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 오피스텔 양극화, 왜?
# 서울 양천구 ‘목동파라곤’ 전용 95㎡ 2실은 지난 2~3월 18억5000만원에 잇따라 매매 계약서를 썼다. 이 면적 기준 최고가다. 같은 단지 전용 103㎡ 3실은 지난 3월 22억원 안팎에 각각 거래됐다. 입주 23년차 구축 오피스텔이지만 외관상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만큼 관리 상태가 좋다. 학군지로 유명한 목동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목운초·중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현대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도 주변에 잘 갖춰져 수요가 꾸준하다.
# 지난 4월 30일 합격자를 발표한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에르노플레이스(2028년 10월 입주 예정)’ 청약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전용 21~51㎡ 오피스텔 총 144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3명만 청약했고, 모든 타입이 미달됐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대학가 입지였는데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원룸인 전용 21~23㎡ 분양가가 5억4266만~7억306만원이었고, 전용 50㎡(약 15평)의 경우 기준 분양가가 15억1663만~17억5202만원대에 책정됐다.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다.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시장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른다. 반면 초소형·소형 수익형 상품은 약세다.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 수준까지 뛴 신규 오피스텔은 청약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과거 오피스텔 시장을 설명하던 ‘수익형 부동산’ 공식만으로는 흐름을 읽기 어려워졌다.
오피스텔 시장을 이해하려면 면적별·상품별·지역별 분위기 차이를 먼저 봐야 한다.
한창 뜨거운 곳은 수도권 중대형·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월 수도권 전용 85㎡ 초과 대형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65.2를 기록했다. 1년 동안 4.68% 뛰었다. 전년 같은 기간 상승률(0.68%)과 비교하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오피스텔 시장이 활황이던 2022년 11월(161.5)도 넘어섰다. 대형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10월 이후 18개월 연속 올랐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전용 60~85㎡ 중대형 오피스텔 매매가도 움직인다. 수도권 중대형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해 누적 0.74%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 0.51% 하락했던 흐름과 달라졌다. 서울도 중대형 오피스텔 선호가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텔 면적별 매매가격지수는 전용 85㎡ 초과가 1.29%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용 60㎡ 초과~85㎡ 이하 0.64%, 전용 40㎡ 초과~60㎡ 이하 0.41%, 전용 40㎡ 이하 0.14% 순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울에서는 대형·중대형 오피스텔 신고가 거래도 잇따랐다.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37㎡는 지난 3월 31억8000만원에 팔리며 종전 최고가(29억7000만원)를 2억원 이상 웃돌았다.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95㎡도 지난 2월 12억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고분양가 논란에 청약 성적 부진
반면 내집마련 수요가 오피스텔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분양 시장은 차갑다. 특히 주변 아파트나 기존 오피스텔보다 가격 이점이 부족한 신규 오피스텔은 청약 단계부터 고전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서울 중구 순화동 ‘정동롯데캐슬136’ 오피스텔 청약에서는 34실 모집에 56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64 대 1에 그쳤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2·5호선 충정로역, 1호선 시청역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였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전용 118㎡ 분양가는 최대 25억9895만원대, 전용 119㎡는 26억7120만원대였다. 3.3㎡당 평균 7200만~7300만원 수준이다. 바로 옆 ‘덕수궁롯데캐슬(2016년 입주)’ 전용 84㎡ 아파트 최근 실거래 가격이 18억2000만원, 호가가 21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차가 컸다.
동대문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오피스텔 보류지도 50실 모집에 42명만 접수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0.84 대 1에 그쳤다. 전용 24~26㎡대 소형 면적이 3억원대에 분양됐다. 청량리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 비슷한 면적 신축급 오피스텔이 여전히 2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거래량이 갈린다. 올해 1분기 경기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337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8.7% 늘었다. 인천(1146건)은 37.6% 증가했다. 서울은 전체 거래량(3436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줄었다. 다만 서울 안에서는 직주근접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영등포구는 올해 1분기 377건이 거래돼 전년 191건보다 97.4% 늘었다. 관악구는 86건에서 180건으로 109.3%, 중랑구는 31건에서 96건으로 209.7%, 중구는 91건에서 163건으로 79.1% 늘었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이 포함된 동남권은 0.03% 줄며 거래량이 꺾였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강남 오피스텔은 초소형 면적 비중이 큰 반면 3.3㎡당 매매가격이 높아 수익률이 낮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거익선 시대 오나? 지역별로 달라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월세 수익을 노리던 ‘수익형 부동산’에서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용 부동산’으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아파트처럼 살 수 있는 대형 주거용, 직주근접 입지, 주변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을 갖춘 상품에는 수요가 붙는다. 반면 소형 수익형, 가격 이점이 부족한 고분양가 상품은 외면받는다.
면적별로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대상 원룸형 오피스텔이 고금리와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사이, 아파트와 평면 구조가 비슷한 전용 84㎡ 이상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은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학군과 인프라를 갖춘 구축 대형 오피스텔이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현상은 시장의 시선이 ‘수익률’에서 ‘거주 편의성’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는 재건축 이주 수요, 마곡·여의도 등 대규모 업무지구 배후를 둔 지역의 약진이 돋보인다. 영등포구나 양천구처럼 실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은 거래량이 늘며 온기를 띤다. 반면 소형 비중이 높고 가격 거품이 덜 빠진 동남권 등은 여전히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상품별로는 가성비와 실리를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다. 하이엔드를 표방하며 분양가를 높인 단지는 잇따라 미달 사태를 겪는다. 반면 매매 시장에서는 실거래가 기준 ‘가격 메리트’가 있는 물건 위주로 거래가 성사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역세권 입지라 해도 주변 아파트 시세를 웃도는 ‘배짱 고분양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신촌에르노플레이스 역시 신촌 일대 신축 오피스텔 시세보다 2배 가까이 비싼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실거주 가능한 면적’과 ‘주변 아파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며 “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로 살아남겠지만, 임대수익이 목적인 수익형이나 고분양가 신규 상품은 수요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냉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연금 ‘매도 폭탄’에 쏠린 눈…오늘 기금위 결정- 매경ECONOMY
- 상한가 ‘불기둥’ 그린 삼성SDS, 왜?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시총 500조 국민재테크 상품 됐다”…가파른 성장세 ETF- 매경ECONOMY
- DL이앤씨, 압구정5구역에 ‘100년 주거 품질’ 실현- 매경ECONOMY
- 신세계 정용진, 한남동 단독주택 255억원에 팔았다...누가 샀나 봤더니- 매경ECONOMY
- “이건 도박장에 가까워”...워런 버핏의 경고- 매경ECONOMY
- ‘55만전자·380만닉스’ 전망까지…證 “아직도 저평가”- 매경ECONOMY
- 통합 대한항공 헤쳐가야 할 ‘난기류 4’- 매경ECONOMY
- “반도체 말고 또 없나요?”...외국인 쓸어담은 이 종목- 매경ECONOMY
- 젠슨 황 한마디에 10배 뛴 광통신 ‘우리로’…반토막 어쩌나-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