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두에게
[송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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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지은이) |
| ⓒ 은행나무 |
다시 세상으로부터 쫓겨나고 말았다는 박탈감, 철문 안에는 적어도 바깥 세상 보다 안전한 세계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폭우 속으로 냅다 도망쳐버리고 싶은 충동
<내 심장을 쏴라>는 승민과 수명, 두 남자의 '정신병원 탈출'이라는 굵직한 줄기를 따라가며, 삶의 의미와 자아 발견, 그리고 세상을 향한 도전의 잔가지로 뻗어나간다. 잔가지에서 피어나는 블랙 유머는 슬픈 웃음을 자극하며 눈물이 핑 돌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두 남자는 왜 탈출을 감행했을까. 승민은 시력을 상실해가는 과거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로, 재벌집 유산 상속에 휘말려서, 수명은 정신 분열 증상과 공황 장해, 오해가 만들어낸 사건으로 세상에서 쫓겨난 이들이다. 수리희망병원에 오게 된 경위도, 세상을 향한 자세도 달랐지만 둘의 삶이 얽히면서 하나의 연대를 이루고 '자신의 삶'을 되찾는 결말은 같다.
사실 수명은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했었다. 현실을 바라보기엔 두려움이 너무 컸고, 그 두려움을 한도 없는 형체로 키우며 스스로를 짓눌렀다. 그래서 초반, 승민의 태도를 이해 못 한다. 오히려 증오에 가까운 마음을 품는다. 저항하고 반항하며 틈만 나면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승민을 아니꼽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워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누군지, 삶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승민과 나선다. 그 과정은 폭력적이기도, 슬프기도, 괴롭기도 하지만 끝내 두려움을 마주한 수명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이 책은,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쳐져야 마땅하다.
마흔이 넘어서도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나의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헤맨다. 그 질문의 답이 두려워 도망치고 있는 것이 '나'다. 그러기에 정신병원에서 사력을 다해 탈출하는 승민과 수명을 응원하며, '나'를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자유로워졌을 때, 나도 자유로워진다.
책이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정신이상자들의 삶은 부산스럽고 소란하게 뛰쳐나와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수다쟁이 김용, 머릿속 염소를 키우는 만식,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여자친구 지은이를 알뜰살뜰 챙기는 한이, 버킹엄 공주와 딸을 찾아 밤마다 헤매는 현선 엄마 등. 처음에는 그저 '미친 사람들'로 여기며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각자의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들만의 대환장파티에 이윽고 다시 웃음이 터지고 말지만.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온 놈, 바로 나
책을 덮으며 숨이 차올랐다. 거친 산을 올라, 상공을 가르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별이 우수수 떨어져 가슴속에 콕콕 박힌 것처럼. 방황하는 20대와 30대, 여전히 방황할 수 있는 40대, 방황은 끝났지만 또다시 방황할 수도 있는 50대와 60대,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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