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목사' 만난 男 찍혔다...이광진 8년 추적, 시작은 사진 한장
“이광진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간첩단 수사가 본격화 했다.”
대공 수사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26일 이같이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여러 간첩단 의혹의 시작에는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문화교류국 소속 부부장급(차관보급) 이광진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첩당국은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전후로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온 이광진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대남공작의 실체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광진의 실체는 2015년 ‘간첩 목사’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목사 김모씨는 2011년 4월 중국 다롄, 2012년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이광진을 비롯한 북한 공작원을 만나, 북한의 지령을 받고 정세보고를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2월 기소됐다. 김씨는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김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김씨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만난 이들이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탈북자의 증언과 조선중앙TV 영상 자료를 근거로 김씨가 접선한 인물이 이광진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당시 재판에 나온 탈북자 출신 A씨는 이광진에 대해 “두 번에 걸쳐 남한에 침투해 지하당을 구축, 간첩을 포섭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두 번 받은 사람”이라며 “공작부서의 간부로, 일반인이 사업 목적으로 만날 일이 전혀 없다”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김씨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이광진을 접선할 때 찍은 사진 등을 대조해 이광진이 실제로 북한에서 당 서열 300위 안에 드는 고위급 인사라는 점도 증명했다. 접선 당시 사진과 영상 속 인물의 일치율이 80%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진이 대남공작의 윗선으로는 지목됐지만 실제 얼굴과 구체적인 직급은 김씨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것이다.
방첩당국은 이후 수년간 이광진과 문화교류국 행적을 집중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회’, 제주의 ‘ㅎㄱㅎ’와 민주노총 수사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광진은 2021년 기소된 충북 간첩단과 최근 국정원이 압수수색한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의 간첩단 총책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고 방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자주통일 민중전회와 ‘ㅎㄱㅎ’도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 중이다.
이창훈·허정원·오효정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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