㅣ 덴 매거진 2025년 4월호
글 안세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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