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상승세의 비결, 이범호 감독이 버린 이것 때문?

김종수 2026. 4. 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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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믿음의 야구' 대신 '무한 경쟁체제' 선포

[김종수 기자]

 연승을 달리는 동안 KIA 타이거즈의 팀 분위기는 한껏 좋아져 있는 상태다.
ⓒ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최근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시즌 초반만 해도 기복 있는 경기력과 불안한 불펜, 침체된 타선 등으로 우려를 샀던 팀이지만, 어느새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단순한 분위기 반전 이상의 변화다. 팀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전환이 눈에 띈다. 그 중심에는 이범호 감독의 결단이 있다. 기존에 고수하던 '믿음의 야구'를 내려놓고, 철저하게 현재 컨디션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근 경기에서 그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KIA는 과감한 타순 조정과 선수 기용 등을 통해 공격 흐름을 끌어올렸고, 매경기 인상적인 결과와 내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야구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KIA의 반등은 단순한 '감'이 아닌, '변화된 철학'에서 비롯된 결과로 읽힌다.

"이름값 없다"…무한 경쟁 체제 선언

올 시즌 KIA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회의 기준'이다. 과거에는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비교적 뚜렷했고, 한 번 신뢰를 얻은 선수는 일정 기간 꾸준히 기회를 보장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름값이나 과거 성적보다 현재 컨디션과 경기력이 우선이다.

불펜 운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시즌에 걸쳐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던 정해영, 전성현 등은 여전히 이름값만 놓고 보면 리그 정상급 자원이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부진이 이어지자 이 감독은 과감하게 이들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대신 컨디션이 올라온 투수들을 중심으로 불펜을 재편했고, 결과는 긍정적이다. 경기 후반 흔들리던 모습이 줄어들었고, 승부처에서의 집중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던지는 투수마다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 잘하는 선수가 뛴다"는 원칙이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누구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긴장감이다.

타선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 기존에 꾸준히 기회를 받던 선수들이 부진할 경우 과감히 2군으로 내려가고, 대신 컨디션이 좋거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타자들이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기용된 박상준, 박재현, 김규성 등이 활력을 불어넣으며 팀 공격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고 있다.

결국 '무한 신뢰'는 사라지고 '무한 경쟁'이 자리를 잡았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 특정 선수에게 집중된 믿음은 반대로 다른 선수에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자리는 없겠구나'하는 불신이 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그 구조를 끊어냈고, 팀은 보다 건강한 경쟁 환경을 갖추게 됐다.
 올시즌 드러나고있는 이범호 감독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 KIA 타이거즈
과감한 변화, 데이터와 현장 모두 잡았다

이 감독의 변화는 단순한 분위기 쇄신 차원이 아니다. 실제 경기 운영에서도 전략적 유연성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타순 운용이다. 기존의 고정된 타순에서 벗어나 선수 컨디션과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라인업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중심 타선 배치 역시 고정관념을 깨는 선택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공격력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중심 타선뿐 아니라 하위 타선까지 고르게 활약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상대 투수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팀으로 변모했다. 특정 몇 명에 의존하는 공격이 아니라, 어느 타순에서도 득점이 가능한 형태가 구축된 것이다.

수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즌 초반 실책이 잦았던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장면이 늘어났다. 이 역시 '컨디션 중심 기용'이 만들어낸 효과로 평가된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보다, 현재 경기 감각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면서 안정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데이터와 현장의 판단이 결합된 결과다. 단순히 이름값이나 경험이 아니라, 실제 경기력과 컨디션, 그리고 상황에 맞는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다.

"버린 것은 고집"…살아난 것은 팀 전체

이 감독이 이번 시즌 들어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전술이 아니라 태도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특정 선수에 대한 신뢰에 기대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맞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집'은 과감히 버려졌다. 대신 유연성과 경쟁이 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부진한 선수는 재정비 시간을 통해 컨디션을 가다듬고, 기회를 얻은 선수는 강한 동기부여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끌어낸다. 그리고 다시 기존 주축 선수들까지 살아나면, 팀 전력은 한층 두터워진다.

결국 이는 단기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고, 시즌 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분석이다. 야구는 결국 경쟁의 스포츠다. 그리고 KIA는 지금 가장 본질적인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름값이 아닌 현재 컨디션, 과거가 아닌 지금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팀. 그 변화가 KIA를 다시 상승 궤도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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