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 게임> 시즌3 조유리, "준희가 명기 같은 사람과 사귄 이유요?"

조유리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세계 93개국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리즈의 마지막을 함께한 조유리의 이름도 세계 무대에 확실히 각인됐다. 극 중 ‘김준희’는 임신한 채 게임에 참여한 인물. 목숨을 내걸고 아기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조유리는 이 극한의 설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감정을 이끌며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준희를 이제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은, 한 캐릭터와 함께 진심을 쏟아부은 배우의 여운을 고스란히 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유리는 “처음 작품이 공개됐을 땐 실감이 전혀 안 났다”며 웃었다. “처음엔 준희를 보내줄 준비가 안 됐어요.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에요”

많은 시청자들은 그녀가 보여준 감정선에 주목했다. 준희와 현주(박성훈)가 나눈 마지막 순간, 줄넘기 장면, 그리고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결말까지. “눈빛이 너무 좋다”는 이병헌의 현장 칭찬은 물론, “조유리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라는 댓글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감정을 쏟아낸 연기였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 중심엔 ‘모성’이라는 감정이 있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유리는 엄마들의 육아 일기를 읽고, 출산을 경험한 지인의 지인을 수소문해 조언을 구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직접 자문도 받았고, 촬영 현장에선 강애심 배우가 끝까지 곁에서 도와줬다. “산모가 왜 배를 그렇게 잡는지조차 몰랐어요. 스태프 중에 출산 경험이 있는 분이 직접 알려주셔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연기했죠”

모성애뿐만이 아니라, 극 중 준희는 다리를 다친 채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신체적 한계에 부딪힌다. 여기에 명기(임시완)와의 감정선, 기훈(이정재)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나는 결말까지. 쉽지 않은 감정들이 매 장면 쌓여갔다. “사실 명기를 벌레 보듯 봐달라는 디렉션이 기억에 남아요.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단순하게 바라보니까 연기가 명확해졌어요.”

준희와 명기의 관계는 애증에 가깝다. 황동혁 감독과 함께 인물의 전사를 설정하며 ‘준희는 고아’라는 전제가 붙었다. “가족이 없는 아이가 명기 같은 사람에게 작은 애정을 느끼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철없고 결핍이 많았던 아이가 누군가에게서 기대고 싶어 했던 거죠”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준희는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지켜야 했어요”

그렇다면 배우가 생각한 ‘준희’의 주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조유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무서움이요. 그리고 나가고 싶은 간절함.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되뇌었어요. 무서워, 나가고 싶어… 그게 준희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아이를 두고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이다. 꽃밭 위에 놓인 아이 인형 뒤로 쓰러진 조유리의 모습은 ‘예쁘게 죽는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처음엔 다리 하나를 꺾어보자는 감독님 제안이 있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세트에 대비되는 죽음이라 더 기괴하고 서글펐죠”

현장에선 수많은 눈물이 흘렀다. “나중엔 그냥 우는 신밖에 없었어요. 감정이 계속 낮게 깔려서 일상에서도 기분이 처질 정도였죠. 그래도 순차적으로 촬영한 덕분에 감정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감정신마다 임시완과 함께 대사를 맞추고, 어려운 신은 함께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진짜 다정한 선배였어요. 저도 나중엔 시완 오빠 같은 선배가 되고 싶더라고요”

이병헌과 이정재의 현장 칭찬도 큰 응원이 됐다. “첫 촬영에선 정말 무서웠거든요. 너무 대선배들이라 위축됐는데, 촬영 끝나고 ‘눈빛 좋다’고 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오징어 게임>은 사실 조유리에게 ‘올해 마지막 기회’ 같은 작품이었다. “이거 떨어지면 올해는 쉬어야지 싶었어요. 그만큼 간절했고, 모든 오디션이 떨어진 후에 딱 하나 남은 게 <오징어 게임>이었죠.” 오디션은 총 4차까지 진행됐다. 1차 카메라 오디션, 2차 조감독 오디션, 3·4차는 감독과 실무진 앞에서 연기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일부러 칙칙한 옷을 입고 갔어요. 초록색 옷은 너무 노린 것 같아서 피했고요”라며 웃었다.

오디션에 대한 생각도 담담하다. “사실 적응이 안 돼요. 계속 평가받고 경쟁하는 자리는 어렵고 무서워요. 하지만 ‘오디션에 강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요즘엔 덤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선 명확했다. “아이돌 맞지 않나요? 그게 연기를 못하고 잘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부담이나 부정적인 인식에 휘둘리기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음악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 작사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가수로서의 가장 큰 무기는 ‘음색’. “누가 제 목소리만 들어도 ‘조유리 목소리인데?’라고 말해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연기도 음악도, 그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조유리 나온다고? 재미있겠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 연극부를 하며 처음 느꼈고, 아이즈원 활동 중에도 ‘여자 독백’ 이런 걸 검색해 읽을 정도로 나름대로 연기를 준비해 왔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오징어 게임> 이후 사람들의 인사도 달라졌다. “예전엔 ‘아이즈원 조유리 아니에요?’였는데, 요즘엔 ‘<오징어 게임> 조유리 아니세요?’ 이렇게 물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인간 조유리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잘 버텨요. 예전엔 그게 자랑이 될까 싶었는데, 요즘은 그게 제일 큰 무기인 것 같아요. 버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기도, 노래도, 어떤 선택이든 그 중심엔 ‘진심’과 ‘간절함’이 있다. 조유리는 말한다. “겁먹지 말고,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오래오래”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