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뽑은 LNG, 한국으로…SK ‘14년 승부’ 성공한 바로사 가스전

30일 찾은 호주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 다윈(Darwin). 도심을 벗어나 광활한 벌판 끝 바닷가에 위치한 ‘다윈 LNG 터미널’에 도착하니 높이 솟은 저장탱크와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바로사(Barossa)에서 오는 가스관입니다.” 현장 관계자는 바다에 가까운 땅에서 솟아난 직경 32인치 파이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호주 북서 해상에 있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가 길이 385㎞의 파이프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다윈 터미널에선 천연가스에 포함된 수분과 수은, 유독가스 등 불순물을 걸러내고 3단계 냉각을 거쳐 가스를 액체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렇게 만든 액화천연가스(LNG)는 너비 90m, 높이 50m의 거대한 탱크에 저장돼 배에 실려 해외로 나간다.
바로사 가스전은 SK이노베이션 E&S(이하 SK)가 2012년 개발에 참여해 14년 만에 결실을 맺은 곳이다. 지난 2월 이곳에서 처음 생산된 LNG를 실은 배가 충남 보령 터미널에 입항했고, 8월에는 LNG 생산의 부산물인 경질유가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생산 LNG와 경질유를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바로사 프로젝트 지분은 현지 운영 업체인 산토스(Santos)가 50%, SK가 37.5%, 일본 제라(JERA)가 12.5%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35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이곳에서 SK는 지분에 따라 약 130만t의 물량을 국내로 들여온다. 이는 2025년 한국의 총 LNG 수입량(4672만t)의 3%에 달하는 규모다. 바로사 가스전의 수명이 20년임을 고려하면 총 2600만t의 LNG를 한국 몫으로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연간 110만 배럴이 나오는 경질유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경질유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납사)를 만드는 원료다.
대략 서울시 넓이 정도의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서부 해안에서 300㎞ 떨어진 해저에 있다. 해저 지하 3㎞ 깊이에 서울시만한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가스가 차있다. 해상에 떠 있는 선박 형태의 부유식 생산설비(FPSO)가 가스를 뽑아올린 뒤 1차 처리를 한 뒤 다윈 터미널로 보내는 구조다.
초기에 바로사는 추정 매장량이 많지 않아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가스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가스전을 물색하고 있던 SK는 바로사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개발에 참여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5개의 평가정을 뚫어 탐사해보니 매장량은 3.4조입방피트(Tcf)나 됐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2012년만 해도 잘해야 ‘미니 LNG’정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개발을 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매장량이 늘었다. 충분히 개발 가능한 규모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바로사 프로젝트에 16억 달러(약 2조원)를 쏟아부었다. 현지 환경단체 등과 소송을 벌이는 등 순탄치 않은 14년이었다. 하지만 중동 전쟁 등으로 에너지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해외에서 에너지를 사서 들여오는 게 아니라 자국 기업이 소유한 에너지를 직접 들여오는 게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됐다. 특히 호주 북부는 중동이나 미국 등 기존 LNG 공급처에 비해 한국까지 운송 거리가 가까워 사업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SK는 LNG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현재 4억t에서 2040년 8억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인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맞추려면 LNG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SK그룹은 바로사 가스전의 상업 생산 성공으로 LNG 생산부터 사용까지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호주에서 생산한 가스와 경질유를 자사 선박으로 한국까지 나르고, 자사의 발전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에 활용한다. 용인에 지을 LNG발전소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엔 베트남과 중국, 일본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해외 수요를 개발해 글로벌 LNG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윈(호주)=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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